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2008년 한국에서 처음 개봉한 ‘쿵푸팬더’는 16년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3편까지 누적 관객 수는
약 1,300만 명에 이른다. 4편 역시 인기몰이 중이다. 제작사 드림웍스는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빵빵 터지는 유머 코드,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쿵푸팬더’ 시리즈를 이끌었다.
영화 ‘쿵푸팬더’의 흥행 요인으로는 한국인의 유별난 판다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에서 태어난
첫 판다 푸바오가 지난 4월 중국으로 떠난 직후 ‘쿵푸팬더4’가 개봉한 것도 절묘했다.
1984년부터 중국은 판다의 소유권을 넘기는 정책을 수정하여 임대 형식으로 전환했다. 판다 보호를
위한 재원조달과 멸종위기종에 관한 국제협약(CITES)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 이후부터 판다는 지금의
임대 방식으로만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1991년에는 ‘장기 임대 10년 안팎’, ‘1년 대여료
100만 달러(한 쌍 기준)’와 함께 ‘해외 출생 새끼 판다는 4년 내 중국 송환’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판다 세 마리가 먹는 대나무를 경남 하동에서 공수하는 데에만 연간 1억 원 이상이 소요된다”라고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언론사 인터뷰에서 밝혔다. 진료비 등 유지비는 물론 중국에 내는 연간 임대료도
만만찮다. 판다 한 쌍에 매년 약 100만 달러(13억 원)를 지불하는 셈이다. 푸바오처럼 새끼 판다가 태어나면
추가로 50만 달러(7억 원)를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동물원은 금액을 부담하더라도 판다를 들여오려고 애쓴다. 판다로 얻는 부수적
경제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6년 한중 친선 외교의 증표로 한국에 온 자이언트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2020년 ‘푸바오’를
품에 안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에버랜드가 새끼 판다의 성장기를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푸바오는 동물원의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푸바오가 사육사 다리에 사랑스럽게 매달리는 영상은 조회수 약 1,500만 뷰를
기록했다. 푸바오와 사육사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쇼츠는 2,100만 뷰를 넘었다. 푸바오 열풍에
에버랜드의 유튜브 구독자 수도 130만 명을 넘어섰다.
푸바오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후 에버랜드에서의 ‘마지막 출근’이었던 2024년 3월 3일까지 판다월드
방문객 수는 약 550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방문객 매출액은 약 3,410억 원으로 추정된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은 “푸바오 송별식 등의 영향으로 2023년 4분기 수익성이 높아졌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푸바오가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푸바오가 떠난 자리, 이제는 쌍둥이 여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차례다.
에버랜드는 어버이날 루이바오와 후이바오의 육아 일기를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푸바오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온 포의 귀환 역시 푸바오가 떠난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에서 포는 용의 전사로 활약하지만, 식탐과 철없는 행동으로 걱정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포의 사부
시푸는 포에게 용의 전사를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우그웨이처럼 평화의 계곡을 지키는 현자가 되라고
명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고민하던 포는 우연히 우그웨이의 지팡이를 노리는 젠과 함께 빌런 카멜레온의
존재를 알아채고 평화의 계곡에 닥친 위험을 해결하려 나선다.
“내가 왜 항상 식당 메뉴를 바꾸는지 알아? 만약 음식들이 영원히 똑같다면 머지않아 그 맛을 잃게 될 거거든.”
영화에서 포의 양아버지 핑은 ‘용의 전사’에 안주하려는 포에게 이같이 충고한다. 포가 물려줄 ‘용의 전사’
자리는 젠이 계승하게 될까?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푸바오를 대신하듯 말이다. 벌써 ‘쿵푸팬더5’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