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보배(「2025 미래 교육 대전환」 저자)
챗GPT와 변화하는 교육계의 움직임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계를 뜻한다. AI는 기존에 축적된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습득한다. OpenAI(2015년 설립된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개발한 AI 기술 중 하나인 챗GPT는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학습해 마치 사람이 쓴것과 같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대화형 AI’다. 다양한 국가의 언어를 구사하며 사용자와의 대화 내용을 기억해 답변하기 때문에 사람이 쓴 것인지, 기계가 쓴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맥에 따라 미묘한 어감까지 구현한다. 챗GPT가 널리 이용되면서 국내외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한 지식을 넘어 코딩이나 작곡, 더 나아가 신문 기사 같은 글쓰기 등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 온 창작물까지도 내놓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챗GPT가 과제를 대신해 주는 용도로 광범위하게 활용되자 이를 이용한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 챗GPT로 쓴 글을 잡아내는 ‘GPT제로’ 등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AI와 구분되는 인간 고유의 ‘감정’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AI와 인간이 학습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다름 아닌 ‘감정’이다. 인간은 AI처럼 잠을 자지 않고 일하거나 공부할 수는 없다. 수많은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무기력이나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15세 기탄잘리 라오가 최연소 올해의 인물로 뽑힌 이유
챗GPT는 현재 누구나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만약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아마 질문의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단순히 오늘 먹을 점심 메뉴에 대한 대화를 해볼 수도 있다. 그 질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에게는 강력한 호기심이 있고, 그 호기심은 관심 분야의 궁금증을 유발하며, 그 속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한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질문을 발견하는 것은 AI가 할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 사례를 살펴보자. 2020년 미국 주간지 「타임」은 고등학생이자 AI 과학자인 당시 15세의 기탄잘리 라오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 소녀는 9세 때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 시민 10만 명이 납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여러 연구를 거듭한 끝에 12세 때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물속의 납 성분을 감지하는 ‘테티스’라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후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이버괴롭힘 조짐을 조기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카인들리’를 개발하기도 했다.AI 시대, 교사와 학부모가 해야 할 일
앞서 언급한 AI의 출현과 새로운 인재상은 2022 개정 교육과정 방향의 주요 배경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AI에 대한 기초 소양을 높일 뿐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과 잠재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지식을 습득하고 암기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촉발된 호기심과 관심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고, 자신이 발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맞춤형으로 설계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관심사와 진로에 따라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듣고 정해진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제도) 같은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이 강화되며, 진로에 따른 학생 맞춤형 수업 과정 설계가 강조된다. 맞춤형 수업이란 학생들 개개인의 관심과 흥미, 배움의 즐거움을 찾아주는 교육에서 시작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AI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활용될 것이며, 학생들이 지닌 다양성과 잠재력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역할에 그물처럼 엮여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