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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상담소

왜,
기대했던 사교육 효과
나타나지 않을까요?

학부모들이 매월 지불하는 사교육비의 ‘가성비’는 기대만큼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성적이 대부분 중하위권인 고등학생 몇 명을 상담했는데 공통점이 보인다. 대학 입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과목(국어·영어·수학)의 성적이 부진해 사교육을 시켰는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공통점이 중요한데, 모두 학교 진도와는 상관없이 다른 교재를 가지고 별도의 진도를 나가는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박재원(사람과 교육연구소 부모연구소장)

왜, 학교 진도와 학원 진도가 다를까?

사교육의 효과가 기대했던 만큼 나타나지 않자, 한 학부모가 자녀와 함께 대책 마련을 위해 연구소로 상담을 하러 왔다. 상담 당시 아이와 나눈 대화는 대략 이런 식이다.
Q&A 중 Q 이미지

학교 진도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니?

Q&A 중 A 이미지

네, 잘 이해가 안 되는 것도 많고 어려워요.

Q&A 중 Q 이미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학교 진도 공부에 도움이 되니?

Q&A 중 A 이미지

잘 모르겠어요. 도움이 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래요.

Q&A 중 Q 이미지

학원에서는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다른 교재를 가지고 진도를 나가지?

Q&A 중 A 이미지

네, 그래요.

Q&A 중 Q 이미지

학원 진도를 따라가면서 공부하는 건 도움이 되니?

Q&A 중 A 이미지

숙제도 많이 하니까 도움이 되겠지요.

Q&A 중 Q 이미지

공부한 게 헛수고가 아니라 도움이 되려면 이해-기억- 활용의 사이클이 완성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어떤 것 같니?

Q&A 중 A 이미지

학교 수업보다 이해는 잘 되지만 기억하고 활용하는 것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Q&A 중 Q 이미지

학원에 가고 숙제도 많으니 학교 진도를 예습하고 복습할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Q&A 중 A 이미지

그런 것 같아요. 학원 숙제 다 하기도 벅차요.

Q&A 중 Q 이미지

그러면 지금 공부시간은 많은데 제대로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겠네?

Q&A 중 A 이미지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Q&A 중 Q 이미지

그렇구나. 그러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따로 학원 진도를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학교 진도를 예습하고 복습하는 사교육을 받으면 어떨 것 같니? 나중에 시험공부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 같은데…?

Q&A 중 A 이미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의 표정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수학 성적이 나쁘니까 수학 학원에 보낸 단순한 생각이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깨달은 부모 마음이 어떻겠는가. 전형적인 투-트랙 학습의 문제점, 그러니까 학교와 학원의 교재와 진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수업(이해)’과 ‘자습(기억과 활용)’의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교 진도인 시험 범위에서 나오는 문제도 제대로 못 풀면서 학원 진도와 숙제까지 감당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공부 허무감’에 빠진다. 나름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공부 피로감만 쌓이는 상황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학교 진도와 다른 사교육 보충·심화 학습의 모순,
부모의 불안감을 달래는 사교육이 아닌지 돌아보자

대치동 학원가에 있을 때가 생각났다. 학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학생들을 보면서 했던 생각이다. ‘자원봉사자가 왔구나.’ 성격이 명랑하고 활달해서 학원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학생들이다. ‘의무교육 대상자가 왔네.’ 괜히 학원에 안 오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다. ‘기부자 그룹이지.’ 성적이 떨어졌으면 그만둬야 하는데 오히려 학원비를 꼭 일찍 내는 학생들이다. ‘대피하러 왔구나.’ 집에 있으면 엄마와 싸우는 게 싫어서 학원에 온다는 학생들이다. 과연 이런 사교육 현장의 이면을 우리 사회가, 학부모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돌이켜보면, 그렇게 쌓인 나의 문제의식들이 결국 학원가를 떠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사교육을 시키는 목적 1위가 바로 '학교수업 보충·심화(47.7%, 2020년 고등학생 기준)'인데 학교 진도와 학원 진도를 따로 나가면 그것이 어떻게 보충이고, 심화일 수 있단 말인가? 사교육으로 아이의 공부시간을 늘리는 양적 접근은 대부분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학생의 일과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학교 진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질적 접근을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교육 관련 이미지 문제는 그런 사교육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사교육은 학생 개인의 학교 진도에 맞춰 개별 지도를 하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학생을 모아 수업할 수 있는 선행 진도를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험 성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진도와는 별개의 진도를 나가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사실, 우리 현실에서 사교육비 지출은 부모들에게 대단한 심리적 효과로 나타난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신경안정제 구실을 톡톡히 하는 게 사실이다. 사교육은 부모의 마음에만 든다고 될 일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 아이에게 더 나은 사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지금 아이가 받는 사교육의 목적과 방향부터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