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댄스와 클래식의 환상적인 콜라보
전북 장수 장계중학교와 함께한 ‘비보이를 사랑한 일렉 바이올리니스트’
지난 9월 16일, 전북 장수의 장계중학교에서는 ‘비보이를 사랑한 일렉바이올리니스트’ 공연이 열렸다.
이날 무대에 오른 비보이 댄스그룹 ‘더 구니스’는 국내·외 대회에서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실력파로,
행복나들이 행사를 통해 시골의 작은 학교 학생들과 만나고 있다.
현란한 기법으로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유주’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매너로 유명하다.
전교생 127명인 이 작은 학교는 비보이 공연 소식에 일찍부터 들썩였다.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속속 강당으로 모여들었고 TV에서만 보던 비보이 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불이 꺼지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제곡과 함께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주가 등장했다.
전자 바이올린 특유의 화려한 음색과 흥겨운 선율에 빠져들다, 이어진 비보이들의 무대에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밖에도 비트박스 공연, 비보이의 역사 소개, 학생들과 함께하는 비보이 댄스 체험 등 공연 중간중간 다양한
요소들을 넣어 흥미를 더했다. 유주는 헝가리안 무곡, 캉캉, 색다르게 편곡한 아리랑 등을 차례로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1시간 남짓한 공연은 ‘열광’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공연팀은 이들을 위해 학년별로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움을 달래 주었다.
반복되던 일상에 선물처럼 찾아온 시간을 맘껏 즐긴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환했다.
“멋진 추억을 만들어준
공제회에 감사합니다.”
장계중학교 김은정 보건교사
평소 공제회 홈페이지에 자주 방문해 이런저런 이벤트들을 확인하곤 하는데,
이번 ‘행복나들이’ 행사 공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어요.
면 소재지에 있는 작은 학교라, 학교 주변에 아이들이 즐길만한 마땅한 문화시설이 없어 늘 안타까웠거든요.
특히 비보이 댄스 공연을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처음 비보이 공연을 본 게 고등학교 때였는데,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어서 아이들도 그런 경험을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막상 신청은 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회를 얻게 돼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오늘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는 모습을 보니 더 뿌듯했어요.
멋진 무대로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 만들어 주신 공제회에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북을 두드리며 꿈을 싹틔우다
경남 거창 샛별초등학교와 함께한 여성 타악 퍼포먼스 그룹 ‘타미’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간다. 무대 위에서 만날 줄 알았던 출연자들이 뒷문을 열고 ‘장터의 각설이들’처럼 뛰어 들어온다.
멤버들의 손엔 냄비 뚜껑이며 생수통 같은 것이 쥐여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아주 평범한 사물들로 매우 특별한 신명을
선사하며 공연의 문을 연다. 9월 22일 오후 1시 30분 거창 샛별초등학교 강당. 출연자들의 독특한 등장으로 아이들의 눈이 ‘샛별처럼’ 금세 빛난다.
‘타미(打美)’는 넌버벌 뮤지컬 주역들이 모여 만든 여성 타악 퍼포먼스 그룹이다. 마칭드럼 공연뿐 아니라 전통 북소리를
가미한 퓨전 타악,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은 물론 방송 댄스까지 접목한 퍼포먼스를 나라 안팎에서 10년 넘게 선보여 왔다.
여러 무대를 섭렵한 팀답게 이들은 오늘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꼭 들어맞는 무대를 준비해 왔다. 보는 공연이 아닌 ‘함께하는’
공연을 통해 소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이다. 멤버들이 알려주는 리듬을 모두 곧잘 따라 한다. 아니 찾아낸다.
각자의 몸에 ‘숨어 있던’ 비트를 문득 만나는 즐거움. 그 기쁨을 아이들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여행을 떠나요’나 ‘카르멘 판타지’ 등에 맞춘 타악 퍼포먼스도 멋지지만, 반주 없이 진행되는 타악기 연주와 우리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에 맞춘 춤과 두드림도 여간 신나는 게 아니다. 출연자들에게 샛별초등학교만의 응원 구호를 배우며
아이들의 흥은 절정에 이른다. 따로 놀 것 같던 박자가 하나의 멋진 리듬으로 모일 때, 서로 이기려고만 하던 두 팀이 기막히게 소리를 맞춰갈
때…. 그 순간의 희열을 함께 배워간다. 이 중에는 ‘넌버벌 뮤지컬 배우’를 꿈꾸거나 집에 가서 각종 사물을 두드려보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가슴을 두드리는 두드림 콘서트가 ‘꿈’을 안긴 채 막을 내린다.
“우리만의 구호를 갖게 된
행복한 시간”
샛별초등학교 김혜승 교사
우리 학교는 낙후 지역에 교육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1964년 설립된 사립학교예요. 그 정신에
맞는 문화 혜택을 주고 싶어 이번 행사에 응모했는데,
기대를 뛰어넘는 즐거움과 신나는 시간을
선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출연자분들이
만들어주신 응원 구호를 곧 있을 가을 운동회와
연말에 열릴 ‘열매나눔잔치’ 때 써보게 하려고
해요. 우리만의 구호를 갖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K-팝으로 만나는 청소년의 꿈과 우정
충북 제천여자중학교와 함께한 뮤지컬 ‘오디션’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 아니라 현재의 주인공이다. 꿈을 찾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자체로 충분히 눈부시기 때문이다.
‘오디션’은 중·고등학생을 주요 관객으로 하는 하이틴 창작 뮤지컬이다. 나이도 성격도 재능도 제각각인 4명의 아이돌 연습생이
꿈과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함께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10월 6일 오후 2시, 공연이 채 시작되기도 전 전교생이 뿜어내는 생기와 활기가 제천여자중학교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막이 오르자 이 공간은 거대한 열기로 가득 찼다. 그도 그럴 것이, 팝 뮤지컬 형식의 ‘오디션’은 공연의 모든 넘버가
학생들에게 친숙한 K-팝으로 구성돼 있다. 4명의 배우가 ‘따로 또 같이’ 춤추고 노래할 때마다 우레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진다.
아이돌 연습생들의 이야기지만 아이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정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는 여정에 모두 깊이 몰입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디션’은 꿈에 관한 이야기다. 화려하게만 보이던 아이돌 연습생들이 실은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럼에도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각자의 처지에 비춰 생각해 보게 한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라고! 용기를 낸 너는 할 수 있어. 함께 도전하는 거야. 우리들 모두 꿈을 모아서!”
마지막 넘버를 마친 4명의 주인공이 객석으로 들어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와르르’ 밀려오는
배우들을 향해 학생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먼 훗날 그리움으로 떠오를 이 순간이 벌써 저기 보이는 듯하다.
“특별한 감동과 위로가 되어준
공연이었습니다.”
제천여자중학교 정덕화 교감
코로나19 때문에 심리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대상이 '아이들'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그게 우리 학생들이란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오늘 이
공연이 학생들에게 ‘작지만 큰’ 위로가 됐으리라
생각합니다. 작은 도시라 뮤지컬 관람 기회가
거의 없어요. 그런 만큼 배우들과 함께한 70여
분이 특별한 추억이 됐으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