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정민 l 사진 김성진
글 하정민 l 사진 김성진
“If you cannot do great things, do small things in a great way.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면, 위대한 방식으로 작은 일들을 해라)”
이수열 교사가 마음에 담고 있는 좌우명이다. 교육과정 집필을 비롯해 교수학습법 개선, 연구
자료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사의 핵심 역량 강화에 힘써온 이수열 교사는, 30년이 넘는
교직 생활 동안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육의 본질적인 물음을 놓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길을 고민해 왔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려고 합니다. 시험 문제 하나를
내더라도 학생들의 실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문제를 내기 위해 여러 번의 선별
과정을 거쳐요. 수업 교재는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원서와 연설문 등 교과서 밖의
자료를 많이 활용하고요.”
교육 현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영시 쓰기도 끝없는 고민의 여정 속에 나온 결과물이다.
어떻게 수업할지 보다 더 고심하는 것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이다. 방식이 아무리 좋아도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면 배움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 이수열 교사의 신념이다. 그래서 꺼내 든
것이 동시대성을 이야기하는 책과 글이다. 얼마 전에는 중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파미네이션』과
삶의 의미를 논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원서에서 일부를 발췌해 수업 자료로 썼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를 가깝게 받아들일까 고민하다 우리 삶과 밀접한 흥미로운 콘텐츠로
다가가 보자 했죠.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는 원서라도 자신들의 삶과 관련이 있는 책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관심을 보여요. 다행히 저와 마음이 통했는지 유심히 듣더라고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이기도 하고요.”
소통의 배움은 수업의 본질을 공감대 형성과 존중에 뒀기에 가능했다. 교육 또한 사람 간의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타인에게 받는 존중과 관심은 한 사람의 성장에 굉장히 중요한 자양분이 돼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일이거든요. 아이들이 먼 훗날까지 기억하는 건 그날 배운 영단어가
아니라 선생님이 보낸 눈길일 거예요.”
깊이와 폭이 남다른 수업은 학생들뿐 아니라 주변 교사들에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이수열 교사의
수업은 타 학교 교사들이 참관을 올 만큼 모범 사례로 꼽힌다. 매해 타 교과 교사도 참관할 수 있는
지역 교육청 단위의 공개수업을 열고 여러 학술 대회에서 창의적 수업 사례를 발표하며 자신의
수업 철학과 기술을 공유했다. 수업 이론과 사례를 담은 『교실 이야기를 담은 영어 읽기 지도』,
『2022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영어과 교육과정』 등 여러 권의 영어 교육 관련 도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수열 교사의 아낌없는 나눔은 특히 교사들의 성장을 돕는 연수 강의를 10여 년간 꾸준히
해온 것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초임 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을 잘하는 인기 있는 선생님이 목표였죠. 하지만
점점 내가 터득하고 배운 것을 잘 정리해 다른 선생님들도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전국을 다니면서 교사 대상 연수를 해요. 선생님들이 제 수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창의적이고 흡입력 있는 수업 방식은 대학에도 소문이 나 이수열 교사는 목포대학교, 공주대학교
등 대학에도 출강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목원대학교 겸임교수로 임용돼 ‘영미문화’를 강의하며
학생들이 교사가 갖춰야 할 안목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었다. 넓어진 활동 반경만큼 할
일은 배가 됐다.
“어느덧 삶의 80% 정도가 교사로서의 삶이 됐어요. 교사는 가르치는 것만이 아닌 배우는 사람이기도
해요. 아이들보다 늘 앞서야 하므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제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먼저 인생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제 가이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