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Magazine
Monthly Magazine
March 2023 Vol.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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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더하기

인생 이모작

매직으로 일로매진(一路邁進),
환상적인 꿈의 세계를 펼칩니다
마술하는 퇴직 교사 노상원 회원



마술은 기술과 예술의 합이다. 고도의 손재주가 필요하고, 음악이나 미술을 잘 활용해야 한다. ‘나눔’이기도 하다.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37년간의 교사 생활을 끝으로 2017년 퇴임한 노상원 회원은 은퇴 후 시작한 마술을 통해 기술과 예술, 봉사의 숲을 누빈다. 익혀도 익혀도 끝이 없다. 속절없이 당하고도 아무도 화내지 않는 ‘속임수’를 위해, 그는 오늘도 기꺼이 연습의 어려움을 즐긴다.

박미경 / 사진 김성진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마술로 다시 맞이한 인생의 봄날

초인종을 누르니 연미복을 입은 신사가 현관문을 연다. 목엔 나비넥타이를 매고, 얼굴엔 미소를 머금은 채다. 가슴엔 ‘마술사 노상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자신을 쉽게 소개하기 위해 무대복마다 달아둔 소통의 이름표다. 그의 손 위로 날아드는 비둘기 ‘사랑이’는 그와 교감하며 협업하는 마술 동료이고, 방과 거실을 가득 메운 색색의 물건은 그의 손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마술 도구다. 단지 집안에 발을 들였을 뿐인데 이상하고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불쑥 들어와 있다.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해요. 익혀도 익혀도 끝이 없어요. 싫증 나기는커녕 배울수록 더 흥미로워요.”
그가 교직에 몸담은 건 1980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다. 37년간 그런 것처럼 그는 요즘도 ‘배움’과 ‘가르침’을 함께한다. 틈틈이 배우고 짬짬이 익히면서, 초등학교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에서 마술을 가르친다. ‘나눔’도 실천 중이다. 마술이 필요한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온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은퇴 이후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는 통념은 그의 현재와 매우 거리가 멀다.
“너무 바쁘게 지내는 것 같아 아내와 한 달에 한 번씩 국내곳곳을 여행해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모두를 미소 짓게 하는 나눔의 감동

그의 삶에 마술이 들어온 건 2017년 9월 부산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마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다. 2017년 2월 울산 성안중학교 수석교사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했으니, 은퇴한 지 반년 만에 자신의 길을 찾은 셈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기술·화공 과목을 가르친 그에겐 고도의 손재주가 필요한 마술이 유독 잘 맞았다. ‘눈속임’의 기술이 늘수록 마술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6개월 남짓의 교육을 마친 뒤 그를 포함한 15명의 교육생은 ‘울산신중년마술협회’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이후 부산연금 관리공단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을 지도한 정지희 마술사를 별도로 초빙해 함께 마술도 배우고 서로 우정도 나눠왔다. 그들 우정의 중심에는 ‘봉사’가 있다. 이들 15명은 몇 개 팀으로 나눠 지역 내 노인주간보호센터, 노인복지관, 경로당등에서 일주일에 한 번 마술 공연을 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활동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다시 시작했다. 잊고 있던 나눔의 감동을 처음처럼 다시 느끼고 있다.
“요즈음은 ‘코리안 매직 마술봉사단’이라는 봉사단에서도 활동하고 있어요. 윤해권 마술사님께 4년째 따로 마술을 배우고 있는데, 그분이 코리안매직의 대표님이거든요. 마술은 대표님과 제가 맡고, 우리 팀 소속인 웃음치료사 한 분과 외부에서 초대한 가수 두 분을 모시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울산정주간보호센터’에서 나눔 공연을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의 힘찬 박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큰 기쁨을 느껴요.”
다시 교사가 된 것도 그를 기쁘게 한다. 2018년 울산 용연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그는 중산초등학교, 척과초등학교 등에서 방과후교실 수업으로 마술을 지도하고 있다. 울산 백합초등학교와 연암초등학교에선 돌봄교실 수업으로 놀이체육을 가르치는 중이다.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그가 더 신이 난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할 땐 음악과 미술, 조명 등을 활용하는 스테이지 마술을 선보이지만,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땐 카드나 동전 등을 이용하는 클로즈업 마술을 주로 한다. 각각의 매력이 달라 그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다.
매력은 달라도 보람은 같다. 잠시나마 모두를 미소 짓게 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이다. 그는 마술을 보여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을 늘 기꺼이 수락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공연하기도 하고, 울산 내 고등학교 축제나 울산 지역 행사에서도 흔쾌히 마술을 선보인다. 자식과 손주들 앞에서도 심심찮게 한다. 모이기만 하면 웃음이 샘솟으니 한낮에도 마음에 별이 뜬다.

