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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2 Vol.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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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청소년 환경교육으로
지속 가능한 지구를 꿈꾸다

서울 숭문중학교 신경준 환경 교사

신경준 교사는 환경 교사를 한국 교육계의 ‘멸종위기종’이라 부른다. 자연생태계에서는 500개체 수 미만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는데, 전국 50만 교원 가운데 환경 교사는 고작 37명이기 때문이다. 그중 서울 유일의 환경 교사인 그는 아이들이 환경문제를 스스로 탐구하고 실천하도록 꾸준히 이끌어왔다.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많은 사람에게 환경교육의 필요성도 열심히 설파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꿈꾸며 오늘도 ‘앎을 삶으로’ 지식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아름답고 부지런한 노력을 만나본다.

박현채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환경교육을 받고있는 학생들(2019)

생태 용량을 초과한 위기의 지구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어제보다 오늘 더, 내일은 더 그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들의 자원을 소비하는 속도가 해마다 눈에 띄게 빨라지는 까닭이다. 2021년 7월 29일은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가 발표한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다. 생태 용량 초과란 인간이 사용하는 물·흙·공기 같은 자원의 소비가 지구의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다섯 달 동안 미래 세대의 것을 더욱 당겨쓰며 2021년을 마무리한 셈이다.
신경준 교사가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한국환경교사모임은 그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육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지구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환경 정의를 실천하는 지구 시민 양성을 위해, 현재와 미래 청소년의 환경 학습권 보장을 위해 환경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환경 교사들의 목소리가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말 그대로 환경 재난 시대예요. 동해안 산불로 큰 시름에 잠긴 지금, 지구촌 곳곳의 산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최근 몇 년 사이 호주·아마존·그리스·터키 등에서 대형 산불이 났잖아요. 나이지리아와 중국은 홍수로, 미국은 토네이도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고요. 기후 위기는 말할 것도 없어요. 북극권 시베리아에서 초여름에 영상 38도를 기록하는가 하면, 캐나다에선 한겨울에 22도까지 올라가는 이변이 일어났죠. 지구 공동의 집에서 그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어요.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시대, 학교에서의 환경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더 많은 환경 교사가 필요한 이유

해외에서는 ‘위기’와 ‘재난’에 대응하려는 환경교육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다. 영국 노스오브 타인(North of Tyne) 지역은 학교마다 환경 교사 한 명씩을 배치했고, 이탈리아는 초·중·고 전 학년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기후환경을 교육하도록 의무화했다. 핀란드는 환경 과목을 선이수 9학점으로 제도화하기도 했다. 호주의 고등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든 학교는 이미 환경 과목을 배우고 있고,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140만 명이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학교의 모든 과목에서 기후생태를 가르치도록 교육기본법이 바뀌었어요. 한국환경교사모임 소속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에코 주니어’ 3,700명이 온라인 국회토론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환경교육’을 이야기한 것이 법 개정에 큰 도움이 됐죠. 하지만 갈 길이 멀어요.
‘에코 주니어’의 지구촌 전등끄기 활동(2016)
2022년 현재 전국 50만 교원 가운데 환경 교사는 37명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서울에선 제가 유일하거든요. 담당 과목에서 기후생태를 가르쳐야 하는 타 과목 교사들은 체계적인 환경교육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에겐 더 많은 환경 교사가 필요합니다.”

지식에서 실천으로, 앎에서 삶으로

환경교육은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원은 ‘감성’이다. 생물종 다양성을 배우면서 환경 감수성을 기르는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단원인 만큼 이 과정을 배우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린다. 다음 단원은 자원과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는 ‘지식’, 그 뒤를 잇는 단원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시스템 사고’다. 이후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는 ‘환경 정의’ 단원으로 연결되고, 마지막으로는 생활 속에서 직접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는 ‘행동과 실천’으로 귀결된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슨 일을 하든 환경에 대한 감성과 인식이 밑받침돼야 하는 시대다. 학생들이 환경문제를 사회·문화·경제적 논점에서 폭넓게 이해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환경교육이다. “수업 첫 주에 환경 키워드 조사 발표 시간을 가져요. 의류 쓰레기, 플라스틱 수프, 업사이클링, 파리기후협약 1.5도 RE100, ESG, 생태 백신…. 아이들이 발표한 이 주제들로 1년 수업을 꾸려갑니다.”

