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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게 지구촌 곳곳으로 떠난 이들의 흥미로운 여행기

지구촌 여기저기

명품 소도시
일본 가루이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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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이토 폭포
일본 여행지로 가루이자와를 추천하면 ‘어디?’ 하고 반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아직은 많은 이가 낯설어하는 지명이다. 하지만 과거부터 ‘귀족들의 휴양지’로 유명했던 소도시, 가루이자와를 소개한다. 다만, 여행을 떠나기 전 지진 주의보 확인을 추천한다.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스타들이 사랑한 도시

가루이자와는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1시간 10분 거리에 있다. 서울에서 경기도 어디쯤을 가는 정도다. 도쿄 근교지만 도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해발 1,000m의 고원에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다. 여름 평균 20℃의 기온과 상쾌한 바람, 소도시 특유의 고즈넉함은 오래전부터 일본 부호들을 불러 모았다.
가루이자와를 사랑한 스타로 알려진 이는 존 레논이다. 오노 요코와 함께 네 번이나 방문했다는 맘페이 호텔은 전 세계에서 많은 이가 방문하는 관광 명소다. 그가 투숙했을 당시 연주한 피아노가 호텔에 전시되어 있고, 레스토랑과 카페도 유명하다.
존 레논은 가루이자와를 어떻게 알고 갔을까? 가루이자와가 별장, 휴양지로 사랑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들의 역할이 컸다. 선교사 알렉산더 크로프트 쇼(Alexander Croft Shaw)는 가루이자와를 해외 인사들에게 처음 알린 사람이다. 그는 이곳에 별장을 짓고 교회를 건축했다. 가루이자와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교계에 소개되고 마침 1893년 기차로 도쿄와 연결되면서 정재계 인사와 작가, 예술인들이 가루이자와로 몰려들었다.
유명한 리조트 그룹인 호시노 리조트가 1914년 첫 번째 온천 료칸을 연 곳도 가루이자와다. 지금도 호시노 가루이자와는 이곳을 대표하는 고급 료칸(旅館)이다. 쇼 기념 예배당은 가루이자와의 아버지라 불리는 선교사 쇼가 세운 곳으로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다. 그를 기리기 위해 1903년에 세운 쇼 기념비, 흉상, 예배당, 별장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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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페이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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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페이 호텔

가루이자와 돌아보기

가루이자와 여행은 렌터카 또는 자전거를 추천한다. 기차역에서 자전거를 쉽게 빌릴 수 있는데 10분 정도 달리면 세련된 카페와 가게가 즐비한 구도심에 닿고 30분 정도 달리면 ‘백조의 호수’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구모바 호수에 닿는다. 초여름에는 초록빛 자연과 아름다운 하늘이 어우러지고, 가을엔 호수에 비친 단풍이 절경이다.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이 흰 실타래로 보여 ‘흰 실 폭포’라 불리는 시라이토 폭포는 구모바 호수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아사마산의 눈이 녹아 만들어졌다 한다. 이곳에서 휴식하고 싶다면 하루니레 테라스를 추천한다. 100그루가 넘는 나무를 살려 우드 덱으로 연결한 상점 거리로, 마음에 드는 식당과 카페에서 쉬어갈 수 있다. 기독교 역사가 일찍부터 스며든 곳이니만큼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이 많다. 먼저 언급한 쇼 기념 예배당 외에도 돌의 교회, 성 바오로 성당은 꼭 추천한다. 돌의 교회는 유명 건축가 켄드릭 뱅스 켈로그가 아시아에 설계한 유일한 건축물로,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다. 성 바오로 성당은 1935년 건축된 가루이자와의 역사적 건물 중 하나다. 영국인 신부 레오 폴 워드가 설립하고, 체코 출신 미국 건축가 안토닌 레이몬드가 설계했다. 성당은 삼각형 모양의 가파른 지붕에 목조와 콘크리트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메이지 시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유산으로는 100여 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쓰치야 사진관과 구 미카사 호텔이 있다. 구 미카사 호텔은 1906년부터 영업한 일본의 대표 호텔이며, 현존하는 일본 유일의 목조식 호텔로 가치를 인정받아 1980년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조명이나 타일 등 은 전부 영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메이지 시대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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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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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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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모바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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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오로 성당
예술을 만나는 미술관 여행

아름다운 풍광은 예술과 통한다. 먼저 방탄소년단의 RM이 좋아한다는 센주 히로시 미술관을 소개한다. 센주 히로시는 일본 전통 회화 기법을 통해 모던함을 극대화한 작가다. 이 미술관에 가면 폭포, 호반, 석벽 등 아사마산의 자연을 그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담은 작품 1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통창으로 펼쳐지는 푸른 숲과 작품의 조화는 그 자체로 힐링이다. 가루이자와 뉴아트뮤지엄(KaNAM)에서는 일본 현대미술 트렌드를 만날 수 있다. 건축가 니시모리 리쿠오가 설계한 건축물이 있고 뒤쪽 정원에는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아름다운 유리 예배당이 있다.
이 외에도 약 6,000권의 그림책을 소장한 ‘그림책의 숲’ 미술관도 힐링 장소다. 숲속 깊은 곳에 위치하며 『피터 래빗』,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초판본과 원화 스케치들을 둘러보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건너편에 목각 인형을 시대별로 전시한 에르츠 장난감 박물관도 볼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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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주 히로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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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주 히로시 미술관
먹고, 마시고, 쉬고

가루이자와 하면 호시노야를 빼놓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가장 고급스러운 료칸이니 한 번쯤 묵어볼 만하다. 지브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비현실적 느낌의 고요함과 우아함이 전해지는 료칸으로, 호텔 내에 있는 돈보노유 온천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 가능하다. 온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일본 3대 온천으로 꼽히는 가루이자와의 쿠사츠 온천도 추천한다. 식사나 쇼핑은 긴자 거리 골목을 누비다 보면 거의 해결된다. 특히 소바 맛집 시게노야의 쫄깃하고 탄력 있는 면발, 고즈넉한 산장 주막집 분위기 등이 마음 에 쏙 들 것이다.
하루니레 테라스에 있는 마루야마 커피도 추천한다. 세계 각국의 원두를 독자적인 방법으로 로스팅해 더욱 특별한 카페로, 가루이자와의 명소로 꼽힌다.
한편, 가루이자와는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마쓰리)가 열려 이곳을 찾는 여행객에게 인상 깊은 추억을 선사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단풍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나 음악회, 전통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10월경에는 미술 축제도 열린다.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열려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된다. 또 야외에서 펼쳐지는 아트 마켓에 들러도 다양한 예술 작품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9월에서 10월 사이에는 신사 가을 축제도 열린다. 이는 가루이자와 신사에서 열리는 전통적인 가을 축제로, 신사 경내에서 전통 의식과 공연이 펼쳐진다. 이 축제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며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여한다. 가루이자와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과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미식 축제도 이맘때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다.
이 외에도 가루이자와는 겨울에는 불빛 축제, 봄에는 꽃 축제, 여름에는 재즈 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열려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여러모로 숨은 매력이 가득한 가루이자와. 올가을 다시 한번 여행하고 싶은 곳이다.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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