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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공감(授業共感)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그리는
어린이조경학교로 초대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주신하 교수
수업공감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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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으로 가득한 도심에서도 자연의 숨결은 여전히 소중하다. 도시 생활의 비중이 커진 지금,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조경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주신하 교수가 교장으로 활동해 온 어린이조경학교는 미래세대를 위한 조경 문화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글 정라희 l 사진 성민하

아이들을 위한 조경 교육 첫걸음, 어린이조경학교

식목일이 있는 4월이 다가오면, 미래 세대를 위해 푸르른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 공간에서 자연과 어떻게 동행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드물 것이다. 서울특별시 동부공원여가센터와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조경학교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조경의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 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이기도 한 주신하 교수는 어린이조경학교 프로그램 개설 초기부터 지금까지 교장을 맡아 조경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왔다.
“예전부터 조경가 사이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봉사를 해보자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러다 2014년에 동부공원사업소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조경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사업소가 보라매공원에 있었기 때문에 공원에서 생태교육이나 환경교육을 주로 진행했지만, 정작 조경을 설명할 기회는 없었죠. 그래서 환경조경나눔연구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때부터 방학을 이용해 어린이조경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동부공원여가센터가 서울숲으로 이전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프로그램 구성이 어려웠지만 주신하 교수와 관계자들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더 많은 어린이에게 조경의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수업공감02
수업공감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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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내는 조경의 세계

‘조경’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첫걸음에 해당하는 이론 수업은 주신하 교수가 주로 담당해 왔다. 자칫 어렵게 여겨질 법한 전문용어도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내면 한결 쉽고 친숙해진다.
“조경(造景)이라는 단어를 풀면 ‘경치를 만든다’는 뜻이에요. 영어권에서 사용하던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를 번역해 가져온 거예요. 조경 분야가 외부 공간을 다루고 식물 소재를 자주 쓰다 보니 ‘나무를 심는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것이 조경의 전부는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공원을 만드는 일’이라고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조경가의 역할은 대표적인 외부 공간인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공원의 설계, 시공, 관리 등 모든 과정에서 조경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도시에서 공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실 공원의 역사는 서양에서 따져 봐도 그리 길지 않아요. 산업혁명 이후 농촌에서 도시로 노동자들이 몰려오면서 발생한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된 근대의 산물이죠. 지금도 공원은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원이나 광장뿐 아니라 일상 속 조경을 경험하는 공간은 곳곳에 있다. 가정집에 작게 꾸민 정원은 물론 아파트 외부 공간이나 가로수길 등도 모두 조경에서 다루는 영역이다. 어린이들에게는 이론 수업이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조별 활동 시간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운 내용을 접목해 자신만의 생각을 풀어낸다.
“조경 설계 이후 이어지는 시공 단계를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들어보면, 기대 이상으로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반영해요. 팬데믹 직후에는 약국 같은 시설을 넣었고, 캠핑이 유행할 때는 캠핑장을 만들었고요. 자전거 대여소나 반려동물 놀이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어린이들이 상상한 공원은 조금 과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물어보면 어른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수업공감 04
수업공감 04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조경 문화를 꿈꾸며

아이들은 정원 만들기나 서울숲 탐방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조경의 중요성을 직접 느끼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수업들은 실제 조경가들의 덕목과도 연결된다.
“조경가의 중요한 덕목은 ‘지식’과 ‘관심’입니다. 무엇보다 넓고 다양하게 알아야 하죠. 어느 날엔 토양 실험을 했다가, 다른 날엔 줄자를 들고 측량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습니다. 저도 학부 시절에는 이런 지식이 어떻게 쓰일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배운 내용이 실제 일하면서 요긴하게 사용될 때가 많았죠. 나아가 조경가의 관심은 사람과 닿아 있어야 해요. 넓게는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고, 좁게는 공원 안에 어떤 의자를 넣어야 사람들이 편할지를 살펴야 하죠.”
주신하 교수는 모두가 조경가가 될 수는 없지만, 조경의 가치를 인식하는 일이 우리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조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인식을 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조경학교는 개설 당시 28명의 어린이와 함께 첫발을 내디뎠고, 지금은 1,0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그간의 여정은 주신하 교수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사명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어린이조경학교 아이들이 남긴 한마디는 조경에 대한 미래세대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풍경’을 만들고,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의 소망은 조경가 주신하 교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미래세대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주신하 교수는 계속해서 그들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케이 로고 이미지

수업공감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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