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승재(德勝才)의 가치로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다
‘열정’과 ‘헌신’이란 단어를 인간화한다면 배은식 교사로 탄생하지 않을까?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제자는 물론 선후배, 동료 교사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격한 동의를 할 것이다. 31년의 재직 기간을 거쳐 어느새 퇴직을 3년 남겨둔 배은식 교사는 평생 교육을 통해 제자들의
삶을 바꾸고 그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바꾸고자 노력해 온 인물이다.
“직업계 고등학교에는 대부분 취업을 목적으로 한 학생이 입학합니다.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목표를 세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생활하거나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요. 교사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배은식 교사는 궁리 끝에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방과 후 모인 아이들에게 사비를 털어 밥을 사 먹이고 간식을 사주면서
발명 동아리를 시작한 그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덕승재(德勝才)’ 즉, 재주보다는 덕이 우선이라 늘 강조하면서 “우리 같이 열심히 해보자”라고
아이들을 독려했다. “발명 동아리, 창업 동아리를 운영하다 보면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많습니다. 그러나 재능이 덕을 치고 올라가면 이는 망하는
겁니다. 뛰어난 재주를 가졌어도 한 방에 나락으로 가는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는 사례가 정말 많지요. 저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덕이 우선이라고,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가르쳤고, 지금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배은식 교사는 학생들과 만나면 늘 주도적으로 공수 인사를하며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는데, 그의 이런 원칙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성공과 실패, 모두 나의 스펙이다
오늘날 배은식 교사의 명성은 발명 교육, 창업 교육, 메이커 교육 등의 결과물이 쌓이고 쌓여 이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1999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트리즈(TRIZ)’ 덕분이다. “「발명특허의 과학」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만나면서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정말 너무 좋은 거예요. 바로 우리 반 애들한테 전파해 보자 했지요.”
풀리지 않는 문제를 40가지 발명 원리와 시간, 공간, 조건 등을 통해 해결해 가는 과정을 일컫는 트리즈를 배은식 교사는 4단계(문제 파악
중시)로 정리해 동아리 활동에 접목했고, 이를 기반으로 발명, 창의력, 창업 등 다양한 대회에 아이들이 도전하게 했다. 그리고 특허출원 및
창업 계획서 작성까지 다양한 실습을 경험하도록 주도했다. 아이들의 동기유발을 위해 시도한 다양한 학습 방법 또한 그의 강력한 무기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청소년미래상상기술경진대회에서 4년연속 금상, 2019년·2020년 세계청소년올림피아드대회 금상, 전국주니어창업경진대회
우수상, 청소년미래상상기술 경진대회 4년 연속 장관상 등 일일이 적기도 힘든 엄청난 성과를 이룬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물론,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한없이 높아졌고, 해당 스펙으로 대학의 특별전형에 합격하는 아이들도 나왔다. 공통된 목표를 향해
함께 팀을 이룬 아이들의 소통과 협업능력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키워졌고, 이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확실히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 배은식 교사를 기쁘게 했다. 졸업 후에도 꾸준히 직무 발명과 창업의 길을 걷는 제자들이 찾아와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그에게 흔한
일이었다.
배은식 교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펄떡이는 꿈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연구하고 성과를 본 노하우를 집대성한 책을 집필중이고, 창의학당 활동을
통해 미래 인재 양성의 기초가 되는 봉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핸드폰에 저장된 아이디어 120개를 바탕으로 실용발명에 도전하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성공만이 스펙이 아닙니다. 실패도 스펙이에요. 제가 그랬듯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교육열정을 갖고 촉진자로서 그 책무를 끝까지 다하고자 합니다.”
청소년 미래 상상 기술경진대회 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