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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식재료와 음식에 얽힌 이야기

맛있는 에세이

맛은 풍성해지고,
식탁은 푸짐해지는

가을 해산물
토란과 해산물 지역별 명절음식의 차이
여름은 지났지만, 한낮 길을 걷다 보면 뜨거운 햇살에 정수리가 화끈거리고 등허리에는 땀이 맺힌다. 더움이라기보다는 뜨거움에 가까운 빛이다. 그렇지만 피부에 닿는 바람에 습기 대신 개운함이 깃든 것으로 보아 가을이 온 것이 맞나 보다. 거칠 것 없이 쏟아지는 태양 빛에 곡물과 과일이 여무는 동안 무더위에 지친 우리 몸도 활기를 찾고, 드넓은 바다의 생명들도 계절 변화에 따라 맛있어질 채비를 한다.

글 김민경 푸드 칼럼니스트

가을 바다가 내어주는 해산물을 살펴보면 가을 식탁에 푸짐하게 차려낼 것이 참 많다. 전어와 새우는 제철일수록 가격도 저렴해지고 재료 하나만으로도 모두가 즐겁게 먹을 수 있는 푸짐한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고소한 가을 대표 별미, 전어
차례상

가을 바다의 맛을 여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전어다. 전어는 몸길이 15cm~20cm이며, 등 쪽은 검푸른색을 띠고, 배 쪽으로 갈수록 노르스름했다가 은색에서 백색으로 바뀐다. 몸은 유선형으로 작고 빛깔이 예쁘며 엄청나게 활동적인 물고기다. 전어는 예부터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 같은 수식어가 따른다. 얼마나 고소하면 ‘깨 물고기’라는 별칭이 생겼을까. 가을 전어가 남다르게 고소한 데는 이유가 있다. 초여름에 산란을 마친 전어는 소진한 기력을 채우기 위해 여름 내내 왕성하게 먹이 활동을 해 살을 찌운다. 가을이 되면 전어의 몸에 살이 부쩍 올라 다른 때보다 지방질이 약 3배나 많아진다. 이러니 자그마한 몸에서 고소함이 잔뜩 뿜어져 나올 수밖에.
도심 수족관을 바쁘게 헤엄치는 전어는 대체로 양식이다. 크기가 일정하고 살도 비슷하게 쪘다. 잔가시가 많지만 뼈가 억세지 않아 뼈째 얄팍얄팍하게 몸통을 썰어 회로 먹는다. 초장에도 찍고, 마늘과 고추를 다져 넣고 참기름 휙 두른 된장을 회에 얹어 먹기도 한다. 부드러운 전어를 구우면 지방질이 죄다 고소한 맛으로 변한다. 살집에 칼집을 내어 소금을 툭툭 뿌린뒤 불에 굽는다. 되도록 불과 직접 닿게 구워야 제맛을 볼 수 있다. 숯불이면 더할 나위 없지만 장작이든, 전기 그릴이든 기름이 아래로 빠지면서 껍질이 파삭파삭해지도록 구워야 한다. 전어에 가득한 기름기는 불포화지방산이라 마음 놓고 먹어도 성인병에 영향을 줄 일이 거의 없고, 살에는 두뇌에 좋은 글루타민도 함유되어 있으며, 뼈째 먹으니 칼슘까지 챙길 수 있다.
자연산 전어를 한 바구니 구했다면 크기가 일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중 작은 것은 회로, 조금 큰 것은 구이나 찜으로 먹으면 된다. 간혹 길이 30cm 정도로 큼직한 것은 ‘떡전어’라 부르는데 뼈가 억세니 구워 먹거나 포를 떠서 회로 먹는 것이 알맞다.

온 가족이 즐기는 새우
문어와 육전

전어가 술을 부르는 어른을 위한 맛이라면, 이제부터는 온 가족이 두루두루 신나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등장할 때다.
조리하기 쉽고, 머리까지 맛있는 먹어보자. 새우 하면 대하가 먼저 떠오른다. 대하는 사실 중하, 소하와 함께 새우의 크기를 구분하는 말 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가을에 잡히는 자연산 큰보리새웃과의 갑각류’를 대신하는 단어가 되었다. 대하와 비교되는 것이 양식 하는 흰다리새우다. 우리가 큼직한 새우를 1년 내내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렇지만 기왕 제철이니 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자연산 대하에 도전해 보고 싶어진다.
고단백, 저지방, 고칼슘 식품 새우는 단백질, 칼슘, 인, 요오드, 철까지 함유한 영양 덩어리다. 새우의 맛을 내는 성분인 타우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새우 머리와 껍질까지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진다. 새우는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것을 판별할 수 있다. 몸집이 깨끗하고 상처가 없으며, 투명하면서 윤기가 돌아야 한다. 살짝 눌렀을 때 껍질에서 단단함이 느껴지면 아주 좋다. 머리 쪽에서 검은 물이 떨어지는 것은 피한다.
신선한 새우는 그 자체로 완벽한 요리 재료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새우에 올리브오일을 넉넉히 부어 버무린 다음 큼직하게 썬 양파, 통마늘 몇 쪽을 넣고 종이 포일로 감싸 오븐에 넣고 찌듯이 익히는 요리를 좋아한다. 새우가 익으며 국물에 빵을 찍어 먹으면 감바스 알 아히요가 부럽지 않다. 다만 이렇게 조리하면 새우 껍데기는 고스란히 버려야 한다. 껍데기까지 즐기고 싶다면 널찍한 팬에 굵은 소금을 펼쳐 깔고 그 위에 싱싱한 새우를 얹어 구워 먹으면 된다. 소금을 거쳐 올라오는 은근한 열기와 간간한 맛이 새우를 더 맛있게 만든다. 구운 새우는 살만 먹은 다음 머리는 통째로 떼어 튀기고, 껍데기는 국물 요리에 쓰면 된다.케이 로고 이미지



Recipe 1
전어구이

• 재료 전어 12마리, 꽃소금 1과 1/2작은술, 레몬 1/2개

만드는 방법

  • ➊ 전어는 비늘을 칼등으로 긁어내고 꼬리와 날개 지느러미는 가위로 자른 다음 등에 칼집을 내고 위에 소금을 솔솔 뿌린다.
  • ➋ 머리와 꼬리 부분이 타지 않도록 포일로 감싸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약 10분간 익힌다.
  • ➌ 전어가 다 익으면 접시에 담고 레몬즙을 뿌려 낸다.


Recipe 2
오렌지 소스 새우구이

• 재료 중하 15마리, 샐러드 채소 적당량
• 밑간재료 맛술 1/4컵, 올리브오일 1큰술, 소금・후추 약간, 식용유 약간
• 오렌지 소스 재료 오렌지・레몬 1/2개씩, 양파 1/2개, 마요네즈 1큰술, 머스터드 1작은술, 설탕 1큰술

만드는 방법

  • ➊ 새우는 머리와 껍데기를 제거한 뒤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 쪽에 있는 내장을 빼낸다.
  • ➋ 밑간 재료를 새우에 얹어 재운다.
  • ➌ 준비한 오렌지 소스 재료를 섞은 뒤 블렌더에 곱게 간다.
  • ➍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새우를 굽는다.
  • ➎ 접시에 구운 새우를 담고 오렌지 소스와 샐러드 채소를 곁들여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