실천과 맞닿은 환경 수업의 힘

‘행동과 실천’ 단원이 아니어도, 신경준 교사의 모든 수업은 ‘실천’과 맞닿아 있다. 교내 생물 종 카드를 만들어 꽃과 나무와 새의 이름을 알게 하고 하루 15분 이상 흙길을 걸으며 꽃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들어보게 하는 것, 각자 집에서 자기만의 작은 식물원을 만들게 한 뒤 그 공간들을 수업 시간에 소개하며 함께 즐기는 것 등 환경 감수성은 이런 과정에서 길러진다.
“‘자원과 에너지’ 수업을 통해선 ‘미세먼지 프리존’을 만들었어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해봤는데, 아침에 물걸레로 청소하는 게 하루를 가장 깨끗하게 보내는 방법이더라고요. ‘환경 정의’ 수업 땐 아이들의 제안으로 안경값이 한 달 월급과 맞먹는 캄보디아에 각자의 폐안경을 기부했어요. 페트병 생수를 사지 않는 실험도 해봤는데, 92명의 학생이 일주일간 320ℓ의 물을 아꼈습니다. 그렇게 절약한 비용을 아프리카에 식수를 지원하는 구호단체에 후원했죠.”
환경 실천이 몸에 밴 숭문중학교 학생들은 가족에게 에너지를 절약하라고 잔소리를 하곤 한다.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전해 들을 때마다 그는 매번 가슴이 뛴다.

문학과 놀이 예술이 녹아든 융합 수업

신경준 교사의 수업은 말 그대로 ‘융합 수업’이다. 밤섬 람사르습지에 관해 공부하면서 밤섬의 경관을 묘사한 정약용의 한시 ‘하일용산잡시(夏日龍山雜詩)’를 알려주고,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난지도 이야기를 하면서 정선이 그린 난지도 ‘금성평사(錦城平沙)’를 소개하는 식이다. 놀이도 심심찮게 한다. 그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착한 에너지 탐험’은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전국 2만 명 학생이 해마다 이 게임을 즐긴다. 어디서든 연락이 오면 그가 직접 택배를 이용해 대여해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을 ‘제로 에너지’로 디자인한 뒤 모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빙하가 사라지는 내일」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네 컷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문학과 놀이와 예술이 그의 수업에 모두 녹아 있다.
“수업에서 파생된 동아리가 꽤 있어요. 밤섬 수업을 하면서 ‘밤섬의 기억’이란 이름의 숲속의 오케스트라가 생겼고, ‘자원과 에너지’ 단원을 마친 뒤 ‘플라스틱 히어로’라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 동아리가 생겼죠. ‘기후행동’은 기후 위기 수업 후에 생긴 팀이에요.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행동’에 동참하는 친구들입니다.”

절약하는 삶, 행복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

신경준 교사의 첫 전공은 건축학이다. 대학에서 태양광 건축을 공부하다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건축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서 환경교육을 새로 공부했다. 숭문중학교 환경 교사로 부임한 건 200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업 도중 속보로 접했는데, 때마침 ‘우리 집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원자력은 과연 안전할까’ 등을 학습하던 그와 아이들은 생생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때부터 전기에 의존하는 삶을 바꿀 방법에 대해 새롭게 공부했다. 2013년 중학교 기술 교과서의 대안에너지 관련 내용을 분석한 논문을 작성해 원자력에 관한 오류를 수정하는 결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환경 교사는 매 순간 환경적 사고를 해요. 길을 걸을 때도, 물건을 살 때도, 방을 청소할 때도 환경에 대한 생각을 놓을 수 없지요. 피곤하긴커녕 그런 삶을 사는 게 참 좋아요.”
그가 생각하는 행복은 ‘절약’ 속에 있다. 지구 공동의 집에서 모두가 함께 행복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아껴 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다행히 전망은 밝다. 환경교육을 통해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과정을 모두 알고 나면 그리 많은 것을 소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미래의 주인공이다. 절약을 체화한 그들이 지구의 앞날을 환히 비출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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