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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22 Vol.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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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학교가 마을로, 마을이 학교로 연결되는 행복한 만남
성숙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마을 교육 공동체’

미래 사회의 특징은 한마디로 ‘연결’이다.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고, 분야와 분야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초연결사회로, 개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협력하는 구조에서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연대’와 ‘협력’을 제시했다. 학교와 마을도 연대를 시작했다. 마을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조직을 꾸리고 봉사활동과 교육을 나누며 좀 더 풍요로운 동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지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자


*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미래 사회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역량을 규명하고, 이러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체제를 탐색하기 위해 OECD에서 실시하는 사업

학생 협동조합을 통한 공존의 첫걸음

“학생 조합원이라는 말, 생소하시죠? 우리 학교에는 ‘학생 조합원, 학생이사’가 있어요. 사회적 경제를 배우며 협동조합을 꾸려가거든요.” 부산 만덕고등학교 3학년 이현승 군의 말이다. 이 군은 1학년 때부터 만덕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생 이사’를 맡아 학교 협동조합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기획하고 조합원 친구들과 함께 운영한다. 학교 협동조합 일을 보면서 사회적 경제에 관한 개념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군은 “‘1일 창업, 나도 사장님’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경영의 새로운 방식을 알게 됐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도 관련이 있어 조합 활동이 늘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학교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와 공교육 현장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협동 교육의 장이다. 학교 협동조합은 학생 이사, 교사 이사, 학부모 이사, 감사 등으로 구성된다. 학교 안팎의 어른들과 기관이 학생들과 손잡고 협력해 나가며 지역사회와 학교가 공존하는 현장을 만들어낸다.
만덕고등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 [사진제공: 만덕고 학교 협동조합]

우리 동네 평생교육과 문제 해결 창구

지역사회학교란 학교와 가정, 사회가 밀접한 유대를 이루어 개개인의 성장을 돕고, 지역사회 전체의 성장과 발전을 도우며 학생과 지역사회 주민이 동시에 주인이 되는 학교를 말한다. 지역 사회생활 중심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과 발전을 위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학교를 이르기도 한다.
보통 지역 학계는 물론 의료 단체, 지역 단체 등이 손잡고 협동하며 운영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마을 교육 공동체와 혁신교육지구의 협력 활동이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지역사회학교는 학교 협동조합의 형태로 경제교육이 겸해지기도 하고, 보통 ‘평생교육’이라는 키워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뒤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의미는 더욱 주목받았다. 지역사회학교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생활의 문제를 교과과정으로 도입하고, 지역사회를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증진하는 지역사회센터라고 할 수 있다. 학교 협동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은 지역공동체와 학교의 만남이 큰 시너지 효과를 갖는다고 말한다. 만덕고 사회적협동조합 문난이 이사장은 “학생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 교육을 진행하고자 설립했다. 친환경 먹거리를 판매한 수익금 등을 학생들의 장학과 복지에 활용한다”며 “지역사회 공동체와 협업해 다양한 진로탐색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협동조합은 마을과 학교가 끈끈하게 이어지는 통합교육의 장이며, 학생들 스스로 협력과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협동조합 정신을 체험해 보면서 ‘대안 경제’에 관한 상상력도 키워갈 수 있다.”라며 학교 협동조합의 장점을 강조했다.

2021 정교 꿈끼UP 글로벌 다문화 융합 게임 대축제에 참여중인 학생들 [사진 제공: 경기도 포천교육청]

