지금, 쉬어가기
지금, 여기

매력 넘치는 런던,
그리고 근교의 작은 도시들

“런던에 지친 사람은 인생에 지친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 런던은 좋은 여행지로서 매력이 많은 도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런던 근교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된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이 진짜 영국다운 모습을 만나기 위해 작은 도시들을 찾는 것이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도심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개성이 강한 작은 도시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특히 옥스퍼드와 스트래트퍼드–어폰–에이번은 런던에서 하루 일정으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근교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KBS, MBC, 교통방송 등에 출연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국외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외 여행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간「지금, 여기」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갑갑한 현실 속에서 힐링을 하고,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많은 독자 의견을 반영하여 이번 7월호부터 다시 「지금, 여기」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 01. 런던 여행의 출발지 가운데 하나인 ‘트라팔가 광장’
  • 02. 런던을 대표하는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내셔널 갤러리’
03. 런던 킹스크로스 역 입구에 세워져 있는 지하철 표지판
런던 여행의 출발지, 트라팔가 광장

런던 여행은 지하철 채링크로스 역 근처, 코번트 가든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사진 1)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런던을 대표하는 주요 관광명소들이 이곳에서 도보로 약 1시간 거리 이내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미술관 가운데 하나인 ‘내셔널 갤러리’(사진 2)도 트라팔가 광장 바로 옆에 있다. 주요 지하철역 입구에는 ‘언더그라운드’ 로고가 그려진 표지판(사진 3)이 세워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인 1805년 10월 21일. 당시 영국 해군의 지중해함대 사령관이었던 넬슨 제독은 ‘트라팔가르 해전’을 앞두고 “영국은 그대들 모두가 스스로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라는 훈시를 했다. 이 해전에서 영국 함대는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와 싸워 승리했고, 넬슨 제독은 기함인 빅토리아 호에서 4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트라팔가 광장’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광장 한가운데는 55m 높이의 넬슨 제독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현재 영국 왕실의 ‘버킹엄 궁전’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다. 비록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근위병 교대식(사진 4)이 런던 최고의 구경거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4월부터 7월까지 매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약 45분 동안 진행된다. 하지만 계절과 요일에 따라, 또는 왕실의 사정에 따라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다.
대형 시계탑인 ‘빅벤(엘리자베스 타워)’(사진 5) 역시 런던을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빅벤 옆에 있는 웅장한 건축물은 역대 영국 왕들이 대관식을 올린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도 1953년 이곳에서 대관식을 올렸다.

  • 04.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장면
  • 05.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시계탑인 ‘빅벤’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런던의 공원들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은 ‘하이드 파크’(사진 6)다. 무려 160만㎡에 이르는 넓은 숲이 서펜타인 호수를 사이에 두고, 켄싱턴 가든(면적 110만㎡)과 맞붙어 있다. 하이드 파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자연스러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이지만 하이드 파크에서 ‘세계적 명성’에 걸맞은 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잔디밭 곳곳에 조성된 꽃밭(사진 7)은 초등학교 화단을 연상케 할 정도로 소박하다. 산책로에서는 종종 귀여운 다람쥐(사진 8)도 볼 수 있다. 공원 한가운데는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왕복 2차선 도로가 관통하고 있다.
규모를 빼고는 거의 ‘동네 공원’ 같은 소박한 느낌이지만, 하이드 파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방문자들은 묘한 행복감과 평온함에 빠져들게 된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과 넓은 잔디밭을 자랑하는 하이드 파크는 런던 시민들의 휴식처인 동시에 자유언론의 광장이다. 공원 동북쪽 모퉁이에는 일종의 자유발언대인 ‘스피커즈 코너(Speaker’s Corner)’가 있다.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유로운 연설과 토론이 펼쳐진다. 하지만 아무리 감정이 격해지더라도 ‘몸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성숙한 토론문화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현장인 셈이다.
버킹엄 궁전 왼쪽에는 ‘꽃보다 나무’라는 말이 어울리는 녹지공간인 ‘그린 파크’가 있다. 예전에 왕실에서 사냥터로 사용하던 곳인데, 지금은 런던 시민들이 아끼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버킹엄 궁전 바로 앞에는 조그만 개울과 호수를 끼고 있는 ‘세인트 제임시즈 파크’(사진 9)가 있다. 근위병 교대식을 본 관광객들이 새소리를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 06. 런던을 대표하는 녹지공간인 ‘하이드 파크’
  • 07. 소박하게 꾸며져 있는 하이드 파크의 꽃밭
  • 08. 하이드 파크에서 다람쥐를 스마트폰에 담는 소녀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대, 옥스퍼드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80km쯤 떨어져 있는 ‘옥스퍼드’는 런던에서 하루 일정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대학도시다. 옥스퍼드를 상징하는 ‘옥스퍼드 컬리지’의 역사는 770여 년 전에 시작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을 마친 영국의 수도사들이 하나둘 고국으로 돌아와 1249년에 컬리지 제도를 만든 것이 그 시초다.
옥스퍼드의 각 컬리지는 저마다 독특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이 대학 겸 성당인 ‘크라이스트 처치’다. 예전에 교수와 학생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는 ‘톰 타워(Tom Tower)’(사진 10)는 크라이스트 처치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영국의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의 작품인 이 탑에는 무려 6톤이나 되는 무거운 종(그레이트 벨)이 매달려 있다. 옥스퍼드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무대로도 유명하다.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의 수학 교수였던 루이스 캐롤이 당시 학장이던 리델 교수의 세 딸에게 재미있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엮은 동화책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현재 크라이스트 처치 근처에는 동화에 나오는 물건들을 판매하는 ‘앨리스 상점’(사진 11)이 있다.
영국 사람들에게 펍(Pub)은 생활의 일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한 식사와 함께 술, 음료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기 때문. 옥스퍼드에도 800여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펍이 있는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더 체커스’(사진 12)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서는 영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편식인 ‘로스트 비프’ 또는 ‘피시 앤 칩스’를 맛볼 수 있다.

