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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대의 ‘생태전환교육’

지구야 변하지 마라, 우리가 변할게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생태전환교육’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생태전환교육이란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해 생각과 관점을 바꾸는 교육을 말한다. 새로운 교육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생태전환’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수용해왔던 삶의 방법을 의심하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한 총체적 변화를 추구한다.

정건화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문명적 전환에 버금가는
사회 전환을 추구하는 생태전환교육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2019년 9월 26일 ‘기후 위기 시대, 미래 세대를 위한 협력과 공동 노력을 위한 「생태문명 전환도시 서울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2019년 12월 26일 발표한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중장기 계획」은 이 공동선언과 연결되는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선언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2019년 9월 23일)’가 개최되던 시점에서 채택되었고, 서울시 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계획도 서울시 교육감이 청소년이 주축이 된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인 ‘청소년 기후 소송단’과 면담을 한 후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등교 거부 시위 이미지 이 과정에서 등교 거부 시위를 하고, 소송을 제기한 청소년 학생들이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의 새로운 정책 수립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다소 놀라운 사실이다. 여기에 앞서 지난 2018년 8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호소하며 시작한 등교 거부 시위가 전 세계 청소년들의 참여와 지지를 받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커다란 목소리로 확대됐다. 청소년 기후 소송단의 행동은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생태전환교육’이란 표현 역시 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의 공동선언에 근거한 것이다. 공동선언 내용 9개항 중 첫 번째 항과 마지막 항에는 ‘생태적 전환’, ‘생태문명 사회로의 대전환’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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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기후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가 우리의 어린이,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때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적 전환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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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시 교육청은 생명과 생태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구현하고 생태문명사회로의 대전환을 위해 근본적이고 담대한 변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환경교육을 넘어 생태전환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태전환교육은 ‘심각한 기후변화에 근원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환경보호 개념을 뛰어넘어 인식 전환과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문명적 전환에 버금가는 사회 전환, 즉 기존 산업문명으로부터 생태(친화)적 문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과 가능성을 위한 교육이며, 강조점은 ‘전환(transformation)’에 놓인다.

코로나19 이후,
더 넓고 깊은 변화의 성찰이 요구되는 사회의 도래

현재의 코로나19 상황 역시 전환의 필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심각한 환경 재난은 현재의 산업문명에 내재한 시스템적인 한계와 오류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재난이다. 이는 개인의 실천이나 부분적인 정책 변화 혹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넘어섰다. 근래에 들어 인수 공통 감염병은 왜 빈번하게 창궐하는 것일까. 질병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말라리아나 전염병, 조류독감 등은 항상 숲과 야생동물에게 나와서 인류에게로 향했으며 우리에게 알려진 야생동물 바이러스는 불과 1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신흥 질병은 4배나 증가했고, 이는 열대우림 파괴의 필연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만들어낼 무서운 결과에 대한 지구의 경고에, 환경교육은 해법을 제시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사회에 ‘변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생태전환교육은 단순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환경문제를 다른 관점과 태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인간과 자연, 현재의 글로벌 사회경제 시스템과 지구의 행성적 한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 문제 관련 이미지

