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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가을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고장

단양
충청북도 단양은 산·강·호수를 끼고 있는 고장이다. 여기에서 가리키는 산은 소백산, 강은 남한강, 호수는 충주호다. 단양은 영월·충주·영주 등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충청남도 서산, 경상북도 의성 등과 함께 마늘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단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광명소는 ‘단양 8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양강 잔도와 만천하 스카이워크 등과 같은 명소들을 조성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글/사진 송일봉 여행작가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 여행 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 경관 100경’ 선정 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KBS한민족방송에서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단양 관광’의 랜드마크, 도담삼봉

‘단양 8경’은 명승 제44호인 도담삼봉을 비롯해서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그리고 선암계곡을 끼고 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은 도담삼봉이다. ‘도담삼봉’이란 '도담 마을에 있는 세 개의 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담삼봉 옆에는 도담 나루터가 있다. 교통이 편리해진 지금과는 달리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나루터다. 경상북도 영주에서 죽령을 넘어온 선비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기 때문이다.
도담삼봉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여행지다. 지금도 그렇지만 조선 시대에도 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했다.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을 비롯해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서예가인 추사 김정희 등이 도담삼봉을 찾았다. 특히 추사 김정희는 도담삼봉을 가리켜 “신선 그 자체”라고 극찬했다.
도담산봉 이미지 단양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도담삼봉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는 도담삼봉을 근사한 그림으로 남겼다. 그는 52세 때인 1796년에 도담삼봉을 찾아왔다. 그러고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미술 기법인 ‘부감법’으로 도담삼봉을 그렸다.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병진년화첩’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병진년화첩은 현재 보물 제782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담삼봉 주차장에서 가파른 계단을 따라 10~15분쯤 올라가면 멋진 자연 걸작품인 ‘석문’을 만날 수 있다. 석회암으로 이뤄진 작은 능선 일부가 오랜 시간 동안 풍화 작용을 거치면서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냈다. 그 모습이 마치 ‘돌로 만든 문과 같다’ 해서 석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단양 8경’의 숨겨진 명소, 사인암

명승 제47호인 사인암은 고려 말에 ‘사인(舍人)’ 벼슬을 지낸 우탁(1263~1342년) 선생이 머물던 곳으로 유명하다. ‘사인암’이라는 이름은 조선 성종 때 단양 군수 임재광이 붙였다. 약 70m 높이의 거대한 바위 절벽은 멋진 절경을 뽐낸다. 이 일대는 수량이 풍부해서 한여름에 가족 피서지로도 인기가 많다.
사인암은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보니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서 글이나 그림을 남겼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추사 김정희와 단원 김홍도를 꼽을 수 있다.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을 가리켜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과 같다”라고 극찬했다. 그리고 단원 김홍도는 사인암의 절경에 반해 곧바로 화폭에 옮기지 못하다가 1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사인암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단원 김홍도는 단양 8경 가운데 옥순봉도, 도담삼봉도, 사인암도를 산수화로 남겼다.
시인암 이미지 먼 옛날. 우탁 선생이 노닐던 사인암
사인암 옆에는 작은 암자인 청련암이 있다. 이 청련암 앞마당에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붉은색 찔레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청련암 뒤편에는 “한 손에 막대 잡고 /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 늙는 길 가시로 막고 /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 지름길로 오더라.”라는 ‘탄로가(嘆老歌)’가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어서 눈길을 끈다. 흐르는 세월과 세상사를 억지로 막지 말라는 내용의 이 글은 우탁 선생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인암 아래의 작은 바위에는 장기판이 새겨져 있는데, 바위에 앉아서 신선처럼 장기를 두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명물이기도 하다.
단양강 이미지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는 단양강 잔도

아름다운 강변 산책로, 단양강 잔도

단양강 잔도는 상진철교에서 스카이워크 매표 소까지 이어지는 약 1.2km 길이의 친환경 강 변 산책로다. 이 산책로의 일부 구간은 ‘잔도 (棧道)’로 이뤄져 있다. ‘잔도’란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절벽을 따라 선반처럼 통행로를 만든 좁은 길을 가리킨다. 따라서 단양강 잔도에서 는 약간의 스릴과 함께 색다른 산책로를 걷는 다는 쾌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시비 이미지 ‘탄로가’가 새겨져 있는 시비
단양강 잔도의 본래 이름은 ‘수양개역사문화 길’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수양개’는 수양버 들이 많이 있는 개울을 의미한다. 남한강을 끼 고 있는 단양 일대에서는 약 2만 년 전인 구석 기 후기 시대의 유물들이 많이 발굴되었다.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 수양개선사유물 전시관이다. 이 곳이 잔도와 연결되어 있어 산책 로 이름을 수양개역사문화길이라고 붙인 것이 다. 하지만 지금은 단양강 잔도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단양강 잔도는 지난 2017년 9월에 개통되었다. 단양강 잔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만 천하 스카이워크’는 남한강변에 우뚝 솟아 있 는 만학천봉(해발 310m)에 조성된 전망대다. 전망대 정상에는 10~15m의 스카이워크 3개가 돌출되어 있다. 바닥은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전망도 좋아서 단양읍과 남한강 줄기, 소백산, 양방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달산성 이미지 견고하게 축성되어 있는 온달산성 온달산성 근처 드라마 세트장 이미지 온달산성 아래에 있는 드라마 촬영장

