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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

생생지락(生生之樂)

“백지에 자신만의 풍경을
그리는 게 인생이죠”


하나로의료재단 하이랩 원장 김한겸 회원
생생지락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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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 옥토퍼스 닥터, 호기심 천국…. 하나로의료재단 하이랩 김한겸 원장의 별명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여러 분야를 섭렵해 왔다는 점에서 하나로 통한다. 김한겸 원장은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로 은퇴한 이후에도 교육, 봉사, 체육, 예술 등 다방면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 중인 그가 앞으로 어떠한 다채로운 삶을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글 박지연 l 사진 성민하

호기심 천국, 그 다채로운 세계에 대하여

2년 전쯤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한겸 원장. 20년 이상 미라를 연구한 국내 최고 미라 연구가인 그는 방송을 통해 세계 최초의 임산부 미라를 발견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데 ‘국내 최고 미라 연구가’라는 타이틀은 그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 중 일면에 불과하다.
김한겸 원장은 전 고려대학교 의대 교수이자 국내 최고 병리학자로서 몽골, 아프리카 등지의 의사들에게 첨단 의료 진단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 나눔 봉사 활동가로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한편 극지 연구가로서 대한극지의학회 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북극에도 다녀왔다. 그뿐 아니라 중학생 때부터 50년간 갈고닦은 검도 실력으로 의료계에서는 최고수인 7단을 보유했다. ‘한국의사검도회’를 창립하고 초대 회장을 맡기도 한 그는 검도로 단련된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또 몽골과 아프리카를 20여 년간 누비며 찍은 사진과 의학용 현미경 사진을 예술적으로 해석해 다수의 사진전까지 개최한 프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몇몇 성과만 꼽더라도 한 사람의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놀랍다. 김한겸 원장은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활기차게 살 수 있었을까.
“제 별명이 ‘호기심 천국’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의사라고 해서 ‘옥토퍼스 닥터’라고도 부르고요. 저는 과거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느낄 때 재미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해 ‘일단 해보자’ 라며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죠. 이런 성향이 인생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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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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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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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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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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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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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 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인생의 가치를 높여주는, 나누는 삶

타인에게 공헌하고 좋은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람은 대체로 행복감을 크게 느낀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김한겸 원장의 행복 레벨은 최상위가 아닐까 싶다. 그에게 즐거움의 원천 중 가장 큰 것은 나누고 베푸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몽골은 2005년부터 서른 번도 넘게 다녀왔습니다.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는 의료 봉사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죠. 그곳 의사들을 가르치며 친해지다 보니 한국으로 초청해 좀 더 배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요. 그래서 틈틈이 몽골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열어 얻은 수익으로 현지 의사들을 초청해 공부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10년 정도 지나니 지금은 몽골에 병리학회가 생겼어요. 저는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는 몽골뿐 아니라 아프리카 등 12개국을 다니며 현지 의사들을 교육하는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현지의 병리학 의사들을 지원하는 ‘바오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2005년부터 20년간 몽골에서 현지 병리학 의사들을 대상으로 첨단 의료 진단 기술을 전파해 의료 역량을 높이는 ‘몽골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병리 의사가 무슨 봉사를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한 의료 봉사 활동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 또한 김한겸 원장이 오랫동안 의료 봉사를 하며 얻은 값진 수확이다.
“아프리카에 의료 봉사를 다니며 찍은 사진으로 ‘아프리카전’을 열었고, 그 수익금을 전액 아프리카미래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WHO나 스칸디나비아 등 외국의 지원으로 세포 진단 기술 등 의료 기술이 향상될 수 있었거든요. 우리가 잘살게 됐으니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OECD 국가가 된다는 것은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니에요. 돈이 있다고 부자가 아니라 베풀 줄 알아야 진짜 부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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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의료봉사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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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의료봉사 활동

“제 별명이 ‘호기심 천국’입니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일단 해보자’라며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죠. 이런 성향이 제 인생을 더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삶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

김한겸 원장은 팔색조의 다채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온 것만은 틀림없다.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백지예요. 자신에게 주어진 백지에 인연과 인연이 연결되며 각자의 인생 풍경을 그려가는 거죠.”
많은 사람이 젊은 시절에는 인생의 그림을 그리고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리지만 은퇴 이후에는 모든 것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김한겸 원장이 그리고자 했던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65세까지의 삶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 이후의 계획은 없었습니다. 물론 운 좋게도 하나로의료재단 하이랩 원장으로 오게 되었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또 다른 얘기였죠. 막상 정년퇴임을 하고 나니 삶은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는 교수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난 후 더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교수로서는 은퇴했지만 그는 더욱 다채롭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하나로의료재단 하이랩 원장으로 부임한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일은 바이오뱅크 사업이다. 예전에는 떼어낸 암 조직을 그냥 내버렸지만, 지금은 그것을 분석해 질병과 유전자의 관계를 밝히고 치료약도 개발하는 등 훌륭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질병관리본부에서도 매년 100억 원 이상 투자해 바이오뱅크 사업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열정적으로 해오고 있는 김한겸 원장이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건 있습니다. 첫째,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는 거죠. 매년 건강검진을 하면서 병도 조기에 발견해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둘째, 운동과 친구가 돼야 합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모임을 하는게 좋아요. 함께 하면 다양한 사람들과 친목을 쌓으면서 건강뿐 아니라 노년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되죠. 마지막으로는 취미를 가져야 해요. 저는 사진이 취미인데, 운동도 취미가 될 수 있겠죠.”
그 또한 무엇이든 처음 할 때는 마치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김한겸 원장. 제대로 가는 건가 싶지만 지나고 보면 길이 뚫려 있더란다.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자기만의 인생 풍경이 그려지지 않을까. 김한겸 원장의 인생 풍경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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