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지연 l 사진 성민하
글 박지연 l 사진 성민하
코로나19는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장애 학생들에게는 더욱 힘겨운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이동이 불편한 장애 학생들은 그나마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학교까지 오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니
그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다.
“갑자기 나빠진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되다 보니 학생들이 평소보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어요. 학생들 간에
갈등도 생겨났고요. 기존 특수교육 프로그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죠. 그때 주목한 것이 바로
숲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자연의 소리인데, 그걸 교실에서 체험하게 해주자고 생각한 거죠.
숲이라는 키워드로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고요.”
김미순 교사는 교실에서 숲을 체험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한국문화생태협동조합(이은숙, 조정미
숲해설가)의 도움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숲에 버려진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주워 와 학생들이 직접 만져보게 하고,
다양한 만들기 활동으로 자신을 표현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수업 시간 중에 새소리도 들려주었다. 숲속 곤충을
직접 만지며 호기심을 보이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인권교육은 기본적으로 인성교육이라는 밑바탕 위에 쌓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숲의 향기를 맡고 다양한 숲
재료를 만질 때면 행동이 차분해지고 서로를 배려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수업 결과는 놀라웠다. 수업 집중력이 놀라울 만큼 높아졌을 뿐 아니라 평소 참여도가 낮은 학생도 수업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말에 귀 기울이며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흥미롭게 살펴보기도 했다. 교육 프로그램
‘교실에서 숲을 만나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업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전 교육과정을 정리한 바인더 북은
아이들이 가장 아끼는 책이 되었고요. 책을 3초 이상 보지 못하는 아이들까지도 자신의 사진이 있는 바인더
북은 닳을 때까지 보더라고요.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체험 중심 교육인 ‘교실에서 숲을 만나다’는 아이들의 긍정적 행동 수정과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가져와
현재까지도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김미순 교사는 장애 학생들을 대할 때 항상 떠올리는 단어가 있다. ‘다름’, ‘차이’, ‘괜찮아’, ‘좋아’,
‘으쌰으쌰’다. 특수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을 가르치며 ‘존재하는 아이들의 생명성을 있는 그대로,
가치 있음을 잊지 말자’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애 학생들 사이에 인권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장애 학생들이 서로 각자의 한계를 정하지 않도록,
부모님들이 아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게 제 역할이라
생각해요. 특수학교 현장일수록 더욱더 지속 가능한 인권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죠.”
이런 생각으로 김미순 교사는 그림책, 시 울림, 미술 표현, 동요 그리기 등 장애 학생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본적인 인성교육과 체험 중심 교육을 꾸준히 전개했고, 그 내용을 담아 ‘2022 책 쓰는
선생님’ 공모전에 도전하기도 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인성교육』은 공모전 당선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다.
평소 다문화가정에도 관심이 많아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다문화 장애 학생을 위한 인성교육-교과와
연계한 체험 중심 교육』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 학생의 어머니가 외국인이었는데 한국어가 서툴러 소통이 다소 어려웠어요. 그래서 다문화가정
학생과 어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필요성을 느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조금 서툴고, 느리고, 어눌하더라도 김미순 교사에게 학생들은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다. 뜨거운
열정으로 장애 학생들의 교육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김미순 교사에게 따뜻한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