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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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2 Vol.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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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섬진강 벚꽃길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 맑은 물이 옥토를 적시며 흐르다 쉬어가는 땅, 마침내 이곳 구례에 눈부신 꽃비가 내린다. 미풍에 흩날리는 연분홍 꽃잎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전망 좋은 산 정상의 암자, 울창한 강변 대나무숲 그리고 TV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에 등장했던 고택 쌍산재까지 구례가 품은 아름다운 춘경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제공 구례군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섬진강 벚꽃길 섬진강 벚꽃길

섬진강 벚꽃길 따라 산책해 볼까요

전라남도 구례군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고장으로 북으로는 남원시, 남으로는 하동군과 인접해 있어 전북과 경남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외지인들에게 구례는 화엄사, 천은사 같은 고찰과 함께 The-K 지리산가족호텔이 위치한 산동면의 산수유 군락지 등으로 유명하지만 4월에는 반드시 섬진강 변을 찾아야 한다. 실핏줄처럼 흐르며 남도땅을 적시는 개울물이 모여 섬진강을 이루고, 그 물이 다시 수백 리를 달려 바다로 나서기 전 숨을 고르는 땅. 어느 시 구절에서 보았던 것처럼, 누군가 김매는 촌부(村婦)의 그을린 이마에 훤하게 꽃등을 달아줄 것만 같은 고장 구례에서 섬진강에 가야할 이유는 무얼까? 연분홍 벚꽃들이 봄의 절정을 노래하는 이 순간을 목도하지 않고서는 남도의 4월을 제대로 만끽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섬진강 변에 펼쳐지는 꽃비 내리는 풍경은 구례10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춘경이다. 순천완주고속도로 황전I.C로 나와 구례읍내 방향으로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문척교를 건너면 벚꽃 드라이브 코스가 시작된다. 섬진강이 구례의 진산 오산(鰲山)의 치맛자락을 휘감아 흐르는 구간에 이르면, 수십 년 묵은 커다란 벚나무들이 화사한 꽃터널을 이룬 채 여행자를 인도하고 있다. 당연히 이 구간에 이르게 된다면 차에서 잠시 내려 꽃길을 산책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10여 년 전만 해도 벚꽃 시즌이 되면 도로 양쪽으로 가득 주차된 차들이 많아 보행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지금은 주차장(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733-3)과 산책로가 조성되어 꽃놀이를 즐기기에도 더 없이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다.

하늘과 맞닿은 암자, 오산 사성암

하늘과 맞닿은 암자, 오산 사성암 섬진강을 굽어보고 있는 오산은 해발 531m로 그다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지리산 남서쪽의 구례읍과 섬진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근사한 경치 때문에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게다가 자동차로 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땀 흘려 가며 등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장점. 물론 주말이나 벚꽃이 만개하는 시즌에는 자동차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문척면 죽마리의 섬진강 옆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는 편이 좋다. 바로 이 오산에는 백제성왕 22년인 544년에 연기조사가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암자 사성암(구례군 문척면 사성암길 303)이 숨겨져 있다. 원효대사, 의상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한 곳이라고 하여 사성암(四聖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오산 정상의 절벽에 곡예를 하듯 절묘하게 매달린 사성암의 전각들은 툭툭 불거져 나온 바위들 사이에 건립되어 있어 더욱 신비감이 느껴진다. 이 바위 중 하나에는 높이 3.9m의 마애여래입상이 음각 기법으로 새겨져 있는데 10세기 초의 것으로 추정된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20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입상은 유리광전 건물 뒤편으로 난 통창으로 볼 수 있다.
사성암 유리광전 사성암 유리광전
다시 섬진강 변으로 내려와 강 너머로 가보자. 17번 국도변에 울창한 대나무숲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길이가 약 600m에 이르는 이 대숲은 일제강점기 사금을 채취하는 금광촌이 있던 자리로 당시 모레가 유실되었던 곳에 대나무를 심어 지금은 구례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밤에는 대숲 사이로 이어지는 호젓한 탐방로를 따라 설치된 조명시설을 통해 반짝이는 별빛의 바다에 빠져드는 환상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섬진강 대숲길 입구에는 SNS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카페 라플라타(구례군 구례읍 산업로 270)가 위치한다. 섬진강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 좋은 카페이므로 한 번쯤 들러도 좋을 곳이다.

