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학급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경북영광학교
고등 3학년 4반 교실 게시판에는 전교학생회장 선거에 나선 한 학생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곳은 장애 학생들이 처음 사회를 마주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워나가는 특수학교다.
1995년부터 경북영광학교에서 중·고등과정 교사로 재직 중인 전인수 교사는 올해로 31년째
특수교육 외길을 걷고 있다. 오랜 경험으로 ‘장인’이라 불릴 만하지만 그는 특수교사에게
‘장인’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
“학생에 대한 깊은 이해, 전문성 함양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은
특수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 자세입니다. 특히 학생 개개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다면 즉시 채워 넣어야 해요. 사회 변화에도 늘 깨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를 깊이 고민해야 하기도 합니다. 새 학생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시작이기에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오래전, 전인수 교사가 장애 학생들에게서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깊은 외로움이었다.
경북영광학교 학생의 약 80%는 장애인 시설이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특별한 날인 생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전인수 교사는 2000년 교내 장학회를 설립했다. 특수교사들이 매달 십시일반 모은 성금과 외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 장학회를 통해 학교는 매달 학생들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수학여행비나 현장학습비 등을 지원해 왔다.
교실 안 요가 매트와 스트레칭 기구도 눈에 띈다. 활동량이 적은 장애 학생들의 척추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전인수 교사는 요가 수업을 도입했다. 요가명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요가 치유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의 사회 적응력과
협동심 함양을 위해 야영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해 스카우트 활동도 이끌었다. 학생들과 함께
전인수 교사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 온 것이다.
전인수 교사는 지역사회에도 재능을 나눈다. 2012년 귀촌을 계획하며 건축 기술을 배운 전인수
교사는 ‘배운 것을 우리 이웃을 위해 쓰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곧장 영천시에서 귀농·귀촌을
꿈꾸는 전원생활 체험학교 졸업생 40여 명과 함께 집수리 봉사단을 조직했다. 영천집사랑봉사단은
관내 저소득층 집수리, 장애인 단체 사무실 리모델링 등 현재까지 40여 차례의 집수리 봉사를 진행했다.
몇 년 전에는 경북영광학교 강당도 리모델링했다. 전인수 교사는 “기존에는 강당 벽이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컸습니다. 봉사단원들이 힘을 합쳐 강당 벽을 편백으로 바꾼 후로는
학생들의 사고 위험이 줄고, 정서적 안정감은 커졌죠”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밖에도 전인수 교사는 일반 초·중·고등학생 대상 장애이해교육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특수교육 국정 교과서를 연구 및 집필하며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힘썼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주말에는 사회에서 몸과 마음을 쓰면서도 그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봉사를 통해
얻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특수교사를 향한 지역사회의 믿음이다.
“언제부터인가 특수교육은
하나의 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외로워하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죠. 각종 활동을
통해 저는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부모님들이 특수교사를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학교, 특수교사들이 마음껏 교육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특수교사가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전인수 교사는 “꼭 해야겠나?” 하고 묻는다. 그만큼 특수교육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도 꼭 하겠다”라고 답한다면, 그는 “옳은 교사가 되어 제대로 가르쳐라”라고
당부한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후에 교직을 떠나는 날, ‘학생들을 잘못 가르쳤구나’
후회하지 않기를, 특수교사로서 자부심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며 그는 오늘도 배움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