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의 취재 기자 및 총괄 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다.
지난 1월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스타벅스×스탠리 한정판 퀜처(Quencher) 텀블러,
미국에서 대박 난 트레이더조 마트의 냉동 김밥, 한국 시장을 휩쓸고 있는 캐릭터 산리오.
트렌드 전문가들은 이런 품목의 인기 비결이 MZ세대의 ‘디토 소비(Ditto Consumption)’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12월, 발음하기조차 생소했던 ‘디토(Ditto)’라는 단어가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신곡에
사용된 후 MZ세대는 뉴진스의 노래는 물론 ‘디토’의 진정한 의미에 매료된 것 같다. 노랫말
속 반복되는 ‘디토’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도’, ‘Me too’를 의미한다. ‘Say it ditto
(내가 널 좋아하듯이 너도 날 좋아한다고 말해줘)’는 동감을 요구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4』를 통해 이러한 ‘동감’, ‘추종’
코드가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에 반영되면서 디토 소비가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토 소비는 정보 과잉 시대에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사람·콘텐츠·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는 소비 트렌드를 의미한다. 구매 의사결정에 따르는 복잡한 과정과 시간은 건너뛰지만,
최적의 선택을 추구하는 소비심리는 더욱 강해지면서 실패하지 않는 소비를 위해 유명인,
인플루언서, 특정 인물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산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디토 소비는 일종의
사람에 대한 추종이며,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이나 콘텐츠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데서 기인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가 49.95달러인 스타벅스×스탠리 퀜처 텀블러는 미국 리셀 플랫폼에서 500~600
달러에 재판매될 만큼 화제가 되고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단종 위기에 처했던
제품이다. 시장에서 사라질 뻔한 스탠리 처를 구해 준 것은 리뷰 전문 인플루언서로,
여기에 유명 스타들의 SNS 포스팅이 더해져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는 MZ세대의
디토 소비로 이어졌고, 이후 출시되는 텀블러의 다양한 색상에 따라 스탠리 퀜처
텀블러 꾸미기 열풍까지 형성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유명 인플루언서, 스타들의 스탠리 텀블러 사랑이 SNS를 통해 알려진 후
MZ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작년 가을,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패션템으로
론칭에 성공한 스탠리 퀜처 텀블러는 국내에도 본격적인 ‘스탠리 열풍’을 이끌어냈다.
한편, 한국을 휩쓸고 있는 산리오 캐릭터의 열풍도 디토 소비 현상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레트로 열풍으로
1980~1990년대 캐릭터가 부활했는데, 그중 어린이와 20대 여성 소비자에게 가장
인기를 얻은 캐릭터가 바로 산리오다. 던킨도너츠·배스킨라빈스·이디야·세븐일레븐
등에서는 산리오 캐릭터 굿즈를, 휠라 키즈·스파오·하이칙스 등에서는 산리오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이칙스의 산리오 캐릭터 휴대폰 케이스는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을 받아 MZ세대의 대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디토 소비가 정보 과잉 시대에 시간이 부족한 이들을 위한 효율적이면서 신뢰할 수
있는 소비 형태로 부상하고 있지만, 긍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유명인,
인플루언서를 무작정 따라 하는 소비로 오히려 자신의 취향이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Z세대인 초등학생 학부모 사이에 “산리오는 파산리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트렌드 전문 기업 미닝시프트의 이현주 대표는 “디토 소비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반영하는 사람’의 선택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모방 소비가 아닌 취향 소비가 되도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