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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3 Vol.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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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챗GPT 열풍으로 이미 도착한 미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은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서비스인 챗GPT를 사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 있는 챗GPT(ChatGPT)는 현재까지 출시된 어떤 AI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수많은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어느 때보다 현실에 가까이 다가왔다. 이미 도착한 미래, AI가 전 영역에서 일으키고 있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

김보배(「2025 미래 교육 대전환」 저자)


챗GPT와 변화하는 교육계의 움직임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를 뜻한다. AI는 기존에 축적된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습득한다. OpenAI(2015년 설립된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개발한 AI 기술 중 하나인 챗GPT는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학습해 마치 사람이 쓴것과 같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대화형 AI’다.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구사하며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을 기억해 답변하기 때문에 사람이 쓴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맥에 따라 미묘한 어감까지 구현한다. 챗GPT가 널리 이용되면서 국내외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 코딩이나 작곡, 더 나아가 신문 기사 같은 글쓰기 등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온 창작물까지도 내놓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챗GPT가 과제를 대신해 주는 용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자 이를 이용한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 챗GPT로 쓴 글을 잡아내는 ‘GPT제로’ 등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한 국제학교에서 챗GPT를 활용해 영문에세이를 작성한 학생 전원을 0점 처리한 사례가 화제였다.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작성할 수 없도록 AI를 활용하여 규제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이 뒤따르고 있으나, 첨삭이나 수정을 더할 경우 챗GPT 사용 여부를 정확히 발견해 내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교수들은 과제를 낼 때 미리 챗GPT로 검색한 후 이를 활용해 제출할 수 없는 과제를 내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통제하고 규제하는 것만이 방법일까? 물론 AI에 대한 윤리적 판단과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관련 능력을 언어, 수리와 더불어 기초 소양으로 강조한다. 우리 아이들은 AI 기술을 언어와 수리만큼 삶을 살아가는 기본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가 고시한 7차 교육과정을 개정한 교육과정으로 2022년에 총론이 고시되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계획이다.

AI와 구분되는 인간 고유의 ‘감정’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AI와 인간이 학습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다름 아닌 ‘감정’이다. 인간은 AI처럼 잠을 자지 않고 일하거나 공부할 수는 없다. 수많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무기력이나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 흥미로운 대상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고, 깊이 몰입할 때에는 더 수준 높은 과제에 도전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나 자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몰입을 통해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또 나와는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과 협업할 때 감정의 전이를 느끼며 배우는 즐거움이 고양되기도 한다.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창의적인 질문을 쏟아내거나, 공학과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관점의 융합적 문제 해결 방법을 창안해 내기도 한다. 이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나 타인과 협력하는 능력,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 등 사회·정서적 능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15세 기탄잘리 라오가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뽑힌 이유

챗GPT는 현재 누구나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아마 질문의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단순히 오늘 먹을 점심 메뉴에 대한 대화를 해볼 수도 있다. 그 질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에게는 강력한 호기심이 있고, 그 호기심은 관심 분야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그 속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질문을 발견하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미국 주간지 「타임」은 고등학생이자 AI 과학자인 당시 15세의 기탄잘리 라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 소녀는 9세 때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 시민 10만 명이 납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여러 연구를 거듭한 끝에 12세 때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물속의 납 성분을 감지하는 ‘테티스’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괴롭힘 조짐을 조기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카인들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관심사에 깊이있게 몰입하다 보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지식 자료를 수집해 문제 해결에 이르는 이 과정은 AI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활용될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끊임없이 파고들다가 내면에서 촉발된 강력한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문제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며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AI와 공존하기 위해 우리가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할 점은 학생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협력해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다.

AI 시대,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일

앞서 언급한 AI의 출현과 새로운 인재상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방향의 주요 배경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AI에 대한 기초 소양을 높일 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과 잠재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지식을 습득하고 암기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촉발된 호기심과 관심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고,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맞춤형으로 설계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관심사와 진로에 따라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듣고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 같은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이 강화되며, 진로에 따른 학생 맞춤형 수업 과정 설계가 강조된다. 맞춤형 수업이란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과 흥미,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주는 교육에서 시작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AI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학생들이 지닌 다양성과 잠재력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할에 그물처럼 엮여갈 수 있을 것이다.
챗GPT 같은 AI는 앞으로 한층 진화할 것이며, 그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따라서 제재와 규제를 마련하거나 표절의 윤리적 의미를 일깨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학생들이 학습해 나가는 데 느끼는 감정에 따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져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해 볼 수 있도록 돕는 하브루타 교육법이나 집에서 강의를 듣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협력해 토론, 토의, 실험 등의 활동을 하는 거꾸로 학습법 등이 주목받고 있는 까닭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눈빛을 보자. 그리고 그 눈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입을 열게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자. ‘왜’라는 질문 속에서 관심 분야를 더욱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도록 돕자. 평균을 좇는 데에서 그 관심을 사람에게로 옮긴다면 미래 교육 또한 현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