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옥천군청
금강 물들이는 노란 유채꽃
충청북도 옥천군은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에 기대어 선 내륙 깊은 곳의 고장이다. 대전광역시와 청주시에 가려 덜 알려져 있을 뿐, 알고 보면 옥천은 충북의 젖줄 금강이 숨겨놓은 비경들이 즐비한 지역이기도 하다. 대청호 남쪽에서 가장 수려한 절경인 부소담악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금강수변친수공원 유채꽃 단지, 구읍 정지용문학관, 옛 37번 국도변 벚꽃길, 장계관광지 등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인증샷 명소들로 가득하다.실개천이 흐르는 시인의 고향
-정지용 ‘향수’ 中
벚꽃 엔딩 펼쳐지는 옛 국도 드라이브
옥천군은 구읍에서 옛 37번 국도를 따라 군북면을 거쳐 안내면 장계국민관광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정지용의 시 19편을 주제로 꾸며 ‘향수 30리길’이라 명명했다. 옛 37번 국도를 따라 보은 방면으로 달리면 가지마다 풍성한 핑크빛 꽃들이 만개한 벚나무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매년 4월 중순부터 하얗게 눈꽃을 날리는 이 도로는 옥천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길이기도 하다. 한참 드라이브를 즐기노라면 군북면 소정리의 도로변에서 독특한 버스정류장을 지나게 된다. 정류장의 구조물을 책상처럼 만든 뒤 잉크와 만년필 그리고 표지에 ‘향수’라고 적힌 책 조형물을 올려두었다. 책상옆에는 거대한 의자가 놓여 있다. 이 정류장은 옥천에서 제일인기가 좋은 포토존으로 꼽힌다.호수 위에 뜬 산 ‘부소담악’의 절경
옥천이 자랑하는 토속 음식 생선국수
충북 내륙의 다른 고장들과 마찬가지로 옥천에서는 예부터 쏘가리, 동자개, 메기 등 민물고기를 넣어 육수에 말아 낸 생선국수가 별미로 전해 내려온다. 선광집(043-732-8404)을 비롯해 청산면 일대에 생선국수집이 여럿 있으며, 옥천읍내 식당에서도 생선국수를 맛볼 수 있다. 청산면 생선국수집 중에는 역사가 무려 60년이 넘은 곳도 있을 정도. 옥천군은 생선국수라는 먹거리의 스토리텔링이 충분히 여행자들에게 소구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곳 청산면 일원에 ‘청산 생선국수 음식 거리’를 조성했다. 14곳 가량의 식당이 음식 거리의 일원이 되었으며 홍보 조형물을 세우고 향토적 이미지로 꾸민 안내판과 간판 등을 제작해 개성을 추구하고 통일성도 겸비했다.금강이 선물한 먹거리 도리뱅뱅이
금강 변에 살아가고 있는 옥천 사람들이 생선국수만큼이나 즐겨 먹었던 음식이 바로 도리뱅뱅이다. 매운탕으로 끓이기에는 애매한 피라미처럼 작은 생선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가 바로 도리뱅뱅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음식 역시 충북이나 전북 내륙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토속 먹거리로 강에서 잡아 올린 손가락 크기의 민물 생선을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담은 뒤 기름에 바싹 튀겨 양념 고추장을 얹어 완성한다. 동그랗게 담은 모양에서 착안해 ‘도리뱅뱅이’라는 이름이 붙어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는 이 음식은 지역 방송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를 통해서도 향토 먹거리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동이면과 옥천읍 혹은 청산면의 청산 생선국수 음식거리에서도 도리뱅뱅이를 맛볼 수 있다.정갈한 상차림으로 맛보는 순두부전골
옥천군에서 가장 작은 면소재지인 안남에는 정갈한 상차림과 맛좋은 순두부로 상춘객을 맞이하는 배바우손두부(043-732-2137)가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재배한 콩으로 직접 만든 순두부가 대표 메뉴이기에 더욱 믿음이 가는 맛집이다. 배바우손두부를 찾는 손님들 사이에서는 얼큰한 해물순두부전골, 들깨와 굴이 조화로운 들깨굴탕순두부 등이 가장 인기가 좋다. 28년 전 귀농한 주인이 운영하는 이 집은 음식 맛을 인정받아 지난 2015년 충청북도 ‘밥맛좋은 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후 옥천군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