작게라도 목표를 정하고, 힘차게 나아가는 청춘

“젊은 시절부터 활동적인 편이었어요. 무언가를 배우는 걸워낙 좋아했죠. 대학 시절엔 대금산조 인간문화재 강백천선생님께 1년간 대금을 배웠어요. 40대엔 하남 이창조 선생님께 시조창을 배웠고요. 운동도 다양하게 접했어요. 테니스, 검도, 해동검도, 기체조…. 일련의 활동이 교사 생활에 큰 활력소가 돼주더라고요. 학교에선 보이스카우트 지도를 오래 했어요. 학생들과 몸으로 부대끼는 걸 좋아한 덕분에 격의 없이 즐겁게 지낸 것 같아요.”
무엇이든 꾸준히 시도하는 그였기에, 학생들에게 이 말을 자주 해줬다. “10대 노인이 되지 말고 100세 청년이 되어라.” 그 문장은 그대로 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작게라도 목표를 정하고 그 길로 힘차게 나아가는 삶. 크게 성공하거나 대단하게 이루지 못해도,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청년이라 그는 믿는다. 지난해부터 그에겐 ‘대한민국청 춘마술연합회 울산지회장’이란 직함이 추가됐다. 마술을 만난 뒤로, 그는 글자 그대로의 청춘을 살고 있다.
“2017년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스포츠건강학과에 입학했어요. 5년 만인 지난해 마침내 졸업했죠. 배움의 기쁨을 새삼느낀 시간이었어요.”
대학에 다시 입학한 건 은퇴 직후였지만, 웃음치료사 공부는 퇴임 3년 전부터 시작했다. 은퇴 후의 직업으로 웃음치료사를 소망한 그는 그 3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웃음치료와 관련한 공부를 열심히 해나갔다. 그 결과 그에겐 40개가 넘는 자격증이 생겼다. 웃음치료사, 노인심리상담사, 노인스포츠지도사, 평생교육사…. 남들에게 제대로 된 웃음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그를 엄청난 자격증의 소유자로 만든 것이다. 사실 자격증 개수는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소중한건 그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한 기억, 자격증을 획득했을 때 느낀 작은 성취감 같은 것들이다. 경쟁이 치열해 결국엔 웃음 치료사의 길을 접었지만, 그 덕분에 얻은 것이 그는 참 많다.

무지개빛 전성기가 지나가고 찾아온 장미빛 황금기

최근의 성취감은 대개 마술로 얻은 것들이다. 2019년 국제매직컨벤션 프리미엄부문 우수상을 시작으로, 그는 2020년같은 대회의 같은 부문 우수상과 피플초이스 동상을, 2021년에도 같은 대회 같은 부문 우수상과 유지야 스다 특별상을, 2022년엔 1등인 금상을 수상했다. 2022년엔 두 개의 큰상을 더 받았다. 제1회 대한문화예술제 전국대회와 제16회 영호남문화예술축제 전국대회 마술 부문에서 모두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제 그의 꿈은 ‘세계적인 마술사’가 되는 것이다. 꿈이 거기에 있으니 오늘도 기꺼이 연습의 어려움을 즐긴다.
“은퇴를 앞둔 교사분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미리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 말고,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퇴직하기 전에 찾아보길 바라요. 그걸 찾고 나면 자기만의 작은 목표를 정해 ‘일로매진(一路邁進)’하는 기쁨을 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어떤 천직도 그게 ‘직업’인 이상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긴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은퇴 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순도 높게 즐길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은퇴 이후야말로 인생의 황금기란 생각이 드네요.”
그는 오늘 장미 마술을 연습 중이다. ‘장미꽃 한 송이’라는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고, 꽃과 공과 천으로 여러 기술을 익히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있던 것’이 사라지고 ‘없던것’이 생겨난다. 무지갯빛 전성기가 지나면 장밋빛 황금기가 온다고, 그가 말이 아닌 손으로 증명하는 듯하다. 케이 로고 이미지
'인생 이모작'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의미 있는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