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덕구온천호텔&콘도
600년 전통의 자연 용출 온천, 덕구 온천
백두대간의 등허리가 뻗어 내려간 곳에서 바다와 만나는 고장 울진은 겨울이 유난히 아름다운 여행지다. 컵에 담긴 물을 허공에 뿌리면 삽시간에 얼어버리는 응봉산 덕구계곡, 따끈한 온천수에 목까지 담그면 느껴지는 포근함은 찬 바람이 불어오는 이 계절에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힐링이다. 사방이 온통 눈밭인 노천온천에서 자동차를 타고 10여 분 달려 곧장 바다로 나설 수 있다면 또 어떨까? 겨울이 깊어갈수록 투명해지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이어진 죽변항 스카이레일과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울창한 해송 숲,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 그리고 후포의 등기산 스카이워크 등 울진의 명소를 둘러보며 달리는 드라이브는 겨울 여행에 방점을 찍는다.파도가 조각한 해식애, 하늘 위에서 조망하다
온천에서 몸속 가득 불어넣은 건강한 온기를 품고 본격적인 울진 나들이를 시작해볼까? 덕구온천호텔&콘도에서 멀지 않은 죽변항에는 요즘 울진에서 가장 핫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죽변등대와 드라마 세트장으로 잘 알려진 이곳에 올해 8월에 개장한 죽변해안스카이레일(054-783-8881, uj.skyrail.co.kr)이 그것.수백 년을 이어온 전설 같은 해송 숲의 향기
동해안 대부분 고장이 그렇듯이 울진 역시 바닷가 곳곳에 울창한 해송 숲이 있다. 해수욕장 뒤편 모래땅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해송은 그 품이 깊어 마치 성채(城砦)처럼 공고하고 바위처럼 강인한 느낌이다. 겨울이라는 계절 특유의 스산함으로 가득한 숲을 거닐면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귓전에 울려 퍼진다.전 세계 유명 등대를 모아놓은 이국적인 공원 산책
울진군 남쪽 후포리의 나지막한 언덕인 등기산은 요즘 주말이면 스카이워크를 걷기 위해 방문하는 외지인으로 북적인다. 지난 몇 년 사이 수많은 스카이워크가 조성되고 있지만 등기산 스카이워크만큼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드물다. 절벽 위에 바닥이 투명한 다리를 놓아 아찔함을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은 여느 스카이워크와 다를 바 없지만 등기산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정상에 후포 등대가 세워져 있는 후포등기산공원에 전 세계의 유명한 등대를 모아 조성해놓은 것. 후포리 주민을 위한 근린공원이었던 산자락을 따라 있는 공원에서는 독일 브레머하펜, 스코틀랜드 벨록, 이집트 파로스 등 여러 등대를 만날 수 있다.왕돌잠에서 깨어난 울진 대게
대게 하면 영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울진군 역시 동해안의 손꼽히는 대게 산지로 명성이 높다. 울진 앞바다에는 산처럼 거대한 암초가 모여 있는데, 이 암초가 대게의 서식지로 알려진 왕돌잠(왕돌초)인 까닭이다. 11월까지 이어지던 금어기가 풀리자 대게 조업의 전진기지인 죽변항과 후포항에 활기가 넘친다. 기다란 다리가 마치 대나무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은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잡히는 울진의 특산물로, 죽변과 후포 일원에 대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밀집해 있다. 속살이 쫄깃하고 맛이 좋아 조선 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하던 귀한 먹거리였다. 몸 전체가 붉은색을 띠어 일명 홍게라 부르는 붉은 대게 역시 대게 못지않은 맛을 자랑한다.문어, 잔칫상에 오르던 귀한 몸
울진 앞바다에는 갯바위가 많아 문어가 잘 잡힌다. 울진의 참문어는 주로 이런 갯바위 틈이나 바위에 뚫린 구멍 속에서 서식하는데, 쫄깃하면서도 연한 식감으로 식도락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문어는 보통 삶거나 말려 먹는데 예로부터 제사상이나 잔칫상에 오를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울진의 해산물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이름을 떨쳤다. 보부상과 바지게꾼 (바다에서 생산되는 소금, 생선, 미역 등 해산물을 지게에 싣고 이동하며 걷는 사람)이 울진 앞바다에서 잡은 고등어나 참문어 등을 짊어지고 가 내륙인 안동과 봉화에 공급했기 때문이다.시원하고 칼칼해 해장하기 좋은 곰칫국
흔히 곰치 또는 물곰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물미거지’라고 한다. 둥글둥글한 머리와 몸통에는 온통 반점이 흩어져 있고,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형태는 도무지 보통 물고기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양새다. 어찌나 기이하고 못생겼는지 예전에는 먹지 않고 버리는 생선이었을 정도. 누군가 이 흉한 생선에 김치를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국이 입소문을 타면서 곰칫국은 어느덧 울진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과음한 뒤 해장하기도 좋아 애주가들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변항에 위치한 명물곰식당(054-783-7575)이 곰칫국 맛집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