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은실 푸드 칼럼니스트
글 장은실 푸드 칼럼니스트
마라탕은 쓰촨(사천) 지방 음식인 마오차이(冒菜)에서 유래했다. 흔히 아는
훠궈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골처럼 푸짐하게 끓여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1~2인용 찌개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라탕이 시작된 계기도 많은 재료를
준비해야 하고 양이 많아서 다 먹기가 부담스러운 훠궈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훠궈의 육수는 크게 홍탕과 백탕으로 구분하며, 다양한 풍미를 위해 토마토,
버섯 등도 재료로 쓴다. 훠궈는 재료를 한 번에 넣고 끓이는 형태가 아니라
육수를 끓이다가 원하는 재료를 하나씩 샤부샤부처럼 살짝 익혀 먹기에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고, 다양한 조합의 소스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마라탕과 다른 점이다.
몇 해 전부터 인기 메뉴로 자리 잡은 마라탕. 처음엔 매운맛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인기를 끌더니 이제 떡볶이에 견줄 만한
초·중·고등학생 필수 간식, 나아가 한 끼 식사로 자리매김했다. 학원가에
마라탕 식당이 우후죽순 생기는 걸 보면 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을 아이들이
먹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마라탕 재료를 보면
꽤 건강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배추, 연근, 푸주(말린 두부), 버섯, 숙주 등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도 마라탕 속 다양한 채소는 잘 먹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마라탕의 양념 베이스를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탄수화물
위주의 재료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많이 넣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건강하게, 위에 부담스럽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요새는 대형 마트에 마라탕 재료가 잘 갖춰져 있어 어렵지 않게 집에서도
그 맛을 재현할 수 있다. 다만 자극적인 국물이 걱정된다면 국물을 줄여
마라샹궈 느낌으로도 즐겨보자.
토핑 재료를 다양하게 넣기보다 마라탕에 딱 어울릴 만한 몇 가지 재료와
비장의 소스만 준비하면 라면보다 끓이기 쉬운 것이 마라탕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마라소스인 ‘라오간마’는, 일명 할머니의 비법 소스로 중국 식재료
전문 마트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몇 해 전 이 라오간마 소스를
선물 받아 겨울 제철인 굴과 새송이버섯만 넣고 물을 조금 부어 먹었더니
아주 간단하고 맛있는 마라탕이 완성되었다. 의외로 브로콜리나 연근, 우엉
등의 뿌리채소와도 잘 어울리니 이 만능 소스만 있다면 집에 남은 냉장고
속 채소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마라탕 하면 떠오르는 기본 재료는 소고기,
양고기 등 육류인데 새우나 굴, 가리비 등 해산물을 활용해도 개운하고 담백한
맛이 강한 소스와 만나 극강의 감칠맛을 만들어낸다. 육류를 즐기지 않는 이도
해산물을 활용하면 더없이 맛있는 마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보통 마라탕에
중국 당면이나 푸주를 넣어 탄수화물을 대신하는데, 라오간마 소스로 만드는
마라탕은 밥에 비벼 먹기에도 좋다.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얼얼한 맛의 마라 음식을 먹고
나면 꼭 단 음식이 당긴다. 마라탕집 옆에 탕후루집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하지만 탕후루는 과일과 설탕, 당분의 조화 그 자체! 얼얼하고
자극적인 마라탕을 먹은 뒤 혈당을 치솟게 만드는 탕후루를 먹는다면,
자주 먹기에는 매우 위험한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평소에는 그릭
요거트에 꿀을 조금 첨가해 먹거나 단맛이 가미된 두유를 먹을 것을
추천한다. 강한 매운맛과 자극적인 향신료로 다친 위를 보호할 수 있고,
자꾸 당기는 마라탕의 맛을 중화시킬 수 있다. 몸에 좋은 음식이 미감까지
만족시키기는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가 먹거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건강식도 얼마든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재료 | 떡볶이 떡 400g, 양파 0.5개, 대파 0.5개, 어묵·양배추 적당량씩, 매운 고추 3개 소스 재료 마라소스 2큰술, 두반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굴소스 1큰술, 설탕 1큰술, 물 200ml |
• 재료 | 그릭 요거트 80g, 오이 1개, 훈제 닭가슴살 100g, 게맛살 70g, 피칸· 허브 약간씩, 후추 약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