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 사진 픽사베이
글 조은영 여행작가, 『당신이 모르는 그곳』 발행인 | 사진 픽사베이
드넓게 펼쳐진 야생 초원, 하얀 눈이 덮인 봉우리,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까지! 탄자니아는 여행자가
꿈꿀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현실로 보여준다. 1964년, 아프리카 대륙의 ‘탕가니카’와 인도양의 섬나라
‘잔지바르’가 통합해 탄생한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민족 통합의 상징이다. 수도인 도도
마보다
탄자니아의 정체성과 매력을 보여주는 곳으로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잔지바르(Zanzibar)다. 전설적
밴드 퀸의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으로 유명한 잔지바르 제도의 중심 섬인 웅구자(Unguja)는 옛
수도인 다르에스살람에서 비행기로 약 2~30분 거리에 있다.
오랫동안 포르투갈, 오만,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1,000년 이상 대륙 간 무역의 중심지였던 잔지바르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게 되었다. 유럽, 오만, 페르시아의 건축,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모습은
오늘날 잔지바르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남아 있다. 특히 과거 교역의 중심지였던 스톤타운(Stone Town)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스톤타운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쿠바나 아랍, 심지어 인도의 어느 뒷골목에 와 있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잔지바르 어디에서나 바다를 감상할 수 있지만, 가장 눈부신 물빛은 능귀(Neungwi) 해변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적 해변으로 손꼽히는 이곳에는 낭만적인 레스토랑, 바, 호텔이 즐비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잔지바르 해변
잔지바르 해변
세렝게티 국립공원(Serengeti National Park)은 탄자니아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자연보호구역이다. 건기가 시작되면 누(wildebeest) 떼가 마라강을 건너 마사이마라의 초원으로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빅 파이브’를 찾아 관찰하는 드라이브다. 빅 파이브는 사자,
코뿔소, 코끼리, 표범, 버팔로를 일컫는다.
이 외에도 얼룩말, 기린, 가젤, 타조, 하이에나 등 다양한 동물이 삶의 터전인 광활한 초원을 자유롭게 누비는
야생 그대로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특히 사파리 투어 중 초원에서 맞이하는 황홀한 석양과 벅찬
일출 그리고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을 선사한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탄자니아와 케냐 국경 인근에 솟아 있는 거대한 성층화산*이다. 적도 가까이에
위치하지만 정상 부근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어 ‘검은 대륙의 하얀 산’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다른 고산에
비해 등반 난도가 비교적 수월해 전문 산악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많이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장 완만한 ‘마랑구 루트’조차 최소 4박 5일 이상의 일정이 필요하므로, 킬리만자로 등반을 계획한다면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킬리만자로의 자연을 만끽할 방법은 다양하다. 등반 루트의 첫 번째
산장까지 왕복하는 짧은 트레킹을 즐기거나 인근에 위치한 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푸는 것이 대표적이다.
온천 지역에서는 여유로운 카페 투어만으로도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킬리만자로의 본격적인 여행 성수기는 6월부터 시작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미라 상태로 얼어붙은 표범의 사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궁금하다면, 킬리만자로 정상 등반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성층화산: 다양한 화산 분출물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원뿔 모양의 화산
킬리만자로
응고롱고로
킬리만자로
응고롱고로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이웃한 응고롱고로(Ngorongoro)는 약 2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된 거대한 타원형
분지다. 칼데라**의 넓이만 여의도의 약 31배에 이른다. 사바나, 숲, 계곡, 칼데라 등 다채로운 화산지형을
자랑하며, 태초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분화구 중앙에는 분홍빛 플라밍고가 서식하는 마카투 호수가 있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수많은 플라밍고가 우아하게 날아오르는 모습은 그야말로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조심스럽게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면 산들이 병풍처럼 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파리 차량을 타고 야생동물을 만나는 드라이브는, ‘세상을 관찰하고 배우는 탐험’을 뜻하는
스와힐리어 ‘사파리’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응고롱고로에는 특별히 마사이족의 거주가 허용된다.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마사이족의
전통생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분화구 주변 보마 마을을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상업적 측면도
엿보이지만, 마사이족과의 만남은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탄자니아로 향하는 길은 아직 직항편이 없어 다소 멀게 느껴진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따라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카타르 도하 또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경유해야 도착할 수 있지만,
탄자니아는 분명 그 모든 수고로움을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부디 당신의 버킷 리스트에
탄자니아가 추가되기를 바란다.
**칼데라: 화산 대폭발 이후 2차적으로 형성된 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