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행복의 열매 > OTT 속 세상 
영화와 드라마 속 흥미진진한 경제·시사 이야기

OTT 속 세상

불안한 한국인
‘인사이드 아웃 2’의 이유 있는 흥행
OTT 속 세상01
OTT 속 세상01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9년 만에 돌아왔다. 화려한 컴백이다. ‘인사이드 아웃 2’는 KOBIS(발권) 통계 8월 21일 기준으로 876만 2,235명이 관람했다. 전작의 관람객 수(약 497만 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영화 관람의 중심이 멀티플렉스에서 OTT로 바뀌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무엇이 ‘인사이드 아웃 2’의 흥행을 이끌었을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인사이드 아웃 2’ 흥행의 중심에 있는 ‘불안’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인공 라일리의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간 라일리를 지배했던 감정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는 이 다섯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 내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수치심과 굴욕감도 느낀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반항심이 불쑥 튀어나오고, 급기야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한다.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다. 그중에서도 대장은 ‘불안’ 이다.
‘불안’은 ‘기쁨’을 몰아내고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의 주도권을 잡는다. 라일리는 만사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새 친구를 못 사귀면 외톨이가 될 텐데’, ‘경기에서 실수하면 하키팀에 들지 못할 텐데’, ‘그러면 내 고등학교 생활은 엉망이 될 테고···.’ 잘하려고 수를 써보지만 ‘비아냥의 협곡’을 지나는 순간 평범한 말도 비꼬는 말이 되어 상대방을 공격한다.
‘인사이드 아웃 2’가 거둔 성공은 툭 튀어나온 두 눈에 커다란 입,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지닌 ‘불안’이라는 캐릭터의 힘이 컸다. 특히 한국 관객들에게 ‘불안’은 특별하다. ‘인사이드 아웃 2’의 흥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감정인 ‘불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OTT 속 세상02
OTT 속 세상02
‘불안’ 캐릭터에 공감한 한국인

한국인들이 ‘인사이드 아웃 2’에 열광한 것은 새 캐릭터 ‘불안’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밉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불안’ 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 장시간 노동, 일자리 부족, 과도한 주거비 상승 등은 한국인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종종 거론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 분석」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69만 1,164명에서 2021년 93만 3,481명으로 35.1% 증가했다.
우울증 환자는 특히 젊은 연령대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대비 2021년 우울증 환자 수는 20대 127.1%, 10대 90.2%, 10대 미만 70.2%씩 각각 늘었다. 2017년에는 60대 환자가 전체의 18.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2021년에는 20대 환자가 19.0%로 60대를 추월했다. 인구 1,000명당 우울증 환자 수도 크게 늘어 2017년 13.3명에서 2021년 18.1명으로 연평균 약 8% 증가했다. 우울증이 위험한 것은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2022년 기준 25.2명(10만 명당)*으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줄고 있지만 OECD 평균(2021년 기준 11.1명)**과는 여전히 격차가 크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친구, 가족 등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해결책 중 하나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라일리의 불안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넘어가는 것을 막아줬던 것처럼 말이다.
*출처: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3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손상정보포털(2024. 03. 18.)

불안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어떨까.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실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는 내게 등을 돌릴 것이다’라는 항목에 ‘그렇다’는 답변은 2022년 39.4%에서 2024년 50.7%로 대폭 증가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에 동의하는 답변도 같은 기간 64%에서 64.6%로 소폭 증가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극심한 불안에 시달릴 때는 정신 건강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우울증 치료제의 낮은 처방률, 심리치료의 건강보험 제외 등으로 의료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7월부터 정신 건강 정책 지원을 확대했다. 2027년까지 100만 명에게 전문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을 실시한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에서 불안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불안 자체가 잘못된 감정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불안의 강도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에 따라 사회적 반응은 크게 다를 수 있다. 라일리와 ‘불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불안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인사이드 아웃 2’의 흥행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일 것이다.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