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의 꿈에 도전하는 제자를 응원하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이세요!” 김은경 교사의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 소식에 제자들이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다.
인사를 나누며 도란도란 대화하는 모습만 보면 누가 선생이고 누가 학생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어린 시절 이런저런 이유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여성들이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평생학교다.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 남녀 모두 당연히 고등교육을 받지만, 예전에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혹은 ‘여자여서’
정규교육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뒤늦게 배움의 기회를 찾아 스스로 선택해서 온 학교이기 때문일까. 학생들의
애교심과 학업을 향한 열의는 무척이나 뜨겁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나이 제한이 없는 곳입니다. 평균연령은 68세이지만, 30대부터 9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분들이
재학 중입니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에서 통학하는 분들도 있어요.”
경우는 다르지만 김은경 교사도 만학도로 대학에 다닌 경험이 있다. 첫 입시에서는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인 업무를 맡아
했지만, 20대 중반에 다시 입시를 치러 사범대학 수학교육과에 진학한 것이다.
“어릴 때는 저도 ‘수포자’였어요. 그런데 수학도 공부하다보니 되더라고요. 그래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다들 원해서 시작한 공부여서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청 부리는 학생이 없죠.”
만학도의 내면에 숨은 잠재력을 찾고 키우며
엄연한 학력인정학교인 만큼 수업 시간에도 중고등학교 검정교과서를 사용한다. 김은경 교사는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주부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상황을 수학적 원리와 엮어 설명한다. 그가 수학교사로서 교과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학급을 맡은 담임교사로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저마다의 재능을 찾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요즘 세대와 달리 우리 학생들은 먼저 나서서 ‘하고 싶다’는 말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찾아 이끌어줘야 합니다. 영어 말하기 대회, 노래자랑, 백일장 등 다양한 교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권유하는데요, 본선에 진출하면
유감없이 실력을 뽐낼 수 있게 강도 높여 연습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는 분이 많아요. 본선은 마포아트센터에서
가족·친지를 초청해 치르는데, 그날은 메이크업과 드레스 코드도 맞춰 입고 그야말로 ‘주인공’이 된답니다.”
그저 공부가 즐거워 학교에 오는 학생도 있지만, 인생 2막을 생각하며 진로를 탐색하고 대학 진학과 직무교육을 목표로 하는
학생도 많다. 실제로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는 대학합격 100%를 목표로 한다. 여기에 김은경 교사는 학생들이 학력에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면접 과정이 있는 입시전형에 도전하도록 권유한다.
“만학도 분들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말하기를 힘들어할 때가 많습니다. 면접은 자기 이야기를 정리해 말할 기회이기도 해요.”
쉬는 시간마다 영어암송 결과를 확인하는 모습
학생들의 진로 상담을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에 김은경 교사도 틈날 때마다 평생교육사2급, 보육교사2급, 사회복지사 2급 등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했다. 자신이 경험해 봐야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진로교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회복지사를 준비할
때는 먼저 자격증을 취득한 제자들이 실습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졸업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제자가 많아요. 자녀 교육을 훌륭하게 한 분도 많아서 저 역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조언을 얻기도
합니다.”
그는 말한다. 자신은 수학 공식을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삶의 지혜를 나눠준다고. 이처럼 배움이란 글 읽고 공식을 외우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서로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김은경 교사도 진정한 평생교육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학생과 함께 하굣길 골목길 청소 후 기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