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서울대학교 의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의대 출신 현역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이자 통합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겸임교수. 신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확한 건강 정보와 각종 질환의 오해와 진실을 소개한다.글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서울대학교 의대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의대 출신 현역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이자 통합의학박사, 서울대학교 의과 대학 겸임교수. 신문,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정확한 건강 정보와 각종 질환의 오해와 진실을 소개한다.
수면 문제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적 문제와 연관이 깊다.
우울증의 원인으로 수면 부족을 꼽을 만큼 잠은 심신의 건강을 위해
중요하다. 불면증 환자의 증상을 조사해 보면 과반수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고 있으며, 우울증 환자의 3명 중 2명이 불면증을 호소한다.
또 수면 부족으로 발생 되는 질병 중 하나는 심혈관질환이다. 혈압은 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중에 10% 정도 떨어지는데 오랫동안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2017년 서울대병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중증의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정상인의 17배인데, 불면증 환자의 사망
위험도 8배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치매에 관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와
타우(tau) 단백질이 늘어나고 염증반응, 시냅스(synapse) 변화를 통해 신경
퇴행이 일어난다. 그 때문에 학계에는 불면증을 겪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이 최소 1.5배에서 최대 6배가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수면은 면역체계, 대사, 호르몬, 세포 기능 등에 관여한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할 경우 신체의 염증 반응을 높여 암 발생 위험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숙면이 보약’이라는 말은 그저 건네는 덕담이 아니라 우리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습관으로 봐야 한다.
불면증은 흔히 잠들기 힘들고, 수면 중 자주 깨는 습관이 대표적 증상이다.
이런 수면 패턴으로 낮에 어려움을 겪는 것까지가 불면증의 양상이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3주 이상 지속될 경우 보통 불면증으로 진단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이라 한다.
불면증의 중증도는 주로 불면증으로 일상생활에 곤란함을 겪는 일수로
파악하는데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잠자는 시간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자다가 깨는 시간의 길이와 깨는 횟수 ▲깨고 나서 다시 잠들 때까지의
어려움 ▲낮 동안의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불면증은 단순히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수면
습관 개선,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의 삼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불면증 자체가 질병인지, 다른 질병의
증상으로 불면증이 나타나는 것인지를 파악하려면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만약 단순히 수면 습관이 문제라면 약물은 최소로 복용하면서 습관
교정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한다.
수면제에는 중독의 위험이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 때문에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길 수 있어 심리적 의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의의
처방과 지속적인 관찰이 반드시 요구된다.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에 효과가 입증된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인지행동치료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치료법은 자극 조절 치료(stimulus control therapy)이다. 구체적으로는 침실 환경, 취침 시간 등
수면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자극 조건을 조절해 수면의 질을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간다’거나 ‘침실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행동 지침을 정해, 침실은 잠을 위한 곳이라는 인식을
스스로에게 심어주고, 그 외 시간은 침대에서 보내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올바른 수면 리듬 형성이다.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만들면 우리 신체와 뇌가 수면 패턴에
맞춰 활동을 준비한다. 휴일이라고 지나치게 늦게 자거나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는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적당한 숙면에 도움을 주는 만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이 추천할 만하며, 겨울에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수영이나 실내 운동을 시도해 보자. 반면 카페인과 알코올은 잠을 방해한다.
적은 양의 카페인이라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카페인을 많이 함유한
녹차, 홍차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서양에서는 숙면을 목적으로
잠자기 전 술을 마시는 ‘나이트 캡(Night Cap)’이라는 문화가 있는데,
술이 깨면 잠도 같이 깨기 때문에 결코 좋은 습관은 아니다.
건강관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수면 습관 개선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불면증 치료법과 숙면을 위한 규칙적 습관을 통해
겨울철 불면증을 극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