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설에서 독보적 스타일을 구축한 경제 전문가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하와이주립대학교 MBA를 취득했다. 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과 아시아생산성기구(APO,도쿄) 연구원으로 일했다.
경제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등 실용 경제서 다수를 집필했다.
글 곽해선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우리나라에서는 전에 없던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총인구가 줄어들면서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고령인구
비중은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 총인구 감소,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는 노동력과 소비 수요를 줄여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세계 꼴등 저출산 국가
여성 1명이 가임 기간인 15세~49세에 낳으리라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이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UN이 집계한 세계 198개국 중 유일하게 1.0명 이하이자 2년 연속 최하위다.
심지어 작년에도 0.78명으로, OECD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만 1.0명을 밑돌았다(2021년 기준
OECD 평균 1.58명). 올해 2분기엔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출생아 수도 해마다 급격히 줄고 있다. 1970년 100만
명을 넘던 출생아 수는 2002년 40만 명대로, 지난해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25만 명 아래인 24.9만 명으로 줄었다.
인구 감소 속도도 최고 수준
통계청이 올해 7월 발표한 ‘저출산과 우리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을 기점으로 자연 감소하면서
올해 5,200만 명에서 2041년 4,000만 명대(2011년 규모)로
회귀하고 2070년엔 3,8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0년부터 2070년까지는 총인구가 1,241만 명 줄어 인구
감소 폭이 세계 236개국 중 6위, OECD 39개국 중 2위가 될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인 고령자 비율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2023년~2070년 중 세계 고령인구 평균치는 10.0%에서
20.1%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작년 17.5%였고 올해는
18.4%지만, 2070년에는 46.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생산연령인구(생산 활동을 할 수 있는 15세~64세에 해당하는 인구) 감소 속도도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 2023년~2070년 중 세계 평균 생산연령인구가 65.0%에서 61.4%로
소폭 줄어드는 동안 우리나라는 70.5%에서 46.1%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고 생산연령인구 중에서도 청년 인구가 특히
급감하고 있어 19세~34세 청년층 인구는 35.3% 줄어들 전망이다.
성장잠재력 저하를 불러오는 인구 감소
지금 우리나라처럼 총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동시에 줄고
고령화가 급진전하는 인구 변화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노동 공급이 줄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됨으로써
성장잠재력이 약화하고 성장률도 떨어진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0세~29세 인구 비중이 줄면 30세~64세
인구 비중이 줄고 고령층 비중이 높아지므로 노년부양비(old-age dependency ratio)가 급증한다.
노년부양비란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비율, 곧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가 몇
명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1955년~19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710만 명이 2030년 이후 초고령층(만 75세 이상)에 진입하면서 노년부양비가 급등할 전망이다.
2020년 우리나라 노년부양비는
21.8%였는데 2030년엔 38.6%로 늘고 이후 2040년 60.5%,
2050년 78.6%, 2060년 90.4%로 증가한다. 2070년엔
100%가 넘는다(100.6%). 생산연령인구 1명이 고령층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년부양비가 급증하면 장기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그만큼 생산연령인구가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와 총수요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 잠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뿐 아니다.
인구 변화는 장기적으로 산업구조와 복지제도, 지역 경제,
교육, 병역을 포함해 경제와 사회에 광범위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 충격을 막을 대안은 있을까
이미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은 유럽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유럽 각국은 일찍이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연령인구 감소, 노동생산성 하락, 노동력 참가율
하락 등이 일어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경제에 가져오는 부정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연령인구를 확충하고 노동생산성과 노동참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봤다.
생산과 서비스를 자동화하고 로봇 도입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의 추세적 하락에 맞서는 한편, 30세~64세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 간 노동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데 노력했다.
양성평등과 정년 연장 등 청년과 여성,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해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참여율을 끌어올렸다.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면서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의
이민 유입도 적극 추진했다. 결과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성과 고령자 그리고 이민 노동자의 노동참여율이 높아져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정책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활동인구
확충과 더불어 노동생산성 향상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미래
유망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 수요에 맞춰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
인적자본 생산성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