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한줄기 기쁨 > 트렌드 탐구생활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코너

트렌드 탐구생활

‘가잼비’ 시대,
재미있으면 지갑이 열린다
트렌드 탐구생활01
‘레고트 성수’ 텀꾸 팝업스토어
국민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인기 있었던 코너가 있다. ‘웃겨야 산다!’, 예능의 기본인 웃음과 재미를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코너였다. 최근 ‘가잼비’, ‘펀슈머’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웃겨야 산다’의 의미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웃겨야 사는(buy) 소비자들 때문이다. 어떻게든 소비자(시청자)를 웃기기 위한 브랜드들의 노력을 살펴보자.

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노잼·노소비, ‘가잼비’ 성공 시대

‘가성비’, ‘가심비’가 아닌 ‘가잼비’라고?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나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심비’가 아닌 ‘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가잼비’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비슷한 의미로 소비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중요한 가치로 두는 펀슈머(Funsumer)는 fun(재밌는)과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소비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주로 심미성, 재미를 추구하고 SNS를 통해 바이럴 효과를 높이길 원하는 젊은 세대가 소비의 중심축인 펀슈머라고 할 수 있다.
펀슈머를 공략하기 위해 가장 빨리 가잼비 마케팅을 펼친 곳은 단연 식품과 유통업계다. 이들은 이색 컬래버 상품을 출시하거나 독특한 재료를 활용한 상품을 선보여 펀슈머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곰표 밀가루, 말표 구두약, 백양 메리야스 등의 브랜드가 맥주 브랜드로 등장하는가 하면, 올해는 팔도 점보도시락, 공간춘 쟁반짬짜면, 틈새 비김면 등 이색적인 컬래버에 한술 더 뜬 초대형 점보 도시락이 유행하기도 했다. 해태제과는 ‘오징어 게임’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달고나 뽑기 게임을 접목한 ‘오징어 게임 구운감자 슬림’을 출시했다.
이러한 재미 요소를 갖춘 가잼비 상품들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바이럴 마케팅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매출 신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GS25의 점보도시락 시리즈는 지난 1분기까지 300만 개가 넘게 판매되어 베스트 상품 대열에 올라섰다.*
*출처: 연합뉴스(2024. 04. 11.)

트렌드 탐구생활02

‘펍지 성수’ 서핑라이더 존

트렌드 탐구생활02

‘펍지 성수’ 서핑라이더 존

팝업스토어, ‘재미’ 없으면 안 가요

가잼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등장에 따라 팝업스토어의 콘셉트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신제품 홍보만 하거나 사은품 증정,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팝업스토어는 더 이상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이벤트를 실시하거나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재미 요소’가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8월 성수동에서 열린 ‘비레디X카시나 원더풀 팝업스토어’는 풀장 콘셉트에 라커 게임, 볼 풀장 게임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대학생 김민지 씨는 “제품 체험도 해보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포토 존도 있어 좋았는데 특히 곳곳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해 놓아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또 배틀그라운드가 오픈한 팝업스토어 ‘펍지(PUBG) 성수’에는 배틀그라운드 소형 맵 ‘사녹’을 그대로 옮겨놓았는데 아케이드 존, 서핑라이더 존, 푸드 존, 포토 존 등 다양한 체험 존으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특히 미니 서핑 체험을 할 수 있는 서핑라이더 존은 매일 수백 명이 몰릴 정도로 큰 인기였다.

펀(fun)한 상품도 공감은 '필수'

이색 컬래버 제품이 젊은 세대 사이에 인기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하거나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언론에서는 모나미 매직 음료수나 말표 초코빈, 딱풀 사탕 등이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재미만 추구했다는 이유로 ‘선 넘은 펀슈머’ 마케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품의 본질은 뒷전이고 재미만 추구하던 상품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때문에 최근에는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요즘 유행하는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 상품은 펀슈머들의 공감을 얻은 ‘가잼비’ 대표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 별다꾸 상품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로 시작해 폰꾸(폰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 신꾸(신발 꾸미기)까지 똑같은 제품이라도 나만의 취향을 반영해 유일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다.
크록스의 지비츠 꾸미기부터 휠라의 신꾸 트렌드를 반영한 ‘Made by U FILA’ 팝업스토어, 신꾸 키트와 함께 선보인 ‘MLB키즈’ 에이스러너 러닝화 등도 대표적이다. 휠라 관계자는 “Made by U FILA 팝업스토어에서 한 시간씩 앉아서 자신만의 신발을 꾸미는 20대 고객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재미는 중요하다. 그러나 본질을 뒤로한 채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웃음만 추구한다면 공허한 코미디로 끝나고 만다는 사실은 가잼비 시대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트렌드 탐구생활03

‘크록스’ 지비츠 꾸미기 (출처: 크록스 홈페이지)

트렌드 탐구생활03

‘크록스’ 지비츠 꾸미기 (출처: 크록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