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마음의 건강도 지키는 ‘팀 킹덤’의 교사들
코로나19 여파로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덩달아 건강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운동하는 초등교사 모임 팀 킹덤(kingdom)의 왕국은 건재하다.
팀 킹덤 회원들은 각자 운동하고 서로 응원하며 매일 운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운동하는 초등교사 모임’이라는 설명 그대로 팀 킹덤은 전국 초등교사 중 운동, 그중에서도 웨이트 트레이닝(근력 운동)을
중심으로 크로스핏·러닝·기계체조·폴 댄스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가꾸기 위해 운동하는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있다.
킹덤은 모임을 처음 결성한 김황제 교사의 이름 ‘황제(king)’
에서 비롯됐다. 현재 팀 킹덤 인원은 60여 명. 2018년 겨울,
팀이 출범했을 때 지원자가 20여 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새 모임 규모가 3배가량 성장했다.
회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비롯해 저마다 좋아하는 운동과 식단 조절로 건강한 몸을 만든다.
그렇다면 왜 교사들은 ‘운동’에 집중했을까?
“교사도 사람이라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살아요. 학교 안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뿐 아니라 건강 고민, 산후 우울증 등
개인적인 고민도 많죠. 저도 처음에는 교사로서의 고민과
건강 문제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교사들끼리 힘을 모아
운동으로 이런 고민을 해소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모임을 결성했어요.
실제로 운동 후 ‘몸이 바뀌는 게 보인다’, ‘체력이 좋아졌다’라는 반응이 계속 나와 정말 뿌듯해요.
운동 효과를 알기에 저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자신의 신체나 무거운 기구를 이용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많은 운동 중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이유는 개인 연습이 가능하고, 성취감 역시 오롯이
자기 자신이 느낄 수 있기 때문. 또 자신의 신체 조건과
일정에 따라 운동법과 시간을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구기, 육상 등의 종목은 경기 중 자연히 실력이 드러나요.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은 운동 신경이나 실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도전하고 즐길 수 있어요.
또 스스로 몸이 바뀌고 건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삶과 교육의 질을 높여준 마술 같은 ‘운동’
누구든 일상에 운동을 더하면 행복은 곱절로 커진다. 김황제
교사는 그 사실을 성인이 돼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선천성
심장병인 심실중격결손증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실중격결손증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 중간 벽(중격)에 구멍(결손)이 있는 것으로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
그러다 대학에 와서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며 운동에 재미를 느낀 김황제 교사는 초등교사가 된 후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8년 전만 해도 어깨가 좁고 배는 볼록 튀어나와 있었어요.
학생들에게 항상 ‘지덕체(智德體)를 갖춰야 한다’라고 말만 하고 정작 저는 그러지 못했죠.
그래서 항상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가 교직 생활 2년 차인 2012년에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금방 숨이 가쁘고 힘들었는데, 운동을 계속할수록 증상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은 매일 운동량을 정해놓고 할 만큼 건강해졌습니다.”
운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시작하면서 김황제
교사의 삶의 질뿐 아니라 교육의 질도 바뀌었다. 학생 각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운동법을 가르치고,
밥 먹을 때도 조금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를 보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매년 생겨났고, 더러 운동으로
진로를 잡는 학생도 있었다. 팀 킹덤을 조직하면서 동료도 훨씬 늘었다.
자신과 함께 운동하는 교사와 제자들을 원동력으로 그는 2018년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바로 ‘보디 프로필(body profile)’을 찍는 것이었다.
“2018년 처음 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을 모집하고 보디 프로필 촬영을 준비할 때만 해도 다들 무경험자라
시행 착오가 잦았어요. 하지만 촬영 후 반응이 무척 뜨거웠습니다. 그 후 매해 새로운 기수를 모집할 수 있었고요.
물론 초창기부터 함께하는 분도 꽤 많아요. 보디 프로필 촬영이라는 이벤트를 위해서가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운동하고
노하우를 나누기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거죠.”
▲ 학생을 등에 업고 철봉을 하고 있는 김황제 교사
▲ ‘팀 킹덤’ 3기 프로필 단체 촬영에 참여한 맴버들
2020년 장기기증 캠페인에서 나눔산타로 선정되어 촬영한 운동법 인증 미션 사진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 교육의 본질
“교사라면 식단을 관리하기 어렵지 않나?”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보통 교사들은 점심때마다 급식실에서 정해진 메뉴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황제 교사는 “전혀 어렵지 않다”라고 답한다. 오히려 학교 급식을 통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무엇을 덜 먹고 더 먹을지를 선택하면 된다.
운동 시간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쉬는 시간, 퇴근 후 언제든 운동할 수 있는 것.
“아침 운동 : 40kg 덤벨 인클라인 벤치 프레스 5세트, 29kg 덤벨 숄더 프레스 5세트, 40kg 덤벨 로우 50개.”
김황제 교사는 매일 짬을 내 운동하고, SNS를 통해 하루 운동량을 공유한다.
운동하는 사진도 자주 올린다. 그렇게 자신이 어떻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운동을 독려한다.
또 운동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관심도 학생들과 나눈다. 그는 학교에 밴드부와 댄스부를 결성해 학생들과 함께 매해 무대에 오른다.
업무가 많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굳이 동아리를 만들고 무대를 준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함께하면 즐겁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공자님
말씀처럼 저는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 뿐이에요. 그 즐거움을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싶고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제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함께 행복해지는 일. 저는 이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하고, 노력하며 계속되는 ‘우리’
김황제 교사는 팀 킹덤을 통해서도 더 많은 교사가 더 큰 행복을 얻길 바란다.
12년의 교직경력 중 부장을 7년, 그 중 교무부장만 4년째 맡고 있는데, 팀 킹덤 회원들과 메신저를 통해 학교에서 생기는 궁금증,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한다. 초임 교사부터 경력 많은 교사까지 경력과 상관없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고 한계를 극복하며 그들은
점점 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된다.
“도전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운동은 ‘언제 어떤 운동을 하지?’ 고민하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마든지 당장 시작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새해 첫날 시작해 금방 그만두곤 해요. 하지만 제 생각에 운동만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딱 3개월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보세요.
그럼 분명 몸이 변하는 걸 느끼고, 더불어 인생이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몸이 가진 한계 앞에서 좌절만 했다면 팀 킹덤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황제 교사는 도전하고, 노력하고, 지속하며 운동하는 교사들의 왕국을 세웠다.
앞으로도 그 왕국으로 더 많은 사람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찾으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