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라희 / 사진 김성진
글 정라희 / 사진 김성진
인간은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다. 자원봉사는 내 시간을
다른 이들과 나누며 우리 사회를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를 정부 정책으로 활성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국 245개 자원봉사센터를 아우르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한국
YMCA와 서울시자원봉사센터를 거쳐 올해 초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부임한 김의욱 센터장은 시민운동으로서 자원봉사를 실천해 온 전문가다.
“대학 시절에도 야학으로 자원봉사를 했지만, YMCA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으로서의 자원봉사를 업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가 저에게는
무척 중요한 과제였어요.”
그가 YMCA에 근무하기 시작했던 초창기의 과제는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환경보호였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자원봉사의
개념과 범위는 점차 확장되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뿐 아니라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등 재미와 관심사를 따라 행하는 봉사 활동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역할의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실리적인
봉사 활동도 자원봉사의 동기가 된다. 개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재미와 실리도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중요한 동인(動因)이다.
“과거에는 봉사 활동을 할 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태도를 권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의
봉사 활동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에 든 카메라로 찍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SNS에 올려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죠.
그런 점에서 요즘 사람들의 자원봉사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제도 안에 자원봉사 활동이 들어온 것은 1995년부터다.
당시 5·31교육개혁이 발표되면서 중·고등학생의 자원봉사 활동이
의무화되었다. 김의욱 센터장은 그때의 변화가 ‘지식뿐아니라
인성교육 측면에서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봉사는 생활로서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삶의 태도로 익혀나갈 수
있는지를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일의 가치를 익히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자원봉사를
통해 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학생들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고, 교과서에는 없는 삶의 가치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원봉사 활동이 대학입시와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문제는 자원봉사 활동을 교육에 접목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
도입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한쪽 면은
성적을, 다른 면은 인성과 학습 태도 등을 기록하는데, 과연
지성과 인성은 별개의 것일까요? 지식교육은 교실에서, 인성
교육은 봉사 활동 현장에서 한다는 기계적인 구분이 오히려
봉사 활동을 형식화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의욱 센터장은 2015년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시절부터
‘학교 교육에서의 청소년 봉사 학습 체계화’에 대한 논의를
공식적으로 다루어왔다. 그와 의견을 같이하는 이도 많았다.
2016년부터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청소년 봉사 활동’을
‘청소년 봉사 학습’으로 바꾸고, 체계화된 학습 과정을 설계해
서울시 각 학교에 전파했다.
“봉사 경험이 체계화되면 사회에서 중요한 인재로
성장할 자원을 키울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에서 기대하는 인재들의 역량으로 ‘4C’, 즉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꼽는데, 이는 공교육의 목표와도 연결됩니다.”
하지만 대학입시 제도 변화에 따라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의무 시간이
순차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창의적체험 활동’의 운영 방식을
학교 자율에 맡기면서 봉사 활동 의무 시간도 사라진다. 실제로 코로나19 전후로 청소년 자원봉사자
수는 대폭 줄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지금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1365 자원봉사포털’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 14~19세 자원봉사자 수는 711만 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34만 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의욱 센터장은
“대학입시 제도 공정성 강화는 중요한 일이지만, 형식적인
봉사 활동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봉사 경험을 할 기회마저 없앤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한다.
김의욱 센터장은 “청소년에게 자원봉사가 필요한 이유는 다양하다”라고 언급한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배려는 물론 일상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자원봉사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대다수 가정이 한 아이를 키우는데요, 봉사
활동은 자라는 아이들이 사회적 존재로서 건강한 관계를 맺을 기회를 줍니다.
각자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호의를 베풀고 받을 수 있는지를 배워
가는 거죠. 이 또한 살아가는 데 반드시 익혀야 할 중요한 능력입니다.”
지난 7월 28일에 열린 ‘2023년 제2회 사회복지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자원봉사 필수과목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자원봉사가 필수과목으로 도입되려면 시일이 걸리겠지만, 김의욱
센터장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현재는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자원봉사는 삶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진로 체험 현장이기도 합니다.
교과목 중 하나로 자원봉사를 배우는 것도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더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의욱 센터장이 생각하는 자원봉사는 사람들의 삶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기에 청소년 시기에 더욱 다양한 봉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자원봉사를 이어갈 동력으로 ‘내 안의
부캐(부캐릭터) 찾기’를 꼽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과
어우러질 때, 각자의 내면은 물론 삶의 외연도 넓어진다. 그래서
그는 강조한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 시기의 자원봉사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알아가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