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기 있던 스타일이 다시 유행해 옷장을 뒤지는 일이
요즘 부쩍 늘었다. 그러나 대개 옷장 속에 찾던 것이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 많은 사람에게 옷은 너무나 손쉽게
사고 버리는 물건이 됐기 때문이다. SPA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이런 소비 습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그래서 연말을
맞아 공제회원들을 초청해 우리의 의류 소비 습관을 돌아보고,
새활용 기업 ‘애니레프트’와 함께 헌 옷으로 패션 소품을
만들어보며 활용법을 배워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성민하
가치를 위해 버려지는 멀쩡한 옷
매년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이 중 730억 벌이 팔리지
않고 소각된다는 통계가 믿어질까. 의류 회사들이 기껏
만든 옷을 희소성 유지와 관리비 절감을 이유로 처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 옷을 만들기 위해 생산한
원단, 부자재 폐기량까지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의 쓰레기가
의류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는 판매되지
않은 의류는 재사용, 재활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정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무분별하게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지 말고, 가진 것을 활용해 새로운 쓰임을 찾아야 한다.
애니레프트는 이런 의류산업의 현실을
직접 마주한 패션디자인학과 졸업생 3명이 합심해 만든
브랜드로 기업 유니폼, 대학교 과 점퍼 등을 활용한 패션
아이템 제작과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새활용 기업이다.
‘핫플’에서 체험하는 새활용 클래스
이번 친환경 DIY 클래스는 두 번째 행사로 많은 회원이 참가
신청을 했다. 그중에서 환경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문화
체험을 원하는 4인이 선정됐다.
행사에는 애니레프트의 대표 3인이 모두 참석해 회원들이
의미 있고 재밌는 수업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에 만들어본
아이템은 스트링 파우치와 키링이다. 특별히 연말을
맞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게 각종 와펜과 키링 부자재를
활용해 한층 화사하게 꾸며봤다.
애니레프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난 후 회원들은 각자
준비한 헌 옷을 ‘검사’ 맡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만드는
파우치와 키링의 특성상 신축성이 좋거나 너무 얇은 소재의
원단은 부적합하기에 사전 확인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공지를 잘 숙지한 덕분에 모두 자신이 준비한 의류를
활용할 수 있었다.
헌 옷을 파우치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재봉선을 모두 해체하는
‘원단화’ 작업이 필수다. 살살 바느질된 부분을 뜯어내자
입체적이었던 옷이 슬슬 다시금 원단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 연말 기분을 내줄 와펜은 재단한 원단 위에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순서상 훨씬 편해 모두 신중하게 와펜을 이리저리
얹어보며 디자인을 고민했다. 트리, 종, 산타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재료를 보니 연말이 체감됐다.
밑 작업을 모두 마치고 바느질을 시작하니 다들 집중했다.
스튜디오에는 음악 소리만 흘러나오고 모두가 바느질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자신의 옷이 재탄생되는 순간인 만큼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았다. 파우치는 얼추 모양을 갖추었고, 이제는
키링을 만들 차례. 키링은 자신이 가져온 원단으로 만들거나
애니레프트가 준비한 원단을 이용해도 된다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한 회원은 “조금 색다르게 해보고 싶어요”라며 한복 원단을 골랐다.
다른 회원들은 파우치와 같은 원단으로 세트 상품을 만들었다. 옷을 재단해 부속품을 끼우면
완성되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평소에 자주
구매하는 키링이 완성되니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지막 회원이 미싱 박음질이 끝나자 2시간 동안 이어진 수업이 모두 끝났다.
수업 마지막에는 옷을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
만든 노트북 파우치도 선물 받았다. 남은 재료로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훌륭한 품질에 다들 이리저리 상품을 신기한 듯 둘러봤다.
수업을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회원들은 각자가 만든 파우치와 키링을 바라보며 집에서
가져온 헌 옷의 놀라운 변신에 감격했다.
이제는 낡은 것, 유행이 지난 것이라고 무작정 버리고 새로
사는 것만이 답이 아닌 시대가 됐다.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것에 더욱 주목하며 옷장 속 헌 옷을 다시 한번 둘러보자.
애니레프트 미니 인터뷰
Q 애니레프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애니레프트는 같은 패션디자인학과 졸업생 3명이 모여 만든 기업으로
버려지는 기업 유니폼과 대학교 과 점퍼 등을 활용해 패션 소품을 만듭니다. 2020년에 창업해 올해로 4년 차를 맞았습니다.
Q. 지금까지 협업한 기업은 어디인가요?
A. 협업한 첫 번째 기업은 한일시멘트로 입지 않는 헌 유니폼을
60주년 기념 홍보물로 새롭게 제작했어요. 한화생명 사원들은
옷을 활용해 맞춤 굿즈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Q.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A. 저희는 기존에 과 점퍼 새활용 프로그램인 ‘새활용지기’를 기수제로
운영해 왔는데, 12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정기 행사로 진행하고자 합니다.
Q. 설립 4년 차를 맞았는데,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인가요?
A. 참가자분들이 새활용을 처음 접하면서 너무 쉽고 재밌었다는
후기를 남겨주실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아직도 새활용을 잘 모르는 분이 많이 계셔서 더 많은 분이 새활용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