지역사회와 학교의 협력으로 열린 배움의 장

지역사회학교의 개념은 193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국의 많은 커뮤니티 스쿨을 지역사회학교의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커뮤니티 스쿨의 특징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교육에 필요한 부분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향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근 대학의 교수와 대학생들이 방과 후 교사로 자원봉사활동 실시한다. 보건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보건소와 병원이 아동과 부모를 위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지역 재단의 후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두 지역사회와 학교의 긴밀한 협력과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했기에 진행될 수 있는 일들이다.
지역사회학교는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통은 어머니교실, 노인교실의 이름으로 평생교육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 대부분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학교시설이 초창기에는 주부대학, 어머니교실, 노인대학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학과 공공기관 시설을 이용한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전북 유니텍고등학교(전북 장계공고)에서는 굴삭기, 지게차 등 건설기계 운전 기능사 자격증 취득반을 무료로 운영해 74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하기도 했고, 청주 하이텍고등학교(충북 전산기계공고)에서는 컴퓨터 기초와 인터넷 등 연중 프로그램을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울산 신언중학교에서는 결혼이민자 대상으로 한국어 읽기 수업 등을 진행했고 경기도 포천교육청은 관내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이야기 한국사, 한국무용 등 우리 역사와 문화교육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연계 협력을 통한 방과 후 학교 활동은 코로나19 이전 전국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강원도는 농산촌 및 폐광지역 저소득층 초·중학교 학생에게 정규 교육과정 외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지역사회학교 형태로 제공했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각종 동호회 활동 지원 등도 지역사회학교의 ‘올바른 예’라고 할 수 있다.
만덕고등학교 학교 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매점 산드레에서 진행한 ‘사랑의 도시락’ 행사 현장 [사진제공: 만덕고 학교 협동조합]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사회를 먼저 배우는 아이들

학교 협동조합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으며 진행되는 학교 협동조합은 정기 회의를 통해 한 해 살림을 계획한다. 학생이사회에서는 매점운영분과, 협동조합홍보분과, 창업활동분과 등 세부 활동 계획을 세운다. ‘학생 강사단’도 조직해 졸업한 선배들과 함께 협동조합 및 사회적 경제에 대한 교육활동을 논의하기도 한다.
5년 이상 차근차근 쌓아온 ‘협동의 힘’ 덕분에 부산 만덕고의 경우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고 있다. 학생 조합원들은 직접 만든 반려 식물 화분과 도시락을 들고 지역의 독거 어르신을 찾아 정서 지원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하고 ‘노인 봉사단’ 양성 프로그램, 1인 가구 대상 목공예 수업 등을 통해 학교와 마을을 잇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독거 어르신 등 봉사 대상을 학생 조합원들이 직접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때 주민센터와 복지관 등 지역 공동체와 손잡고 대상자를 발굴해 조합 활동에 나섰다. 공교육 현장과 지역 행정·복지센터가 연계된 교육과 봉사가 자연스레 진행된 것이다.
그야말로 학교가 마을로, 마을이 학교 안으로 서로 연결돼 실질적인 마을 교육 공동체의 역할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는 현장이다. 마을 선생님과 학생 조합원들이 함께 반려 식물 심기, 도시락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며 배움이 곧 나눔으로 이어지도록 구성한다. 학교 자체가 지역사회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학교 협동조합이 지닌 가치와 역량을 꾸준히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커뮤니티가 손에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만덕고등학교 학교 협동조합에서 진행한 ‘만덕사랑 나눔장터’의 학생들과 마을주민들 모습 [사진제공: 만덕고 학교 협동조합]

‘연대’와 ‘협력’으로 만드는 ‘살아있는 교육’의 미래

협동조합 활동을 비롯해 이러한 지역사회학교의 형태가 좋은 뜻을 이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주민 모두가 ‘우리 학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학교를 지역주민이나 학부모들에게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는 전제도 필요하다. 이때 지역사회-학교 연계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있어야 한다. 여러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전문가를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 자체가 학교 중심의 사회공동체가 되어야 가능한, 다소 힘든 일이기는 하다. 게다가 무엇보다 학생들의 안전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하고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미래 사회의 특징은 ‘네트워킹’이다. 정보와 정보의 연결, 분야와 분야 사이의 네트워킹,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초연결 사회’는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개인이나 교육기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협력하는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OECD에서 연구한 교육 2030 프로젝트에서는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는 점과 정치·경제적인 여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연대’와 ‘협력’을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식 정보사회에서는 학교 안에서만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커뮤니티 안에서 아이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현대사회 속 학교는 교문 안팎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학교를 상호 분리된 두 개체로 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학교를 지역사회의 한 부분으로 인지하는 관점에서 ‘지역사회학교’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능동적인 배움을 원하는 아이들, 믿을 수 있는 어른,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공공기관의 존재는 협동을 기반으로 한 생활 중심의 ‘살아있는 교육’을 가능케 할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
정교 꿈끼UP 글로벌 다문화 융합 게임 대축제에 참여해 김장을 하고있는 학생들 [사진 제공: 경기도 포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