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미경 l 사진 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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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넓지 않은 서울의 학교지만, 곳곳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실내 수직정원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각 층 현관에 마련된 ‘벽면 위의 뜰’에서 온종일 향긋한 풀향기가 난다.
2층과 3층의 유휴 공간에는 각각 햇살정원과 하늘정원이 있다. 여름엔 해바라기가, 가을엔 국화가
차례로 피고 진다. 그게 끝이 아니다. 학교 뒷마당엔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돌보는 상자형 텃밭이 있다. 온갖 식물과 작물이 각각의 공간에서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이’ 한데 어울려 자라난다. 자연은 다만 그런 존재라고,
사람도 자연의 하나일 뿐이니 차별 없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고, 이 학교의 식물들이 속삭이는 듯하다.
서울정민학교는 2001년에 세워진 공립 지체장애 교육기관이다.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 전공과까지 22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학교엔 담임과 부담임을 비롯한
교사들 외에 특수교육실무사, 돌봄교사, 특수에듀케어강사, 교무실무사, 교무행정지원사, 차량실무사 등 다
양한 직종의 교직원이 함께 근무한다. 중증·복합장애 학생이
많아 교육 활동 외에 섬세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기르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말처럼, 한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서울정민학교는 ‘마을’
같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사명’에서 ‘사랑’을 길어 올리며 교육의 강을 더불어 따뜻이 건너고 있다.
오늘의 커피트럭은 그 아름다운 동료들을 응원하고 싶어 유하린 회원이 신청했다.
이 학교에서 중등연구기획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금 커피트럭이 와서 의미가 더욱 깊다고
고백한다. 전국의 교사들이 슬픔의 강을 건너고 있는
이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제겐 ‘친정’ 같은 곳이에요. 이 학교가 첫 부임지거든요.
다른 학교에서 10년간 근무하다 작년에 돌아왔어요. 친정
식구 같은 동료들에게 ‘쉼표’를 선물하려고 신청 했는데,
잊지 않고 커피트럭을 보내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
라요.
우리 선생님들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요.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나아가도록 한 아이 한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핍니다. 응원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려요.”
9월 11일 오전 11시.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하늘
만큼은 완연한 가을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덕분에 커피트럭의 노란빛이 한결 돋보인다. 가장 먼저 달려온
이들은 돌봄강사들이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것이다. 그들의 환한 미소가 커피트럭의
‘명도’를 더욱 높인다.
“돌봄강사는 ‘돕는 사람’들이에요. 신체적 돌봄이 필요한
우리 학생들도 돕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실 수 있도록
학부모님들도 돕고 있어요.
누군가를 도와주는 직업이라는 게 우리에겐 큰 보람이에요.” 박남희 돌봄강사의
환한 얼굴에 보람과 자부심이 엿보인다.
커피트럭 앞으로 김형근 교장과 성미애 교감, 박진 교감이
나란히 걸어온다. 유하린 회원이 그랬듯, 세 사람도
교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태산처럼 크다. 어려운 공교육의
현실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는 170여 명
교직원, 그들에게 보내오는 커피트럭의 응원이 김형근
교장은 반갑다.
“천사처럼 예쁜 아이들, 사랑으로 교육하는 교직원들, 마음을
보태주는 학부모들이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모두 우리 학교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공간도 자랑하고 싶어요.
수중운동실을 비롯한 재활운동실, 감각놀이실, 중복·중도 장애 학생들을 배려한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장애 특성을 고려한 공간으로 2020년에 새로 태어 났거든요. 수직정원, 햇살정원, 하늘정원 등 건물 곳곳에
식물을 들여 학생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요. 우리
학교를 자랑할 수 있게 해준 유하린 선생님, 응원하러
와준 한국교직원공제회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박진 교감의 이야기에 성미애 교감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 교직원들은 점심시간이 제각각이다. 특히 담임교사나
특수교육실무사의 경우 학생들의 식사를 지도하며
교실에서 밥을 함께 먹거나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커피트럭 앞으로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띄엄띄엄 오지만 모두가 싱글벙글 웃고 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신뢰 덕분이다.
음료 한 잔을 들고 교실로 돌아가는 선생님의 등에도, 외근하고
돌아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교직원의 어깨에도 가을 햇살이 한참을 쉬었다 간다.
글 허성환 l 사진 이용기
푸르름을 더한 맑은 하늘이 캠퍼스 위로 펼쳐진 날. 정오 무렵,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은 시원해 ‘커피 마시기 딱 좋은’ 가을 한때였다.
KDI국제정책대학원으로 달려온 커피트럭은 캠퍼스 안에 있는 ‘결실의 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에는 학생과 교직원들의 쉼터로 활용되지만, 특별한 날이면 이곳은 행사장으로 변신한다.
50여 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국의 음식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는 ‘인터내셔널 푸드 페스티벌’이 해마다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음식으로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을 이날은 커피트럭이 차지한 것이다.
KDI국제정책대학원에는 개교 이후 약 26년간 141개국 출신 학생들이 거쳐갔다.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데다 해마다 200여 명의 외국인 학생이 입학한다.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을 정도로 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졸업생 중에는 현재 자국에서 장관, 국회의원 등 고위직 공무원의 수가 꽤 많은 명문 대학원이다.
이 외에도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자랑거리는 많지만 유종일 원장이 꼽는 첫 번째는 따로 있다. 바로 함께 일하는
교직원들이다. 먼저, 교직원들의 뛰어난 영어 실력을 꼽는다.
모든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고 회의도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특성상 기본 실력이 탄탄해야 근무가 가능하다.
특히 외국에서 온 학생이 많다 보니 그들의 소리에 귀기울여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세우는 유종일 원장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교직원들의 ‘친절’이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친절’입니다. 교직원이라는 권위 의식은 찾아볼 수
없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민간 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일에도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이라는 결실로
맺히곤 합니다”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오전 11시, 커피트럭 주변으로 교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사연 신청자 이하영 선임전문원이 이미 교직원들에게 귀띔을 해놓은 모양이다.
교직원 한 명이 수줍게 다가와 “커피 마실 수 있어요?” 묻자, 커피트럭 안에서 “네,
주문하시면 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에 있던 교직원들이 커피트럭 주문대 앞으로
몰려들어 저마다 주문할 메뉴 고르기에 분주하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네요. 그래도 저는 ‘아아’요. 뭐 드실래요?”
“저는 초당옥수수라테요” “커피트럭이라고 해서
커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많네요. 하하.”
이날의 주인공 이하영 선임전문원이 커피트럭으로 다가오자
교직원들이 열렬히 환호한다. “잘 마실게요.” “고마워요.”
“이하영, 파이팅!” 동료들의 감사 인사가 이어지자 이 선임전문원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화답한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캠퍼스가 이전하면서 이하영 선임전문원도
세종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당시만 해도 주변에는
‘공사장’, ‘적막’, ‘암흑’ 이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다른 곳에서는 문밖을 나서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카페, 식당, 편의점도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허허벌판이던 시절이다. 하지만 어느덧 9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 어느새 워킹맘이 된 것이다.
“춥고 긴 시간을 함께 버텨온 교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커피트럭에 사연을 보냈어요. 캠퍼스 앞 아름다운 괴화산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나누고 싶었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