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는 무려 아홉 번이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만큼 종이는 친환경 재료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친환경 종이 공예 브랜드 리코셰(Ricochet)의
공방 한쪽 벽면에 전시된 작품을 둘러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재생지 밴드를 이용해 바구니, 가방, 컵 홀더 등으로 만든 제품의 수준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특히 플라스틱 소재의 일상용품을
종이 공예 소품으로 대체가 가능할 정도다. 이번에는
특별하게 공제회 회원들과 함께 친환경 재료인 재생지 밴드로 하트 메모꽂이, 새활용 화병, 미니 화분 바구니를
만들며 리코셰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재생지 새활용의 이모저모에 대해 배워보았다.
글 편집실 | 사진 성민하
재생지로 만드는 마법 같은 생활용품
서울시 성동구에 자리한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 특화시설로는 세계 최대로 꼽히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지구 자원의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하는 도시, 서울’로 거듭나기
위해 2017년 개관한 이래, 현재는 24개 친환경 관련 기업이
입주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릴 만큼 성장했다. 이번 DIY 클래스 행사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친환경 공예 브랜드
‘리코셰’에서 진행됐다.
리코셰는 배인정 대표가 2020년 설립한 브랜드로, ‘지구를
지키는 작은 날갯짓’이라는 슬로건 아래 재생지 밴드를 활용한
각종 공예 상품, 교육 키트 등을 제작·판매한다.
아직은 대중에게 생소한 재생지 밴드란 우유 팩, 골판지 등 의 종이를 재가공한 후 색을 입힌 소재로 에코 밴드, 재생 종이
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재가공 과정에서 다양한 크기,
색상으로 제작할 수 있어 공예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종이로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질긴 편이며, 친환경 수용성
바니시를 바르면 플라스틱과 같은 경도의 생활용품으로
사용하기에 손색없다. 이번 DIY 클래스 역시 이 재생지 밴드를 활용해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들어보았다.
리코셰 배인정 대표 인터뷰
리코셰 배인정 대표 인터뷰
Q 리코셰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프랑스어로 물수제비라는 뜻으로, 여러 번 다시 튀어 올라 생명력을 이어가는 물수제비처럼 종이에서 새로운 공예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에코 크래프트 작업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Q 리코셰의 수업은 누구나 들을 수 있나요?
네,리코셰 공방을 통해서 체험클래스,원데이클래스,
취미반, 자격증반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DIY키트를 구매하시면 집에서 쉽게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강의 영상도 함께 제공합니다. 또 관공서, 학교, 회사 등의 ESG 수업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Q 브랜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오염되는 환경과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고 좀 더 지구를 위한 공예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명을 다해 버려지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다시 종이로 재활용 되는 이 재생지 밴드 종이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매력적인 재생지 밴드 공예 제품을 통해 새활용 공예 홍보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설레는 가을의 나들이
오늘 수업에 참가할 회원들의 자기소개로 시작됐다. 각각 현직 교사 2명, 간호사 1명, 은퇴 교사 2명으로, 공제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다양한 회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인정 대표는 본격적인 수업 시작에 앞서 브랜드 소개와
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회원들은
멀게만 느껴지던 업사이클링과 기후 위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우며 오늘의 수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모두 설렘 속에서 배 대표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처음 만들 소품은 하트 메모꽂이.
하트 모양 지지대 사이에 명함이나 좋아하는 사진을
꽂을 수 있는 소품이다. 복잡하지 않으면서 모양이 아기자기해
처음 재생지 밴드 공예를 경험하는 이들이 체험용으로
많이 선택하는 제품이다. 출발은 무난했으나 과정이 진행될수록
“아잇”, “어머나” 등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배 대표가 나서서 회원들을 돕자 다시 그럴싸하게
모양이 잡혀갔다. 드디어 첫 번째 소품이 완성되자 회원들
눈에 뿌듯함이 비쳤다.
두 번째 소품은 새활용 화병이다. 기능에는 이상이 없지만,
외관상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으로 판매할 수 없는 시험관을
기부받아 만드는 소품이다. 구성은 간단하다. 재생지 밴드를 감아 받침을 만든 다음 그 위에 시험관을 꽂으면 된다.
앞서 만든 하트 메모꽂이와 만드는 과정이 비슷해 회원들의
손놀림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여기에 백화점에서 기부받은
조화를 활용해 장식하면 사시사철 화사한 꽃을 꽂을 수 있는 완벽한 화병이 된다.
화병 작업을 마무리하자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회원들은 “오랜만에 이렇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본다”라며 보람찬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지막 소품인 바구니를
만들기 전 잠시 휴식 시간. 공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너른
풍경에 모두가 마음을 빼앗겼다. 연이은 수업에 잠시 피로했던
눈과 복잡했던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만들어볼 소품은 초미니 다육이 화분에 딱 맞는
미니 바구니다. 이런 바구니는 주로 라탄 등으로 만들지만 재생지 밴드를 잘 활용하면 라탄으로 만든 것 못지않은 귀여운
바구니를 만들 수 있다. 이 바구니를 만들면서는 깜짝 선물이
주어져 회원들을 다시 한번 미소 짓게 했다. 선물은 바로 바구니에
딱 맞는 초미니 다육이 화분과 미니 물받이. 다육이는
모두 배 대표가 사무실에서 애지중지 기른 것이다. 선물의 기쁨도
잠시, 재생지 밴드를 4등분으로 가늘게 만든 뒤 이를 번갈아
엮어 만드는 바구니는 앞의 두 소품보다 난이도가 조금 높았다.
배 대표는 “모두 천천히 하다 보면 완성하실 수 있다”라며 회원들은 격려했다.
그렇게 바닥부터 벽면까지 엮기
시작한 지 30분이 지나자 차츰 바구니 모양이 갖춰져갔다.
완성을 목전에 둔 이도, 잘되지 않아 풀었다 다시 시작하는
회원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매진해 모두 바구니를 완성할
수 있었다. 회원들은 각자 맘에 드는 다육이를 골라 자신의
바구니에 넣어보며 완성의 기쁨을 누렸다. 수업이 끝난 후 회원들 모두 입을 모아 친환경
생활 소품을 좀 더 가깝고, 재밌게 체험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미란 회원( 前 역삼중학교)
집에 가져온 제 작품을 보며 일상에서 새활용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겠습니다.
이금덕 회원 ( 前 아주대학교병원)
재생지 밴드를 이용해 새활용품을 만들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성희 회원 (상도중학교)
덕분에 지구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가질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서울새활용플라자에 꼭 한 번 다시 들를 예정입니다.
한경선 회원 ( 前 인천계양초등학교)
새활용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고, 그 의미를 살려 3개의 귀중한 작품을 만드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왼쪽부터) 이미란, 이금덕, 한경선, 김혜원, 여성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