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지윤 교육 전문 기자·前 한겨례 함께하는 교육 기자
삶에 체화되는 농업교육
예전에는 아파트 놀이터마다 흙이나 모래가 깔려 있었다. 30~40년 전만 해도 비가 오면 동네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나가 땅 파며 놀거나 나뭇가지를 연필 삼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그러다 보면 땅속에서 개미도 나오고 지렁이도 나왔다. 가끔 날개 잃은 꿀벌도 찾았다. 낯선 벌레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하고, 주변 흙으로 온갖 것을 다 만들어보며 자랐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며 개미, 지렁이, 땅벌레 같은 것을 봤다. 자연스레 자신의 시선을 발아래로 낮춰 볼 줄 알았다. 그러다가 주변의 풀들이 눈에 들어오면 꽃과 풀을 친구 삼아 재료 삼아 한참을 놀았다. 한데 요즘은 아파트 놀이터에도 흙이나 모래가 없다. 도심 속 아이들은 어린 시절 흙 한 번 만질 일 없이 자란다. 지금 아이들에게 흙은 어쩌면 ‘더러운 것’일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할까.밥상에서 배우는 삶의 지식
먹거리는 언제나 아이들의 주요 관심사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환경·기후 문제나 유전자변형식품 등이 당장 오늘 점심 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 아이 먹거리’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됐다.꼬마 농부 위한 치유 텃밭
이러한 교육 효과들이 알려지며 2021년에는 서울시에서 ‘꼬마 농부’를 위한 치유 텃밭을 일구기도 했다. 강동구 상일동 치유농업센터 일원에서 상추와 무 등 친환경 농작물을 직접 가꾸고 수확까지 해볼 수 있는 텃밭을 운영한 것이다. 선정된 단체에는 종자와 모종을 각 2종씩 제공하고 단체별로 기간 중 2~3회 텃밭 전담 강사의 채소 재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조상태 소장은 “도심에서 자란 아이들이 텃밭 활동을 통해 농업을 체험하고 정서 순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친환경 치유 텃밭을 운영하게 됐다. 많은 어린이가 우리 농업을 친숙하게 느끼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텃밭으로 옮겨온 교실
앞서 언급한, 농촌과 학교의 협력 관계를 돈독히 만드는 교육농협동조합도 텃밭을 미래 세대를 위한 교실로 만드는 모임이다. 우리 농업을 공부하고 배움을 나누는 교사와 농부,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농업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지식과 가치를 배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학교에 음악실, 도서실, 컴퓨터실, 운동장 등 다양한 공간이 필수적으로 있는 것처럼 교육농협동조합 교사들은 서로 힘을 합해 학교 텃밭이나 텃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