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자연보호, 두 마리 토끼 모두 잡는 활동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줍깅’ 또는 ‘플로깅’이라고 한다. ‘세이브 더’는 이런 활동에서 더 나아가
‘트레일 러닝’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취미를 즐기는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이들은 트레일 러닝을 통해 자연을
직접 마주하며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의 아름다움을 홍보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이브 더’는 트레일 러닝을 즐기던 박준섭, 염주호 두 사람이 뜻을 모으면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산을 달리며 자연의 소중함을 느꼈고, 더욱 많은 사람이 자연을 즐기며 그 중요성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단체를 조직했다.
이들이 즐기는 트레일 러닝은 산악 마라톤이라고도 부르는 운동으로, 자연과 호흡하며 산과 숲,
들판 그리고 오솔길 같은 곳을 달린다. 최근에는 등산, 마라톤을 즐기는 2030세대가 늘면서 두 가지를 함께하는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세이브 더 지리’에 참여한 참가자들
‘세이브 더’에서 활동하고 있는 염주호, 성산희, 정예지 활동가
‘세이브 더’라는 이름은 세이브(save)와 함께 더(the)라는 정관사 뒤에 다양한 것을 붙여 지키고 싶은 것을 나타내면서
‘어떤 것을 더 지킨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아 지었다.
‘세이브 더’에 정식으로 몸담은 활동가는 7명으로, 처음 2명에서 시작해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점점 모이면서 그 수가 늘었다.
이들은 평소 직장 생활 등 본업에 종사하다가 주말이나 휴일에 모여 함께 활동한다.
그 때문일까. 이들의 활동은 전문적이거나 무겁지 않다. 일반인과 같은 눈높이에서 배우고
체험하며 환경보호 활동을 한다. 오히려 활동가들은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어 좋고, 계속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이야기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와 취미 활동으로 얻는 즐거움을 적절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이 모임의 장점이다. 정예지 활동가는 “우리 같은 소소한 단체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여 말한다.
활동가들은 모두 30대 중후반이지만, 행사에는 20대 초중반부터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한다. 염주호 활동가는 “개인적으로도
‘세이브 더’ 활동을 통해 기록에 집착하던 러닝 습관을 바꾸고 환기하는 기회가 된다”며, “이를 계기로 취미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어 많이 참여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달리기를 목적으로 모였지만, 달리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더욱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산과 바다를 달리고 동물보호를 위해 뜁니다
‘세이브 더’의 활동은 한 해를 아우르는 큰 주제를 두고, 그 사이사이 작은 활동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2020년에는 ‘세이브 더 지리’,
2021년에는 ‘세이브 더 아일랜드’, 2022년에는 ‘세이브 더 프렌즈’라는 이름으로 갖가지 활동을 해왔다.
큰 주제는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결정하지만, 소규모 활동은 팀원들이 관심이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개개인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첫해에는 ‘세이브 더’를 결성하게 된 계기인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을 반대하며 세이브 더 지리를 진행했다. 총 270km릴레이 달리기를 통해 보존해야 할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다. 염주호 활동가는 지리산 둘레길을 새벽, 아침, 점심, 저녁에 걸쳐 하루 4회를 달렸고, 다른 참가자들은 나머지 거리를
트레일 러닝과 하이킹 등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2021년에는 ‘세이브 더 아일랜드’라는 주제로 독립된 공간인 섬에 우리가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그것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관찰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그중 첫 번째 활동은 제2공항 신설 반대를 위해 제주도를 찾은 것으로,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협력해 개발 예정지 네 곳을 12명의 트레일 러너가 달렸다.
또 캠핑 사이트로 유명한 장봉도와 석모도를 찾아 달리며 섬이라는 공간에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과 그 안에서 어떻게 환경을 보호하며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했다.
올해는 ‘세이브 더 프렌즈’를 주제로 식물과 동물 보호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야생화를 시작으로 연어, 지리산 야생동물, 도토리 등이 주제였다. 2022년의 마지막
활동이자 가장 최근에 활동한 ‘세이브 더 도토리’는 산속에 사는 다람쥐에게 월동 준비의 필수품인 도토리를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북한산국립공원과
손잡고 도토리 저금통을 만들어 산 곳곳에 설치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산속에서 우연히라도 줍게 됐다면 도토리 저금통에 넣어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치 장소는 도봉산 우이령길로, 탐방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 등산로 세 곳에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했다. 탐방지원센터와 그 인근, 세족 시설 근처다.
지난 11월 27일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하고 홍보물을 세운 뒤 탐방로 15km를 달리며 활동을 마쳤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도토리 저금통 설치를 위해 산에 오르는 ‘세이브 더’ 팀원들
북한산국립공원 도토리 저금통
더 많은 관심과 동참을 이끄는 지속 가능한 활동
활동가들은 등산 인구가 늘수록 환경 파괴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등산 데크다.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게 만드는 나무 데크를 만들면서 베어버리는 나무와 발생하는 쓰레기, 그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더 깊은 산속으로 숨어버리는 동물 등 편리함에 가려져 있던 갖가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세이브 더’는 이런 다양한 환경문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연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세이브 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끼며, 환경보호 활동에 동참할 기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