학교의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가 전환과 연대의 배움터가 되길

그러면 생태전환교육의 핵심 원리는 무엇일까? 생태전환교육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 가능한 생태문명을 위해 생각과 행동의 총체적 변화를 추구하며, 지속적으로 생태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생태 소양’을 갖춘 시민, 즉, ‘생태 시민’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생태 시민은 전 지구적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생태환경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시민을 말한다.
생태 소양 교육은 ‘생태 이성’과 ‘생태 감성’을 고루 갖춘 통합적인 접근이 핵심이다. 생태전환교육은 교과과정에서의 통합성 제고, 다양한 분과학문적 지식의 통합, 지식-태도-행동의 통합, 교실과 학교, 학교와 학교 밖 지역사회 간 협력을 추구한다. 작게는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개인의 작은 실천도 포함되며, 햇빛 발전과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통해 탄소 배출 제로 학교 환경을 구축하고, 학교급식에서 채식선택제를 시행하는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함으로써 삶과 행동의 변화를 지향한다.
아울러 생태전환교육은 기후 위기를 대비하는 유네스코의 ‘지속가능발전교육(ESD 2030;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for 2030)’의 목표와 일치한다. ESD 2030에서도 ‘교과과정을 넘어 교실로’, ‘교실을 넘어 학교로’,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등 삶과 행동의 전환을 실천하는 주체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과 통합적 노력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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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마을, 지역사회가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환과 연대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태전환교육과 환경교육의 방법론적 차이는 무엇일까? 그 결정적 차이는 교육을 구성하는 다양한 개별 요소라기보다 그 요소들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관념 혹은 인식, 이른바 ‘패러다임’이라고 불리는 사고틀의 전환과 관련된다. 생태전환교육은 전체론적 접근을 지향한다. 생태와 환경의 개념적 차이를 빌려 설명하자면, 환경이란 식물·동물 등 유기체를 둘러싼 외부, 대상이자 조건이라 할 수 있고 생태는 유기체 간의 그리고 유기체와 그 조건, 대상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다. 참고로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집대성한 ‘생태(학)’란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 언급한 ‘자연의 경제(Economy of Nature)’ 원리에 관한 지식의 체계를 의미한다. 즉, 모든 개체는 저마다 다른 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고, 그 관계가 존재의 본질적 부분을 구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생태적 사고는 물·대기·토양·생물 등의 지구 생물권과 생태계의 조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전환교육은 기존의 환경교육과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기존 교육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통합적으로 재구성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태전환교육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 기후 위기 상황을 다루면서, 과학 중심의 환경교육을 넘어 윤리·철학·경제·정치 등의 영역까지 교육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심각한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사회 경제 시스템의 전환, 과학과 기술을 넘어 문명과 문화의 전환을 위한 교육이다. 따라서 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등 분과학문 주의에 기반한 교육을 넘어서는 통합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또한 생태전환교육은 에너지 전환 교육을 포함한다. 현재 약 7.5억 톤(CO₂eq)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의 87%를 차지하는 화석 연료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반 교육이 진행된다. 에너지를 과다 소비하는 성장 위주의 시스템을 에너지를 아껴쓰는 시스템으로 바꾸고, 대도시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한 로컬 푸드, 먹거리 순환 경제 교육도 병행된다.

* 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 Carbon dioxide equivalent) : 온실가스 종류별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수치로 표현한 지구온난화 지수인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

기후 위기를 인식한 첫 세대,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코로나19를 통해 온 세상의 일상이 동시에 대부분 멈춰섰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누구도 이런 경험을 미리 예측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겪는 상황은 일종의 ‘검은 백조(Black Swan)’와 같은 사건이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무수한 과거 사실의 집적인 통계만으로는 아무 것도 증명되지 않는다’라는, 경험주의적 인식의 한계를 지적하기 위해 사용했던 개념인 ‘검은 백조’는 수리통계학자이자 사상가인 나심 탈레브(Nassim Taleb)에 의해,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지만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과 비용을 치르게 하는 사건’으로 재해석되었다. 그리고 검은 백조 사건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는 ‘미래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인식과 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점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는 기존의 방식과 똑같이 행동하게 되므로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태전환교육은 우리가 직면한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 위기라는 시급한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문명적 전환에 버금가는 관점과 태도의 전환을 시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태전환교육은 기존 교육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교과, 교육과정, 교육 방식, 교육 행정, 그리고 교육 주체들이 익숙한 관성과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육 내용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 자체를 전환하는 전환교육이어야 한다. 생태전환교육은 교육 현장에서 기존의 교과, 교육과정, 교육 방식에 대한 교사들의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동시에 생태전환교육은 교육지원청, 교육청 차원에서 교원의 역량 강화와 탄소 배출 제로 학교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어 가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따라야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존의 관성처럼 하향식 방식으로 선언되고, 학교 현장에 실행을 강요하는 교육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신 생태전환교육은 ‘진화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통해 그 내용이 채워지고 구체화되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생태전환교육’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으로 평가되어 그 이름에 값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생태전환교육이 기존 환경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실천을 통해 그 내용이 채워져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며 학생들이 이렇게 외쳤다. “지구야 변하지 마라, 우리가 변할게!”. 기상학자 조천호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세대는 기후 위기를 인식한 첫 번째 세대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생태전환교육은 미래 세대에 대한 우리의 무책임을 반성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조금이나마 감당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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