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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상 수상자 인터뷰

스승상 특수 수상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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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김진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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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교수는 한국 여자 양궁 ‘신궁 계보’의 시작점에 선 인물이다. 그는 남다른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국제 무대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을 육성하며 경기장 밖에서도 국위 선양에 힘쓴 그의 교육은 미래의 ‘신궁’을 키워내는 토대가 되었다.

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세계 정상에서 캠퍼스까지, 활을 지킨 지도자

오늘날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이름이 세계에 뚜렷이 각인된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엘리트 체육 활성화라는 기조 아래 우리나라 스포츠의 저변이 확대되던 시기에 양궁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제도·환경·인식 모든 것이 미비하던 시절, 척박한 훈련 여건에도 묵묵히 활시위를 당기며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린 이들이 있었으니, 김진호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1979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기록경기 부문 5관왕을 차지한 그는 한국 여자 양궁을 세계에 선도적으로 알린 주역이다.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비롯해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양궁의 눈부신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는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라는 위상을 굳건히 지킬 수 있도록 선수들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995년부터 한국체육대학교에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매진해 온 그의 교육자 인생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제가 한국체육대학교 4회 졸업생입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선수들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됩니다. 오전 6시부터 체조로 하루를 열어 아침 훈련, 학교 수업, 오후 훈련 그리고 야간 훈련까지 숨 가쁘게 이어지죠. 해양 훈련, 산악 훈련, 동·하계 전지훈련도 예외 없이 진행됩니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금도 야간 훈련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운동장으로 향합니다.”
전문 실기 교수인 그는 아침 훈련부터 야간 훈련, 전지훈련과 현장실습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현장형 교육자’다. 돌이켜보면 처음 활을 잡은 날부터 지금까지 개인적인 취미조차 누릴 틈 없이 오직 ‘양궁’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교육자로서 그의 활동 영역은 캠퍼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대한양궁협회 이사, 한국체육회 이사 등 다양한 단체 활동을 통해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양궁계를 이끌어갈 후학들이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훈련과 진로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꾸준히 힘썼다. 2023년부터는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체육계의 학술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스승상 대학 수상자4
스승상 대학 수상자5
스승상 대학 수상자4
스승상 대학 수상자5
기록을 남긴 활, 사람을 남긴 스승

김진호 교수는 한국체육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선수 생활과 학업을 병행한, 그야말로 ‘준비된 교육자’였다. 그는 ‘여자 양궁 메달리스트의 찾아가는 양궁체험교실’ 같은 재능 기부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양궁 저변 확대에도 힘쓰며 가르침과 실천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 성장한다’는 의미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고사성어는 그가 지금도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이는 그가 학생들에게 단순히 경기력 향상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한국체육대학교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엘리트 체육의 길을 걸어온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들이다. 김진호 교수는 이미 뛰어난 기술적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지도와 상담을 제공해 왔다. 그는 실기교육뿐 아니라 교양과 인성교육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영어, 한문, 글쓰기 등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강조하며 학생들이 경기장 밖의 삶 또한 성공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학생이나 학부모님들께도 운동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자기 스스로 생활을 관리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 경험들이 쌓여 경기 중 순간적인 판단력을 높이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선수들은 눈부신 활약을 펼쳐 보였다. 특히 임시현 선수는 단체전, 혼성전,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석권하며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뚫고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것은 김진호 교수에게 더없는 기쁨이자 보람이다.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소식은 그의 헌신에 대한 의미 있는 응답이었다.
“양궁 외길 인생을 걸어오며 인격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힌 김진호 교수. 다음 세대 양궁 선수들이 세계를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 순간에도 그의 따뜻한 가르침은 늘 곁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다.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