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은실 푸드 칼럼니스트
글 장은실 푸드 칼럼니스트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저자 정희원(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소개한 저속 노화
식단이 화제다. 저속 노화 식단이란 렌틸, 귀리, 현미 등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한 곡물을
혼합해 밥을 짓고, 지은 잡곡밥, 나물, 채소, 동물성 단백질을 약간 더해서 먹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술은 와인으로 최대 하루 한 잔 ▲기름은 올리브 오일 ▲채소와 달지 않은 과일 많이
섭취하기 ▲치즈와 붉은 고기는 적게 섭취 ▲단순당과 정제 곡물 피하기 등을 실천하면 완벽한
항노화 생활 습관이 된다.
정 교수는 “흰 쌀밥과 같은 정제곡물은 흡수가 빠른 탄수화물로 혈당을 급격히 올려 인슐린
분비를 유발하고 몸에 들어온 에너지를 근육이 아닌 지방과 간에 쌓이게 만들며, 노화 가속
페달을 밟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라고 지적하며, 식습관만 바꿔도 뇌의 노화속도를 훨씬 느리게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접하고 바로 실생활에 적용한 사람들의 후기도 놀랍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생기는 식곤증으로 고생했다면, 저속 노화 밥에 간단한 밑반찬으로 점심을
해결하니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렇다면 저속 노화 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정해진 레시피는 없지만 현미, 서리태,
귀리, 렌틸콩을 2:1:1:1 비율로 섞어 밥을 짓는 것을 추천한다. 이때 현미를 12시간 이상
불려야 해 번거롭다면, 혼합 잡곡을 한 시간만 불리고 전기밥솥의 잡곡 모드를 눌러 밥을
지어도 충분하다. 백미 식단을 저속 노화 밥으로 단번에 바꾸기 어렵다면 현미와 백미를
반반씩 섞고 나머지 곡물들을 조금씩 늘려 가는 방법도 추천한다.
이렇게 밥을 지어 먹으면 렌틸콩의 매력에 눈뜨게 된다. 렌틸콩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낮춰주는 곡물로, 식이섬유 함량도 다른 곡물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보통
수프로 끓여 먹거나 삶아서 샐러드에 넣는 방식으로 요리하는데, 밥을 지어보면 다른
곡물을 부드럽게 품어주는 역할을 한다. 렌틸콩은 생각보다 잘 으깨지고 맛도 삶은 콩처럼
고소해 잡곡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돕는다.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은 시중에 파는 저속
노화 즉석밥으로 시작해도 좋다. 일단 시작해 보고 새로운 밥맛에 익숙해지면 직접 지어서
먹어보기를 권한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기분 좋은 포만감이 들뿐더러 먹고 난 뒤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현상은 저속 노화 밥을 먹어본 사람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다.
저속 노화 식단에선 밥과 채소 반찬, 흰 살 생선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를 지키기
힘들다면 볶음밥 메뉴로 응용해 먹는 것도 좋다. 볶음밥의 포인트는 바로 쌀을 얼마나 잘
볶느냐인데, 저속 노화 밥을 냉동실 혹은 냉장실에 보관한 뒤 차가운 상태 그대로 갖은
채소와 볶으면, 밥알이 통통 씹히며 고르게 잘 볶은 맛이 두 배로 늘어난다. 이 경우 밥보다
볶음밥 재료의 양을 충분히 넣으면 푸짐한 양은 물론이고, 아무리 먹어도 기분 나쁜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바쁠 때는 이렇게 한 접시 간편하게 먹는 레시피도 귀하게 느껴진다.
건강식 트렌드는 매년 바뀌지만 저속 노화 밥은 우리 식단에 가장 기본이 되는 ‘밥’의 개념을
바꿔놓았기에 지속적으로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일 먹는 밥만 바꿔도 우리는
조금 더 젊어질 수 있고, 삶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경험해 보길 바란다.
• 재료 | 렌틸콩 3/4컵, 당근 50g, 양파 1/2개, 셀러리 50g, 토마토 1개, 햄 3장, 소금·후추 약간씩, 월계수 잎 1개, 치킨 스톡 1개, 올리브유 약간 |
• 재료 | 취나물 200g, 소고기(우둔살) 150g, 통깨 1/2큰술, 홍고추 1개, 참기름 1큰술, 소금·후추 약간씩 취나물 양념 국간장 1/2큰술, 설탕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 파 1/2큰술, 후추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고기 양념 간장 1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후추 약간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