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주인공 웡카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파는 ‘달콤 백화점’에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꿈을
품고 있다. 당장 가진 것은 낡은 모자와 단돈 12소버린이지만, 자신감에 차 있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시에는 촌뜨기들을 속이고 이용하려는 사람과 이미 터를 잡은
기득권 세력이 드글드글하다. 힘들 때마다 웡카는 엄마의 격려를 되뇐다.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됐단다. 그러니 꿈을 잃지 마.”
생일을 맞은 어린 웡카는 엄마가 카카오 열매를 모아 만들어 준 초콜릿 맛에 반해 초콜릿
가게를 여는 꿈을 갖는다. 엄마가 말한다. “최고의 초콜릿은 달콤 백화점에서 판대.”
그러자 어린 웡카가 말한다. “최고의 초콜릿은 엄마 거예요.”
웡카는 최고의 카카오 열매를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룸파랜드다. 웡카는 그곳에서 카카오 열매를 지키는 병사 움파룸파가 조는 사이에 카카오
열매를 싹쓸이해 온다. 움파룸파는 그 일로 룸파랜드에서 쫓겨나는데, 먼 훗날 이 일은
그가 웡카와 동업하는 계기가 된다.
카카오 열매는 초콜릿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재료다. 그런 만큼 초콜릿 산업은 카카오
열매의 수급에 민감하다. 카카오 열매는 소규모 농장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최근 엘니뇨*가
극심해지면서 지난해 말 서아프리카에 폭우가 내렸고,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면서 카카오 열매
작황이 좋지 않았다. 카카오나무가 노화한 데다 병충해가 겹치면서 생산량은 더욱 감소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4년 ‘코코아 시장 2월 보고서’를 통해 주요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항구에 도착한 코코아 물량이 이전 시즌에 비해 각각 28%, 35% 줄어든 것을 예로 들며,
코코아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 상승은 초콜릿이 들어간 과자, 케이크, 우유 등의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 및 주요 이슈 4월
보고서’에서 코코아 품목의 50% 가격 상승을 전망했으며, 최근 롯데웰푸드는 코코아를 원료로
한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을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엘니뇨: 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
초콜릿은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을 다량 함유해 노화 예방과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특히 카페인과 페닐에틸아민이 포함돼 정신을 안정시키고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 웡카의 초콜릿을 한입 깨물면 하늘을 날거나, 뮤지컬 넘버를 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고열량에 지방 함량이 높아 쉽게 비만해질 수 있다. 당 함량이 높아 당뇨에도
취약하고, 카페인을 과잉 섭취하면 불면증과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충치가 생기기도
쉽다. 영화 ‘웡카’에서 초콜릿 연합으로부터 초콜릿을 뇌물로 받아 ‘폭풍 흡입’한 경찰서장은
살이 너무 쪄 웡카 일당을 제대로 쫓지 못한다. 그는 뒤뚱뒤뚱 일어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2주 동안 70kg은 찐 것 같아.”
웡카는 엄마에게 세계 최고의 초콜릿을 만드는 비법을 묻지만 엄마는 “비밀”이라며 답을
해주지 않는다. 초콜릿 연합이 뇌물용으로 축적한 초콜릿을 시민들에게 돌려준 웡카는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다 우연히 엄마가 남겨준 초콜릿에서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비밀은 이거야. 중요한 건 초콜릿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다.”
초콜릿이 달콤한 것은 함께 나눠 먹을 ‘달콤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