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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속 세상

반려동물은 이제 우리 가족
‘오늘도 사랑스럽개’
고현정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 남자친구가 첫 키스를 기대하며 꽃과 함께 입술을 내민다. 이 로맨스에 친구들이 손뼉 치고 환호성을 지를 때, 그 모든 것이 당혹스러운 해나. 몸은 얼어버리고, 세상은 정지하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된다. “오빠, 미안해!” 한마디를 던지고 그는 파티장을 박차고 나온다. 그러면서 이렇게 독백한다. “이번 연애도 이렇게 끝났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사람이 개로 변한다고?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키스하면 개로 변하고, 재차 키스하면 사람으로 변한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담은 이야기다. 원작은 이혜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던 로맨스 웹툰이다. 키스와 변신은 동화의 오래된 테마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는 벨의 키스를 받고 다시 왕자로 돌아온다. 신데렐라는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마법이 풀린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사람이 아닌 그 무엇으로 변하고, 변신한 그 무엇인 상태로 가족과 함께 지낸다는 이야기 줄기는 카프카의 『변신』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어디선가 본 듯하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토리다.
드라마의 주인공 해나네 가문은 오래전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다. 이 저주에 따르면 개가 된 상태에서 처음 키스한 상대와 다시 한 번 키스를 해야 저주를 풀 수 있고, 100일 안에 저주를 풀지 못하면 영원히 개가 된다.
임용고시에 합격해 고등학교 선생님이 된 해나는 술에 취한 나머지 실수로 동료인 ‘서원 쌤’에게 입을 맞춘다. 서원 쌤은 평소 이유 없이 자신을 멀리하는, 한없이 불편한 남자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단 하나, 개가 된 상태에서 서원 쌤에게 키스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남자, 보기와 달리 개를 무서워한다. 알고 보니 서원 쌤은 개 공포증이 있다. 해나는 과연 무사히 저주를 풀 수 있을까?

개도 우리 가족, ‘팻팸족’ 확산

‘오늘도 사랑스럽개’에는 주인공만큼이나 비중 있는 등장인물이 있다. 해나가 강아지로 변신했을 때를 연기한 강아지 ‘피나’다. 견종은 요크셔테리어 믹스견인 코리안테리어다. 피나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웬만한 배우보다 화려하다. 영화 ‘멍뭉이’, 드라마 ‘마스크걸’에도 나왔다.
사랑스러운 가족이 개로 변하고, 강아지 혼자 길을 활보하고 다녀도 전혀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은 이제 한국인에게 반려견은 이미 생활 속 존재이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552만 가구, 반려동물 양육자는 1,262만 명이나 된다. 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 중 반려견을 키우는 비율은 75.6%이며 이는 2위인 반려묘의 27.7%를 압도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교감 선생님은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을 ‘만득이’라 부르며 자식과 같이 애지중지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제 반려견을 직접적으로 ‘우리 아이’라 칭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펫팸족(Pet+Family)이라 부른다. 더 나아가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일시하거나 아예 자신과 동일한 인격체로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신조어가 펫 휴머나이제이션(Pet Humanization), 펫미족(Pet=Me)이다.

고현정
동물의 생명도 소중히 생각하는 사회

시민들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동물 학대를 목격했을 때 ‘국가 기관(경찰, 지자체 등)에 신고한다’(54.3%)와 ‘동물보호 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한다’(45.6%)가 가장 많았다. ‘학대자에게 학대를 중단하도록 직접 요청한다’(24.5%)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학대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약함’이란 응답이 42.8%로 가장 높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반려동물 소유자 의무교육’에 대해 89.1%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려동물 양육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드라마 속 서원 쌤처럼 개에 대한 불신이 크고, 싫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꿔 생각하면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려견 보호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도 된다.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2023 반려동물 시장 업종 트렌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반려동물 전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2019년 1분기 대비 241% 증가한 2조 2,730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펫푸드 시장에는 전통적인 전문 업체 이외에 CJ, 하림, 신세계 등 대기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1월에는 ‘개 식용 금지’ 법안도 발의됐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사라져야 할 식습관’ 사이에서 설왕설래하던 문제가 드디어 법적으로 판가름 지어진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반려동물을 시작으로 달라진 동물권을 향한 사회의 인식 드러난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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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