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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키워드로 읽는 시사

지켜보거나 탑승하거나

또 다른 세상 '메타버스'가 온다

METAVERSE

“미래 20년은 공상과학영화(SF)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업으로 떠오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지난 2020년 10월 꺼낸 말이다. 이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기성세대들이 ‘메타버스에 어떻게 탑승해야 하냐’고 머뭇거리는 사이 이미 MZ 세대들은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만들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젠슨 황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메타버스가 달려오고 혹은 달려가고 있는 듯하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

일상이 된 세상, 혹은 낯선 세상

포털과 유튜브, TV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언급되는 키워드가 ‘메타버스’이다. 실제 국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봐도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의 메타버스 관련 언급량이 최근 5년 언급량의 98%를 차지할 만큼 메타버스는 2021년 국내 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메타버스를 검색하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기 전부터 이미 메타버스를 즐기고, 그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10~20대보다 40대 이상의 검색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MZ 세대는 메타버스에 관심이 덜하다는 뜻일까. 그렇지 않다. 메타버스 서비스인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포트나이트를 가장 많이 즐기는 세대는 이들이다. 다만, 그것이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데 관심이 없을 뿐이다. 이미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금의 메타버스 현상은 마치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처음 우리에게 등장했을 때와 같은 혼란을 주고 있다. 모두가 빅데이터라는 말을 하지만 모두 다른 생각을 하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하던 초기 빅데이터 시장과 같은 현상이 지금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벌써 거품론, 무용론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관기술과 플랫폼, 콘텐츠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며, 실행해보아야 한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혹은 초월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인 ‘메타(Meta)’와 세계 또는 우주를 일컫는 영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초월한 3차원 가상세계, 혹은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세계를 뜻한다. 2021년 1월 국립국어원에서는 메타버스를 대체할 쉬운 우리말로 ‘확장 가상 세계’를 제안하였는데 메타버스 속 숨겨진 함의를 잘 표현하고 있는 단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싸이월드를 통해 가상 화폐인 도토리를 충전하여 미니 홈피를 꾸미며 가상 세상을 살아간 적이 있으며, 그 후에도 포켓몬을 잡겠다고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녔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구글 어스 속 지구의 모습을 관찰하는 거울 세계를 활용하며 살고 있다. 이것들이 모두 메타버스의 다양한 모습이다.

오래 전 예견된 미래,
디지털 네이티브가 만들어 가는 세상

그렇다면 한동안 잊혔던 메타버스 개념이 왜 갑자기 급부상한 트렌드가 됐을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경험이 메타버스의 진화 속도를 빠르게 앞당겼고 이를 기술 발전이 뒷받침해 주었다. 얼마 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향후 5년 이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의 급부상이다. 1995년 이후 출생하여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에 대한 경험이 익숙해 별도의 설명 없이도 능숙하게 디지털 서비스를 다룰 수 있는 Z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진출하고 구매력이 강력해지면서 세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Z세대의 출현은 메타버스를 단순한 하나의 현상이 아닌 10년 전 모바일 앱의 등장처럼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바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 기대하게 만든다.
실제로 Z세대들은 이미 메타버스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20대 중반의 ‘렌지’라는 닉네임을 쓰는 아바타 패션 디자이너를 통해 메타버스 속 Z세대들의 삶을 살펴보자. 그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제페토’ 속에서 회사를 설립한 CEO이다. 제페토 속에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있다. 이들은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 뿐, 현실 세계와 같이 멋진 옷을 입고 자신을 뽐내고 싶어 하는 존재들이다. 렌지는 이곳에서 옷을 판매하여 무려 월 1천 5백만 원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제페토 속 2억 명 회원을 단순한 아바타로 여기지 않고 현실 세계와 똑같은 소비자로 인식한 것이다. 렌지는 제페토 플랫폼 속에서 성공한 CEO가 되어 사옥을 짓고 작업실을 만들고 젊은 크리에이터를 채용해 아이템 제작을 교육하며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페토 메타버스 속 렌지의 사무실 ▲ 제페토 메타버스 속 렌지의 사무실 (사진=유튜브 ‘렌지’ 화면 캡처)
메타버스는 교육 분야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는 코로나19 이후 입학식을 메타버스 속에서 진행해 화제가 됐다. 교양 수업이나 학교 체험,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채용 설명회와 세미나, 전시회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인공과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다큐맨터리 영화 장면 중 일부 이미지 ▲ 순천향대 입학식 모습 (사진=SK텔레콤).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포스트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장밋빛 미래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반사 이익으로 잠깐의 유행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디지털 세대의 부상과 함께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메타버스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메타버스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재로 알려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에서 보여준 오아시스 속 그날이 언젠가 우리에게 도래할 것인지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 메타버스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게 될지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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