09. 늘 맑은 새소리가 들리는 ‘세인트 제임시즈 파크’
대서양 아일랜드 북해 에든버러 벨파스트 맨체스터 영국 스트래트퍼드어폰에이번 카디프 바스 옥스퍼드 런던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트퍼드–어폰–에이번

영국을 찾아온 여행자들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는 바로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년)의 고향인 스트래트퍼드–어폰–에이번이다. 다소 긴 이름의 이 도시는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60km쯤 떨어져 있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셰익스피어 생가는 16세기 무렵에 유행하던 튜더식 목조건축물(3층)로 지어져 있다. 생가 옆에는 지난 1964년에 개관한 ‘셰익스피어 센터’(사진 13)가 있다. 이곳은 셰익스피어 생가를 관리하는 일과 자료 보관업무 등을 담당한다. 셰익스피어 생가를 찾은 방문자들은 먼저 생가 옆에 있는 매표소를 통해 전시실로 입장을 한다. 각종 전시물과 영상물로 이뤄진 3개의 전시실을 지나면 마침내 생가 출입구(사진 14) 앞에 줄을 서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없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입장해야 한다.
생가 내부는 셰익스피어가 유년시절을 보낸 1570년대 당시 부유한 가정의 생활상이 재현되어 있다. 1층에는 거실, 고급 장갑을 만들던 작업실, 주방과 식탁이 있는 홀 등이 있고, 낡고 좁은 계단은 2층과 이어져 있다. 2층은 본래 가족들의 침실로 사용되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셰익스피어가 사용했던 침대·의자·책상·가재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이곳을 다녀간 유명인사(토마스 칼라일, 나다니엘 호돈, 윌터 스콧, 찰스 디킨스, 마크 트웨인 등)들이 유리창에 새긴 사인도 남아있다.
생가에서 나오면 멋진 영국식 정원(사진 15)이 나타난다. 영국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1800년대 중반에 조성된 정원이다. 이곳에 있는 허브식물을 포함한 대다수의 꽃과 나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한다. 정원 한쪽에는 인도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년)’의 흉상(사진 16)이 세워져 있다. 타고르는 생전에 셰익스피어에게 소네트(Sonnet, 정형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의 형식, 유럽에서 나온 서정시 형식의 하나)를 헌정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흉상이 세워지게 되었다.

  • 10.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의 명물인 ‘톰 타워’
  • 11. 크라이스트 처치 근처에 있는 ‘앨리스 상점’
  • 12. 옥스퍼드의 오래된 펍인 ‘더 체커스’
  • 13. 셰익스피어 생가를 관리하는 ‘셰익스피어 센터’
  • 14.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셰익스피어 생가 출입구
(왼쪽)15. 셰익스피아 생가의 소박한 정원 (오른쪽)16. 셰익스피어 생가에 있는 타고르의 흉상
TIP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식물원, ‘큐 가든’

런던 외곽의 템즈 강변에 있는 ‘큐 가든(로열 보타닉 가든스 큐)’(사진 17)은 런던 사람들이 무척 아끼는 영국왕립식물원이다. ‘큐 가든’은 1772년부터 식물학자인 조셉 뱅크에 의해 식물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이어 식물원장으로 임명된 윌리엄 후커는 팜 하우스를 만드는 등 본격적으로 식물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에 주력했다. ‘큐 가든’에는 볼거리들이 많은데 3개의 식물관은 필수다. 각각 팜 하우스, 템퍼레이트 하우스, 웨일즈 왕자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곳에서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들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웨일즈 왕자관에서는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각기 다른 지구촌의 10개 기후대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큐 가든’은 단순히 꽃구경만 하는 곳이 아니다. 식물의 수집과 보존관리에 대한 열정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식물분류학 분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식물들을 보호하고 보급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생태계의 살아있는 박물관’ 또는 ‘식물의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식물의 보존에 기여하는 녹색실험실이다.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식물학자들은 새로운 식물이 발견되면 지구촌 어디라도 즉시 현장으로 달려가 표본을 채취하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해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댓가로 ‘큐 가든’은 지난 2003년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큰 영예를 안았다.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은 그의 저서 ‘희망의 씨앗’을 통해 ‘큐 가든’의 원예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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