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숭문중학교 신경준 환경 교사
글 박현채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생태 용량을 초과한 위기의 지구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어제보다 오늘 더, 내일은 더 그 빚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들의 자원을 소비하는 속도가 해마다 눈에 띄게 빨라지는 까닭이다. 2021년 7월 29일은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가 발표한 ‘지구 생태 용량 초과의 날’이다. 생태 용량 초과란 인간이 사용하는 물·흙·공기 같은 자원의 소비가 지구의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다섯 달 동안 미래 세대의 것을 더욱 당겨쓰며 2021년을 마무리한 셈이다.더 많은 환경 교사가 필요한 이유
해외에서는 ‘위기’와 ‘재난’에 대응하려는 환경교육의 발걸음이 매우 빠르다. 영국 노스오브 타인(North of Tyne) 지역은 학교마다 환경 교사 한 명씩을 배치했고, 이탈리아는 초·중·고 전 학년에 일주일에 한 시간씩 기후환경을 교육하도록 의무화했다. 핀란드는 환경 과목을 선이수 9학점으로 제도화하기도 했다. 호주의 고등학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모든 학교는 이미 환경 과목을 배우고 있고,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140만 명이 환경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정했다.지식에서 실천으로, 앎에서 삶으로
환경교육은 다섯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원은 ‘감성’이다. 생물종 다양성을 배우면서 환경 감수성을 기르는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단원인 만큼 이 과정을 배우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린다. 다음 단원은 자원과 에너지에 대해 공부하는 ‘지식’, 그 뒤를 잇는 단원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시스템 사고’다. 이후엔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는 ‘환경 정의’ 단원으로 연결되고, 마지막으로는 생활 속에서 직접 환경 프로젝트를 수행해 보는 ‘행동과 실천’으로 귀결된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환경을 이야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슨 일을 하든 환경에 대한 감성과 인식이 밑받침돼야 하는 시대다. 학생들이 환경문제를 사회·문화·경제적 논점에서 폭넓게 이해하게 함으로써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가 지향하는 환경교육이다. “수업 첫 주에 환경 키워드 조사 발표 시간을 가져요. 의류 쓰레기, 플라스틱 수프, 업사이클링, 파리기후협약 1.5도 RE100, ESG, 생태 백신…. 아이들이 발표한 이 주제들로 1년 수업을 꾸려갑니다.”실천과 맞닿은 환경 수업의 힘
‘행동과 실천’ 단원이 아니어도, 신경준 교사의 모든 수업은 ‘실천’과 맞닿아 있다. 교내 생물 종 카드를 만들어 꽃과 나무와 새의 이름을 알게 하고 하루 15분 이상 흙길을 걸으며 꽃을 바라보고 새소리를 들어보게 하는 것, 각자 집에서 자기만의 작은 식물원을 만들게 한 뒤 그 공간들을 수업 시간에 소개하며 함께 즐기는 것 등 환경 감수성은 이런 과정에서 길러진다.문학과 놀이 예술이 녹아든 융합 수업
신경준 교사의 수업은 말 그대로 ‘융합 수업’이다. 밤섬 람사르습지에 관해 공부하면서 밤섬의 경관을 묘사한 정약용의 한시 ‘하일용산잡시(夏日龍山雜詩)’를 알려주고, 과거 쓰레기 매립지가 있던 난지도 이야기를 하면서 정선이 그린 난지도 ‘금성평사(錦城平沙)’를 소개하는 식이다. 놀이도 심심찮게 한다. 그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착한 에너지 탐험’은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전국 2만 명 학생이 해마다 이 게임을 즐긴다. 어디서든 연락이 오면 그가 직접 택배를 이용해 대여해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을 ‘제로 에너지’로 디자인한 뒤 모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빙하가 사라지는 내일」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네 컷 만화를 그리기도 한다. 문학과 놀이와 예술이 그의 수업에 모두 녹아 있다.절약하는 삶, 행복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
신경준 교사의 첫 전공은 건축학이다. 대학에서 태양광 건축을 공부하다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건축 경기에 찬바람이 불면서 환경교육을 새로 공부했다. 숭문중학교 환경 교사로 부임한 건 200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업 도중 속보로 접했는데, 때마침 ‘우리 집 전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원자력은 과연 안전할까’ 등을 학습하던 그와 아이들은 생생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때부터 전기에 의존하는 삶을 바꿀 방법에 대해 새롭게 공부했다. 2013년 중학교 기술 교과서의 대안에너지 관련 내용을 분석한 논문을 작성해 원자력에 관한 오류를 수정하는 결과를 끌어내기도 했다.'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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