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풀어가는 대학의 난제
강형일 교수는 대학 총장에게 구두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발이 부르트도록’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 노고를 조직의 수장으로부터
재치 넘치게 치하받은 것이다. 때는 2019년. 순천대학교가 역량강화대학(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대학)에 속해 있던
그 무렵, 그는 기획처장 보직을 맡았다.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이 그에게 주어졌다. 시대에 부합하는 학사 구조 개편이
시급했다.
“모두의 공감을 기반으로 대학 운영을 해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도한 게 ‘교수 브레인스토밍(문제해결 아이디어 구상)’이에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교수 75명이 학사 구조 개편을 위해 머리를 맞대줬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뭉클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정원 감축과 증원을 동시에 하는 규정이 만들어졌다. 올해 인원이 줄어든 학과가 자체 노력을 기울여 이듬해 인원을
늘리는 사례가 그렇게 생겨났다. 학과 간 융합도 일어났다. 가령 웰빙자원과, 식물의학과, 생물환경과는 농생명과학과로 통합됐다.
각자 조금씩 부족했던 세 학과를 하나로 합치니 최고의 시너지가 생겨났다. 그런 식으로 학사 구조를 개편하는 학과는 특별 지원
규정을 만들어 응원했다. 일련의 과정을 설득하기 위해 각 단과대학을 찾아가 교수 대상 설명회와 학생 대상 설명회를 무수히
마련했다. 말 대신 ‘발’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냈다.
“교수와 교직원은 물론 학생들까지 아우르는 혁신정책단도 만들었어요. 3개월 이상 그룹별로 모여 대학의 난제를 하나하나 함께
풀어나갔죠. 서로 대립도 하고 양보도 하면서 같이 생존할 방법을 모색했어요. 소통이 최고의 해법입니다.” 치열한 노력 끝에
순천대학교는 역량강화대학에서 일반재정지원대학으로 ‘승격’됐다. 입학경쟁률,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 전반적인 대학 경쟁력도 크게 향상됐다.
서로 토론하며 스스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학사 구조 개편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순천대학교는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한 ‘다전공협의체’를 마련했다. 공과대,
사회과학대, 생명산업과학대, 사범대 등 6개 전공 9명의 교수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각 전공 수업에 ‘탄소중립’ 관련 교육을 기획 과제 중심의
팀 기반 수업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조별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물로 ‘2022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아이디어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총장상’이라는 타이틀을 마련해 학생들이 치열하게
연구한 수확물을 기꺼이 축하하고 공유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는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이에요. 한 가지 확실한 건 혼자만의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는 사실이에요.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대학이 길러내야 할 인재라 생각해요.”
강형일 교수의 환경교육은 대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환경기술원의 지원으로 같은 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한 바 있다. 모두 30편이다. 유아부터 고등학생을 아우르는 수준별·주제별 환경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담아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교육부가 지원하는 지역 맞춤형 진로 체험사업의 일환으로 순천대학교 ‘에코에듀테인먼트사업단’을
꾸려 활약하기도 했다. 지역 청소년들이 에코를 주제로 여러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두루 접하게 했다.
“지난해부터는 2명의 동료 교수와 함께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지역 특화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에요.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키워드에
우리 지역의 자산인 순천만을 추가해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토요일마다 6개 고등학교의 20명 학생과 함께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팀별로 진행하고 있어요.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순천대학교에 온 지 올해로 21년. 아무 연고도 없던 이 땅에서 그는 꿈꾼다.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기를, 순천만의 다양한 생물들처럼 모든
존재가 조화로이 공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