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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실패’ 아닌 ‘시도’에 방점 찍는
디지털 소양 교육

논리적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복합적 해결 능력 키운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도 그에 맞는 속도와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디지털’은 교육 분야에서도 화두로 떠올랐고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교실은 이미 디지털 교육의 현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눈 앞에 펼쳐진 디지털 환경 안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디지털 소양 교육의 현실과 방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김지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자

‘로그인’이 출석부를 대신하는 세상

10년 넘게 교육 분야를 취재해오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변화의 바람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 학생과 교사들은 이제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만나 수업을 한다. 마우스 클릭과 로그인이 출석부를 대신하는 세상이다.
공교육 현장의 구성원들이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따로 또 같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취재원인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고됨과 피곤함을 가늠조차 못 할 정도다.
급변한 교육 현장 속에서 지난 4월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열쇠 말은 ‘미래 역량 함양’이다. 새로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소양이 읽기, 쓰기와 함께 기초 소양에 포함되고 인공지능(AI) 전문가가 각론 조정에 참여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율성 범위를 확대하고, 교육과정 개정 단계에서 국민 의견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도 구축한다.

국·영·수 못지않게 중요해진 디지털 소양

교육과정은 새로운 교과서 개발을 비롯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입시·평가 체제에 영향을 주는 기본 뼈대다. 새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소양으로 생태 전환 교육과 인공지능(AI)·디지털 소양, 민주시민 교육 등을 강화한다.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을 넘어 여러 교과를 배우고 익히는 데 기반이 되는 언어와 수리, 디지털 소양 등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소양 교육이 이제는 국·영·수 못지않게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들은 주요 교과목과 더불어 ‘디지털 세상의 인의예지’와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필수적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소양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먼저 ‘코딩’과 ‘코딩적 사고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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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소양 쌓기… ‘코딩’ 빼놓을 수 없다

미래 교육에 관심이 생긴 건 4년 전 이맘때다. 2017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웨덴 코딩 교육 전문가 카린 뉘고츠를 만났다. 초등교사 출신인 카린 뉘고츠는 당시 경기도중등정보교과교육연구회 코딩·언플러그드(unplugged) 수업 사례 기조 발제를 맡아 자신의 수업 사례를 나누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이 생겨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스웨덴 교육 방송 우에르(UR)에서 방영한 「프로그라메라메라(더 많이 프로그래밍합시다)」를 기획·진행한 그는 ‘스웨덴 어린이 코딩 교육 전도사’라고 불릴 만큼 미래 교육의 핵심은 코딩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2013년부터 스웨덴 교육부를 도와 코딩 수업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었다.
디지털 소양 교육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코딩 교육’이다. 디지털 소양이란 논리적인 입력과 출력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생겨난다. 코딩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기계에 입력하는 것을 말하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할 것인지 기계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린 뉘고츠는 디지털 교육에 대해 한마디로 “고가 장비 없어도 가능한 수업”이라고 말했다. 태블릿 PC를 비롯한 고가의 전자 기기가 있어야만 ‘디지털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단언했다.
디지털 소양을 키울 때는 값비싼 교구나 교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컴퓨터 없이 컴퓨팅하는 ‘언플러그드’ 활동이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연필이나 종이, 메모지 등 간단한 문구나 보드게임 등을 이용해서도 코딩에 필요한 사고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

‘논리적 인과관계’ 배우는 게 핵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딩 교육 등에서 중요한 것은 입력과 출력에 있어 논리적 인과관계가 맞느냐 틀리느냐다. 그렇다면 어떻게 언플러그드 코딩을 통해 명령어를 입력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출력하는 논리적 인과관계를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
메모지나 칠판을 활용해 ‘앞으로 다섯 걸음 걷기’, ‘오른팔 들기’, ‘왼쪽으로 돌아 세 걸음 돌아오기’ 등 즉석에서 입력값을 만들어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하는 활동 등은 아이들과 집이나 학교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언플러그드 활동 겸 코딩 교육이다. 어떤 동작이 코딩 과정에서 잘못 반영됐는지 살펴보거나 특정 동작을 3회 반복하게 하고 싶다는 등의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관찰력과 논리력도 키울 수 있다. 이런 활동 과정이 모두 ‘디지털 소양 교육’과 만난다.
연필을 들고 메모지에 ‘왼쪽으로 세 걸음 걸어가기’,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고 왼쪽 사람에게 인사하기’, ‘두 팔을 위아래로 세 번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고, 5초 뒤 제자리 뛰기 한 번 하기’ 등 간단한 문장을 써보는 것, 그 문장을 본 뒤 몸으로 출력해보는 과정, 명령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지향점 등을 찾아보는 언플러그드 활동이 자연스레 코딩 교육으로 이어진다.
중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듯 컴퓨터와 이야기하기 위해 코딩을 공부하는 것이고, 자신이 쓴 한 문장이 상대의 동작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생각해보며 ‘정보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틀려도 괜찮아', 재도전을 열어주는 교육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직업적 능력은 두 가지다. ‘문제 발견 능력’과 ‘복합적 해결 능력’이 그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내는 끈기와 인내력은 반복을 통해 얻어진다.
이런 점에서 ‘반복과 시도’의 교육인 코딩은 미래 세대의 디지털 소양을 키워주는 데 적합하다. 한 번 실패했다고 아이를 내치는 교육이 아닌, 수정한 뒤 다시금 시도해볼 여지를 주는 교육이다. 디지털 소양은 “너는 이 문제 틀렸으니 여기서 나가”라고 하는 매몰찬 순간이 아닌 “이 부분을 이렇게 고쳐서 다시 해보자”라고 학생들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계속해서 쌓인다.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내놓는데, 그 과정에서 명령어를 반복해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야 할 일이 많다. 사지선다 등 객관식 문제 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한 번 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코딩은 명령어를 반복해 확인한 뒤 아이들에게 다시금 도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한 문제 틀리면 95점, 70점 이하는 학업성취도 미달 등으로 줄 세우기를 하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실패’가 아닌 ‘시도’에 방점을 찍는 것이 디지털 소양 교육인 것이다.
네 살 아이가 인화된 사진을 보더니 다짜고짜 엄지와 검지를 벌려 사진을 확대하려고 손동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래 세대의 교양과 소양은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전자기기를 접하는 지금 세대에게 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루는 교육, 그에 따른 체계적인 디지털 윤리 교육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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