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글 이성미 l 사진 성민하
국어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한다. 2023년 용암중학교에 부임하며
사서 업무를 겸하게 된 권지연 교사가 도서관 한쪽에 국어 교실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2006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그는 늘 책과 함께 수업을 진행해 왔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문학을
친근하게 느끼고 작품 속에서 삶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간다.
“문학작품 안에는 한 사람의 온전한 삶이 담겨 있습니다. 문학이 주는 가르침은 어떤 교과서의
이론보다 훌륭하고 따뜻하며 때로는 날카롭기까지 하죠. 그래서 저는 수업에 가능한 한 많은
책을 활용합니다.”
권지연 교사에게 문학이 인생이라면 시는 처방전과 같다. 그는 국어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시를 낭송하고,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시 처방하기’, 시 구절이 담긴 티셔츠 제작 등 다채로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도록 보듬는다.
“‘시 처방하기’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자신이 처방한 시를 낭송하며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를
전했는데, 듣고 있던 다른 학생이 울음을 터뜨리더라고요. 고민의 주인공이었던 거죠. 친구의
진심이 담긴 시 처방이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인 듯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문학작품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위안을 얻으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가로서 그는 학생뿐 아니라 더 많은 이에게 위로를 건넨다. 권지연 교사는 작가 플랫폼에
학생 및 학부모 상담, 교육 관련 글을 꾸준히 게재했으며, 2024년에는 그 글들을 모아 수필집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를 출간했다. 학생들을 향한 그의 진심은 전국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권지연 교사는 에세이 출간을 계기로 교육 공동체와의
소통을 더 넓혀 왔다. 특히 학교, 교육청, 서점 등에서 북 토크를 열며 인성교육과 독서 활동의
중요성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2023년에는 도서관을 『불편한 편의점』 작품 속 공간으로 꾸미고,
작가와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 편의점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함께 소통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권지연 교사는 매일 아침 운동복 차림으로 학교에 온다. 학생들의 “선생님, 아침 일찍 와서 저희랑
휴대폰 게임 해요!”라는 끈질긴 요청에 “배드민턴을 친다면 함께하겠다”라고 답하며 교내 ‘조기
배드민턴회’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대신 건강한 활동을 고민한 끝에 2023년 시작된
배드민턴 모임은 이제 전교생이 참여하는 용암중학교의 특별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는 매주 점심시간 이후 ‘운동장 데이트’도 진행한다. 2020년 코로나19로 교사와 학생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지자, 권지연 교사는 탁 트인 운동장에서 걷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통해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도 학생들이 편안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학생들은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 후에도 그는 꾸준히 ‘운동장 데이트’를 이어가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
매일 아침 일찍 학생들과 운동하고 점심시간까지 할애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지만, 권지연 교사는 이를 ‘일이 아닌 삶’으로 여기기에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게 교육은
매일의 꾸준함으로 만들어가는 행복인 것이다.
“과거 북 토크에서 ‘선생님의 교육에서 발효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발효의 원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발효에는 시간과 재료가 필요하듯, 곰곰이 생각한 끝에 ‘매일 아침 출근길에
아이들 이름 부르며 기도하는 것’이 그 원천이라는 답을 내렸습니다. 교사가 된 후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과 선생님들을 위한 기도를 해왔거든요. 특별하진 않지만 그 꾸준한 정성과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져 오늘날 ‘스승상’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권지연 교사의 삶이라는 문학작품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아마 ‘감사’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음에, 청소년기 학생들 곁에서 따뜻하고 정직한 어른으로 노력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 또 교사의 진심을 알아주는 교장 선생님, 묵묵히 교육 현장을 지키는 동료 교사와
교직원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의 꾸준함과 감사는 앞으로도 학생들의 삶에 알맞게 익은
행복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