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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笑笑)한 경제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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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이 증가하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면서 ‘펫코노미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관련 산업 분야도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사료, 용품, 미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펫 헬스, 펫 테크, 더 나아가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보호자의 부재 등에 대비한 다양한 펫 금융 상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글 이장원 변호사 건설·부동산·동물 분야 전문가로, 반려동물 분야 베스트셀러 『반려 변론』의 저자다.

반려인 1,200만 명 시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행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서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가 552만 가구, ‘반려인’이 1,262만 명이라고한다. 이들 중 81.6%는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고 응답했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반려동물과 더 오래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시장도 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반려동물의 건강, 상속 문제를 고민하는 반려인을 겨냥한 ‘펫 금융’ 상품이다.
양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목돈 지출에 대비한 ‘펫 적금’, 반려동물의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한 ‘펫 보험’은 물론 보호자가 먼저 세상을 떠날 경우 남겨질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상속하기 위한 ‘펫 신탁’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할 수 있을까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가 세상을 떠나면서 반려견에게 1,200만 달러(약 161억 원)의 유산을 상속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샤넬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도 2020년 반려묘에게 120만 파운드(약 21억 원)의 유산을 상속했다.* 보호자의 사망 이후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해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법적으로 사람이 아닌 동물은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반려동물에게 직접 상속할 수는 없다. 반려동물에게 모든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취지의 유언장을 작성해도 그 유언은 무효가 된다. 남은 재산이 반려동물을 위해 쓰이기를 원한다면 반려동물을 잘 돌봐줄 ‘사람’에게 상속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신탁’이다.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오나 헴슬리도 반려견에게 유산을 직접 상속하는 대신 신탁을 이용했다.
*출처 : YTN “무심한 자식 줄 바엔” 반려동물에 유산 남기는 부자들(2024.08.21.)

소소한 경제02
소소한 경제02
펫 신탁이 무엇일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펫 신탁 상품 광고가 종종 보인다. 국내 펫 신탁 상품은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반려행복신탁’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펫 신탁은 반려인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고 반려동물을 관리해 줄 보호자를 지정하면 반려인이 사망한 후 금융기관이 새로운 보호자에게 반려동물 관리 자금을 꾸준히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반려동물에게 상속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은행이 새로운 반려인에게 한 번에 모든 자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한 데다 신탁 감독인이 있어 반려동물 돌봄에 대한 감시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나에게 문제가 생겨 반려동물이 혼자 남겨지면 어쩌지’하고 걱정하는 반려인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펫 신탁이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펫 신탁의 역사가 비교적 오래되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어 온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제 걸음마를 뗀 국내 펫 금융

현재 우리나라의 펫 신탁은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금융회사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할 역량도 부족하다. 위탁자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자신이 사망한 후 반려동물이 제대로 관리받을 수 있을지 여부인데, 지금의 상품은 적정한 양육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점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같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신탁 관계를 종료시키거나 수탁자를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제도도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펫 신탁이 조금 낯선 개념이라면, 동물 판 실손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펫 보험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다. 국내 펫 보험은 메리츠화재(펫퍼민트), 삼성화재(착한펫보험), 현대해상(굿앤굿우리펫보험), KB손해보험 (금쪽같은 펫보험), DB손해보험(펫블리반려견보험) 등 5대 손해보험사를 포함해 다수의 보험사에서 판매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용률이 저조하다. 반려동물은 진료비 수가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판단이나 보험 설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초기에는 보험사의 손해율이 커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보장 한도와 보장 항목을 적게 만들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여전히 가입률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그런데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으로 펫 금융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역사가 짧은 만큼 제도적으로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곧 긍정적 변화와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증가만큼 반려 가구도 늘어나는 지금, 펫 금융의 변화와 진화도 주목할 만한 이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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