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경희 / 사진 이용기
역사, 전통, 야구, 민족의 얼이 담긴 곳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0년, 자그마치 한 세기를 오롯이 제자리를 지켜온 학교는 어떤 느낌일까? 대구상원고등학교로 가는 길에 품은 의문은 학교에 도착하자 과연!하는 감탄사로 바뀐다. 여느 전문 야구장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용 야구장, 한눈에도 수령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 널따란 대지와 건물들은 제각각 저마다의 세월을 품은 채 대학교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웅장함과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 기념 플래카드 역시 대구상원고의 자부심과 긍지를 대변하는 듯 사방에서 펄럭거리니 그 긴 세월에 대한 경외심이 절로 깃든다. 이렇게 좋은 날, 「The-K 매거진」에 사연을 보내 커피트럭을 초대한 주인공은 바로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박신정 조리사다. 100주년을 맞은 대구상원고에 대한 자랑, 점심시간이면 빠지지 않고 나와 학생들이며 교직원들에게 뜨끈한 국을 푸짐하게 떠주는 교장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이 듬뿍 묻어나는 사연이었다. 2023년 첫 번째 커피트럭 주인공이 된 박신정 조리사를 서둘러 만나보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이 임박한 탓에 일단 그 만남을 뒤로 미뤘다.동문들의 지극한 모교 사랑이 빚어낸 찬란한 역사
교사들은 직군 특성상 점심시간도 업무 연장으로 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과 중에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식후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탕비실이나 교무실에 비치된 커피믹스나 원두커피를 즐기는 게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딱 이때, 에스프레소 샷이 들어간 커피나 다양한 차 종류, 달콤하고 시원한 에이드는 오후 근무에 활력을 불어넣는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학생들보다 먼저 점심 식사를 마친 교직원들이 커피트럭을 에워싸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각자 원하는 음료를 받아 들고 즐거워하는 이유다. 와글와글 시끌벅적한 와중에 취재팀이 급식실을 살짝 방문해 보기로 했다.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식판에 차례대로 점심 식사를 받는 사이로 불쑥 올라온 키 큰 남자가 보인다. 위생복을 꼭 맞게 껴입은 채 국자를 든 사람이 바로 유진권 교장이다. 이름표에 적힌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대형 국통의 밑바닥까지 잘 저어 건더기가 듬뿍 들어간 미역국을 퍼주는 손길과 눈길에는 그야말로 애정이 한가득이다.오늘 아침에 대구상원고등학교 이현정 교감 선생님께서 유치원으로 전화를 하셨어요. 오늘 학교에서 교직원공제회에서 제공하는 커피트럭 이벤트가 열리니 꼭 와서 커피를 마시라고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얼마나 설레었는지 몰라요.(웃음) 말 그대로 갑자기 받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으니까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방역부터 위생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매일매일이 전쟁 같았는데 다행히 코로나19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유치원 상황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더 여유 있게 뜻밖의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어 아주 행복했어요. 예전에는 원아들과 함께 대구상원고등학교 길을 같이 산책도 하곤 했는데, 앞으로도 그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상원고등학교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맛있는 커피도 잘 마셨어요! 감사합니다.
커피트럭이 온다는 이야기는 학교 메신저를 통해 들었습니다. 박신정 조리사님께서 「The-K 매거진」에 사연을 보낸 덕분에 교직원공제회에서 커피트럭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이었지요.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사들은 물론, 급식실 직원분들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비로소 예전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점심 식사 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선생님들과 대화도 하고 휴식을 취하니까 여유롭고 좋습니다. 저희 대구상원고등학교는 자랑거리가 굉장히 많은 학교입니다. 아름다운 캠퍼스는 전문대학 못지않고, 또 개교 100주년이라는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요. 무엇보다 수많은 동문이 학교와 후배들을 적극지원해 주고 계셔서 든든합니다. 사라지는 학교가 많다는 암울한 소식 속에서 대구상원고등학교의 10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 역사가 천년만년 이어지길 바랍니다. 박신정 조리사님, 커피 잘 마셨습니다!
우리 학교 개교 100주년을 이렇게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소 우리 학교 급식이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거든요. 맛은 물론 영양소까지 전부 신경 써서 챙겨주시기 때문에 늘 맛있게 잘 먹고 있는데, 박신정 조리사님께서 이렇게 사연을 보내 커피까지 선물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학교는 식사 때마다 교장 선생님이 국을 퍼주시는데, 저희는 처음에 일회성 이벤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정말 외부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늘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국을 퍼주시는 모습을 보고 많이 감동했습니다. 개교 100주년이라는 큰 행사를 맞아 선생님들 모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구상원고등학교 교직원 모두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