여백이 아름다운 고택 쌍산재

구례에서 외지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고택으로는 토지면에 위치한 곡전재와 운조루가 꼽히지만, 요즘은 쌍산재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인 ‘윤스테이’ 촬영지로 등장한 쌍산재(www.ssangsanje.com)는 사실 오래전부터 전통가옥을 활용한 숙박시설로 명성이 높았다.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자리 잡은 이 고택은 집주인의 고조부의 호 ‘쌍산(雙山)’을 따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입구를 통과하면 왼편 관리동 건물에서 입장료 1만 원을 받는다. 입장료에는 웰컴 티(커피 혹은 차) 값이 포함되어 있다. 뒤돌아서면 안채, 사랑채 그리고 건너채 등이 보이는데 대부분의 방문객은 이 건물들의 마루나 그 앞에 놓인 평상에서 커피와 차를 마신다. 입구에서 가깝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곳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관리동과 장독대 사이로 난 오솔길을 밟아 몇 걸음만 올라가면 울창한 대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서정이 기다린다. 여기서 티타임을 가져도 좋지만 죽노차밭길이라 명명된 오솔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보길 권한다. 지리산 숲 속에서 온천을 즐기고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휴식을 원한다면 The-K 지리산가족호텔(061-783-8100)을 추천한다. 2020년 말 전체 리모델링으로 내부와 외관 모두 깔끔하고 리조트 형 호텔로 주방에서 간단한 조리도 가능하다.
쌍산재 관리동 쌍산재 관리동
호서정 호서정
The-K 지리산가족호텔 The-K 지리산가족호텔
쌍산재의 백미는 ‘여백’에 있다. 총 9채의 건물을 거느리고 있는 쌍산재를 품은 부지의 면적은 무려 16,000㎡에 달할 정도로 넓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을 것으로 짐작하고 들어왔던 사람들도 차 마시고 산책하며 대숲의 청량함에 젖었다가 새초롬하게 피어난 동백꽃을 감상하느라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아침 11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입장을 마감한다는 점 염두에 두도록 하자.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관일이다.
화엄사 화엄사

지리산이 품은 고찰 두 곳

구례에 왔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찰 두 곳이 있다. 화엄사와 천은사가 바로 그곳이다.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한 화엄사는 고색창연한 각황전을 비롯하여 4점의 국보, 5점의 보물을 보유한 사찰로 천년이 넘는 장구한 세월 동안 여러 차례 증축과 재건을 거듭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중에서도 국보로 지정된 각황전의 경우 현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목조건물로 정면 7칸, 측면 5칸 규모로 지은 2층 건물은 그야말로 웅장함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천은사는 지난해 산악구조대가 등장하는 TV 드라마 <지리산>과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알려졌지만 앞서 소개한 화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로 꼽히는 명찰이다. 828년 인도 승려 덕운이 창건한 천은사 역시 보물 제2024호 극락보전을 비롯해 수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계곡을 가로질러 무지개다리처럼 놓인 수홍루는 지리산의 빼어난 산세와 함께 어우러져 절정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천은사 수홍루 천은사 수홍루
구례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섬진강과 지리산이 내놓은 별미

  • 사찰에서 유래된 건강한 먹거리, 산채정식

    산과 들에서 나는 다양한 종류의 봄나물과 버섯을 주재료로 풍성한 상차림을 선보이는 산채정식은 지리산이 내놓은 가장 건강한 웰빙 먹거리다. 구수하게 끓여낸 된장찌개를 비롯해 각종 장아찌류, 도토리묵, 생선구이, 깻잎, 명이나물 등에 갓 지은 고슬고슬한 솥밥이 더해지면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산나물은 주로 절에서 채식을 위해 사용하는 식재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파일을 앞두고 절을 방문하면 대접받을 수 있는 식사가 대부분 산채비빔밥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밥에 다채로운 색의 향긋한 제철 나물을 얹고 그 위에 고추장과 고소한 참기름을 몇 방울 넣어 비비면 이만한 별식은 또 없을 것이다. 구례에서는 화엄사 진입로 주변과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에 산채 전문 식당이 모여 있다.
  •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지리산 산닭구이

    지리산의 들녘에서 키운 촌닭은 육질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어 먹기 편할 뿐 아니라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지방 함량이 적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실제로 산닭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구례의 식당들은 야외에서 방사해 키운 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촌닭으로 조리하는 산닭구이는 간을 했지만, 양념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닭고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며, 팬이 아닌 불판에 직화로 굽기 때문에 기름이 쏙 빠져 담백하기까지 하다.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테이블 위에 차려진 반찬의 색감이 어우러져 오감이 즐거운 먹거리로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산닭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는 산동면의 산들좋은촌닭과 당골식당 그리고 토지면의 당치민박산장 등이 있다.
  • 속살에서 수박 향이 나는 섬진강 은어

    비린내가 없고 담백한 맛 때문에 섬진강 주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은어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은어는 한반도를 비롯해 주로 극동지방에 서식하는 몸길이 20cm 가량의 어류로 바다에서 태어나 월동하던 치어가 벚꽃이 필 무렵인 4월부터 하천으로 올라와 상류로 이동하면서 여름 동안 성장하게 된다. 속살에서 수박향이 난다는 은어는 예부터 그 맛이 좋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왕실 진상품으로 여겨져 왔는데 현대에 와 양식이 가능해지면서 맛보기가 쉬워졌다. 곡성, 구례를 거쳐 하동과 광양 사이를 흐르며 바다로 나가는 섬진강은 바로 이 은어의 주요 서식처이다. 은어는 보통 양념을 가미해 찜으로 먹거나 바삭하게 튀겨 먹기도 하는데 구례읍에 위치하는 남촌회관, 전원가든 등에서 은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