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라희 l 사진 이용기
배움의 새싹
> 꿈지락(꿈知樂)
2030 교직·의학 등에 종사하는 젊은 회원들의 꿈을 찾는 현장
꿈지락(꿈知樂)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교사입니다!
성동글로벌경영고등학교 유경옥 교사
스무 살 대기업 직원, ‘나답게’ 사는 삶을 꿈꾸다
유경옥 교사가 교단에 선 지도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간다. 학교 일에 전력을 다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새로움’을
갈망하며 자기 발전에 매진했던 성향은 어른이 된 지금도 그대로다. 꿈 많던 청소년기에
그의 목표는 대기업 입사였다. 그래서 일찌감치 대기업에 가장 빠르게 입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진로를 정했고, 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각종 자격증 취득에 골몰하며 스펙을
쌓았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식도 하기 전에 국내 굴지의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중학생 시절 진로를 정할 때 제 적성 안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길을 고민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 손꼽는 기업에 취업을 가장 잘 시키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대기업에 최종
합격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고, 축하와 응원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막상 스무 살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보니 갑자기 아득한 기분이 들었어요. 오랜 목표를 달성했는데
‘이제 뭘 해야 하지’ 싶었던 거죠. 그러다 문득 대학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컸지만, 걱정도 앞섰다. 퇴사 후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대기업에 다시 입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자고 생각도
해봤지만, 한 번 머릿속에 자리 잡은 ‘대학’이라는 목표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에 다니며 대학 진학을 준비했고, 그해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생이 된 후로는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도전했다. 밤새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한편, 친구들과 늦도록 시간을
보내며 청춘을 즐기기도 했다. 덕분에 그에게 대학 시절은 떠올리기만 해도 뿌듯한 미소가
피어나는 추억으로 가득하다.
경영학과 대학생, 교사가 되기로 결심하다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다시 대기업 취업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교사’의 길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교직 이수
예정자 선발 공고를 본 것이다.
“사범대학 학생이 아니어서 이전까지 교직 이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경영학과 학생도 교직 이수를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교생실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중학생 때 학교에
실습하러 온 교생 선생님을 선망했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교생실습을 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필기시험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학생들과의 일상에 푹
빠져 있었다. 실습이 끝난 후 그는 대기업 필기시험 대신 중등교사임용시험을 준비했다.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 이후 다시금 열정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마치 교사의 길이 예정되어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임용시험에도 한 번에 합격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자신이 교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눈앞의 목표에 집중하며 달려오다 보니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고졸 취업과 대기업 퇴사, 대학 진학 이후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증권회사에서 익힌 업무 지식도 상업
과목을 가르치는 그의 수업에 요긴하게 쓰였다.
“회계, 무역, 금융, 인사 같은 경영학과 관련한 내용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든지 필요해요.
금융회사에 가는 학생들은 물론 자기 사업장을 운영하려면 이런 지식을 익혀야 하죠. 그래서
여러 방면에서 각 학과에 적합한 과목을 개설하고, 교육하고 있어요.”
학교 안팎에서 소통하는 온라인 선생님
그는 교사의 가장 큰 장점을 ‘성장’과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자기 계발이 개인적 만족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까닭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옥티’라는 닉네임으로 교육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1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옥티’ 채널을 통해 그는 교사로서의 일상은 물론 자신의 새로운
도전기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직접 SNS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은 공부가 아닌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영감을 주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좋아하고 관심받는 것도 즐기는 편이긴 한데요, 교사가 유튜버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어느 날 교육청에서 교사 인터넷 미디어 지침을 담은 공문을 보내왔는데, 덕분에 영감을 얻었습니다. 제가 모든 학생에게 영감을 줄 수는 없겠지만, 1년에 단 한 명의
학생에게라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삶이 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한다면 학교 울타리를 넘어 더 많은 학생에게 영향력이 닿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교육청 가이드에 맞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에는 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비롯해 공부법,
교사 생활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그의 영상은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 있는 학생들에게도 전해졌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교사로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유튜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전해 줄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교사의 가장 큰 장점은 ‘성장’과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의 자기 계발이 개인적 만족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교육 크리에이터를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다.
현직 교사에서 유튜버, 작가까지 이어지는 꿈
유튜브나 블로그를 하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금융
특강을 하기도 했고, 예비 교사와 신규 교사들에게 교직 생활 전반에 대해 강연도 했다.
겸임교수로 대학에 출강해 대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나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책도 냈다. ‘언젠가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실행으로
옮긴 결과였다.
“육아휴직 후 복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교사로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했어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학생들과 찍은 사진을 보는데, 당시 상황이
너무나 세세하게 떠오르는 거예요. 그 느낌을 설명할 글을 써보자 싶어 한 편씩 원고를
작성했어요. 처음에는 교사로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책이 출간되고
나니 교사만이 아닌 다양한 직군의 독자들이 반응해 주시더라고요. 같은 글도 각자의 삶과
겹쳐 새롭게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새로움’을 찾아 도전하는 여정은 반드시 성취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부딪히며 결과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그를 성장시켰다. 그는 안다. 실패보다 더 많이 도전할 때, 그 가운데 몇
가지가 기회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