단양을 대표하는 역사 유적지, 온달산성

단양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적지도 있다. 바로 단양군 영춘면에 있는 온달산성이다.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 때 온달 장군이 축성한 것으로 전해지는 오래된 성이다. 온달 장군은 평원왕의 딸인 평강공주와 결혼한 고구려 장수다. 그는 신라에게 빼앗긴 죽령 이북의 땅을 되찾기 위해 출정했다가 아단성(온달산성으로 추정)에서 전사했다.
온달산성을 온달 장군이 축성했다고 전해지긴 하지만 아쉽게도 정확한 축성 연대와 축성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고구려의 성인지 아니면 신라의 성인지에 대한 연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의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온달산성이 ‘성산고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성곽의 길이는 685m다.
온달산성은 남한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계명산(해발 865m) 중턱에 축성되어 있다. 이처럼 산 정상이 아닌 7부 능선이나 8부 능선에 소규모로 축성된 성을 ‘테뫼식 성’이라고 부른다. 성곽의 형태가 마치 산에다 머리띠(테)를 두른 것 같다 해서 이 같이 불린다. 참고적으로 골짜기의 능선을 이용해서 축성된 성은 ‘포곡식성’이라고 불린다. 온달산성은 축성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석성의 외부는 견고한 돌로 쌓고, 내부는 흙으로 비스듬하게 다듬어 놓는다. 그런데 온달산성은 외부는 물론 내부까지도 납작한 점판암으로 촘촘하게 축성했다. 온달산성은 현재 온달동굴, 드라마 촬영장과 함께 온달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다. 이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연개소문’을 비롯해서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등과 같은 굵직한 사극들이 촬영되었다.

마늘, 쏘가리 그리고 더덕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별미를 맛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단양에서도 맛있는 별미들을 만날 수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단양을 둘러싸고 있는 소백산 자락에서 질 좋은 한지형 마늘과 함께 더덕을 재배하고 있고, 남한강에서는 ‘민물의 제왕’이라 불리는 쏘가리가 서식하고 있다. 단양의 별미를 맛보고 싶은 여행객들이라면 이런 식재료의 메뉴들을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 마늘 이미지

    단양의 별미
    마늘

    단양 읍내 한가운데 있는 ‘단양구경시장’에서는 단양 마늘빵을 비롯해서 마늘 순대, 마늘 만두 등을 맛볼 수 있다.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단양의 초가을과 잘 어울리는 먹을거리들이다. 단양의 별미 가운데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마늘 솥밥이다. 단양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마늘을 잘 활용해서 개발한 메뉴인 마늘 솥밥은 고구마, 검은콩, 완두콩, 해바라기씨 등을 마늘과 함께 넣어 돌솥에다 짓는다. 일반 공기 밥처럼 미리 해놓은 밥이 아니기 때문에 주문을 하고 15분 정도 지나야 갓 지은 마늘 솥밥을 맛볼 수 있다. 마늘 솥밥에다 마늘 떡갈비를 곁들이면 좋다. 몇 가지 새싹 채소가 떡갈비 위에 얹혀 있어서 식감을 자극한다.
    단양 마늘은 석회암 지대의 황토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래서 단양 마늘을 가리켜서 ‘단양 황토 마늘’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양 마늘에는 마늘의 주성분인 ‘알리신(Allicin)’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알리신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식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단양에서 마늘을 이용한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레 입맛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
  • 쏘가리 이미지

    단양의 명물
    쏘가리

    쏘가리 매운탕은 호불호가 갈리는 별미다. 민물 매운탕 가운데 최고의 맛을 자랑하지만, 민물 매운탕은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다소 비싼 것도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단양에서 쏘가리 매운탕을 한번 먹어보면 그 맛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정도로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현재 단양 유람선 선착장 인근에 ‘쏘가리 특화 거리’가 지정되어 있다. 이 주변에 쏘가리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쏘가리 매운탕에 수제비를 추가하면 보다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남한강의 토속 어종인 쏘가리는 단양 주변의 남한강 자락에서 많이 잡힌다.
    쏘가리는 단양을 대표하는 명물이기도 하다. 단양 읍내에 있는 단양 다누리센터 입구에 쏘가리 조형물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본래의 용도는 단양 다누리센터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지만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은 이 쏘가리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 마늘 이미지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더덕구이

    더덕구이 역시 단양의 귀한 별미 가운데 하나다.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더덕을 숯불에 구워서 내주는데, 입안에 넣고 씹을수록 단맛과 함께 더덕 특유의 강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매운 맛 때문에 부담이 되는 사람들은 미리 부탁하면 고추장 양념을 조금 약하게 해주기도 한다. 단양의 더덕은 소백산 자락의 고랭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소백산의 석회암 지대가 더덕을 재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