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통영시청
주민들이 직접 조성한 소담스러운 꽃길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수려한 바닷가 고장이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영 본영을 설치했던 한산도를 비롯해 미륵산, 달아공원, 동피랑벽화마을, 소매물도 등 전통적 여행 명소를 품고 있는 것은 물론 온화한 기후로 많은 여행자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 남해안 최고의 여행지가 바로 통영이다. 최근에는 케이블카, 스카이라인 루지 등 통영이 보유한 천혜의 자연을 보다 짜릿하게 경험할 수 있는 레저시설이 속속 운행을 시작하면서 보다 다이내믹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온 이 무렵, 통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싶다면 청초한 파스텔컬러를 머금고 만개한 수국을 찾아야 한다. 하천을 따라 노산교에서 덕포교까지 왕복 2km에 걸쳐 펼쳐지는 광도천 수국꽃길은 여행자 사이에서 이 계절에 반드시 들러야 할 필견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수국의 향연
광도천 수국꽃길이 화사하면서도 소담한 아름다움을 지녔다면 반대로 탁 트인 바다,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과 어우러진 수국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소매물도, 욕지도, 한산도, 장사도, 사량도 등 통영이 거느린 수없이 많은 섬중 아름답기로는 그 어느 명승지에도 뒤지지 않는 연화도가 바로 그곳.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연화도는 유교가 국가 이념이었던 조선 시대에 억불정책을 피해 연화도사가 제자들과 은둔했던 낙토(樂土) 였다. 세월이 흘러 연화도사가 입적하자 세 명의 제자와 섬주민들은 고승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바다에 수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물에 떠내려가던 도사의 주검이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으로 변한 것이다. 마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연화도사에 얽힌 구전으로 인해 이 섬은 연꽃을 뜻하는 ‘연화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우리나라 벽화마을의 원조, 동피랑
동피랑벽화마을을 빼놓고 통영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우리나라 벽화마을의 원조 동피랑은 통영중 앙전통시장 뒤편 언덕 위에 형성된 자연 부락으로, 2007년 대학생과 일반인으로 구성된 18개 팀이 철거 예정인 동호동 일원 곳곳에 벽화를 그리면서 탄생했다. 벽화는 이 마을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철거 계획이 취소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수군통제영의 주요 시설 중 하나인 동포루(東砲樓)가 복원될 일부를 제외한 동피랑마을 전체가 기적처럼 회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주기적으로 새로운 벽화가 그려지고, 시설물 보수가 이루어지는 등 마을 전체가 통영의 보물로 인식되고 있다.케이블카 타고 단숨에 미륵산 올라볼까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풍경은 통영 8경 중 하나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과거에는 땀 흘리며 산행을 통해 미륵산 정상에 올라야 볼 수 있었던 풍경이지만 케이블카가 개설된 이후에는 누구든 단박에 해발 461m의 미륵산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통영을 대표하는 간식 꿀빵
지금은 너도나도 꿀빵을 만들어 팔 정도로 대중적인 먹거리가 되었지만 통영의 대표 먹거리인 꿀빵의 원조는 통영시 봉평동 소재의 ‘오미사꿀빵’이다. 1963년대 초 제빵사였던 故 정원석 씨가 집 앞 가판에서 배급받은 밀가루로 도넛과 꿀빵을 만들어 팔았는데, ‘오미사’라는 상호는 바로 옆 세탁소에서 빌려왔다고. 훗날 세탁소는 사라지고 오미사는 꿀빵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다. 무려 60년 전통의 먹거리인 셈이다. 튀겼지만 느끼함이 덜하고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 오미사 꿀빵은 서호시장 뒤편 항남동 본점외에 봉평동에도 지점을 두고 있다. 또 동피랑벽화마을 인근 강구안 도로변에도 꿀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무수히 많다.뱃사람의 소박한 만찬 충무김밥
영화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한국에 도착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충무김밥을 꼽은 일화는 유명하다. 충무김밥은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만든 석박지와 매콤한 오징어무침에 하얀 쌀밥만 넣어 만 작은 김밥을 곁들여 먹는 통영의 토속 음식. 과거 냉장시설이 변변치 않던 시절, 고깃배 위에서 조업 도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 충무김밥의 시초다. 김밥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징어무침과 석박지를 밥만 넣은 김밥과 따로 담았던 것. 우리나라의 그 어떤 음식보다 향토색이 짙은 충무김밥은 한때 전국구 음식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서울 명동에 충무김밥 전문점이 생겼을 정도. 요즘은 다양한 김밥이 등장해 충무김밥의 아성을 위협하지만 여전히 통영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통영항 여객선터미널과 강구안 일원에 충무김밥집이 몰려 있다.수려한 바닷가에서 즐기는 해산물 파티
바닷가에 왔다면 응당 싱싱한 해산물을 맛봐야 할 것이다. 통영 항 남동에 있는 명촌식당(055-641-2280)은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즐기는 푸짐한 생선구이 백반 전문점. 고등어, 볼락, 전갱이 등 매일 다른 생선을 구워 상에 낸다. 생선구이 위에 양념장을 얹는 점도 독특하다. 경상도식 매운탕을 맛보고 싶다면 통영시민문화회관 인근의 한산섬식당(055-642-8021)을 찾아가 보자. 20년 넘게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이 식당은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으로 끓인 시원한 매운탕이 주메뉴. 계절에 따라 도다리쑥국, 쥐치매운탕, 대구탕 등을 선보인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바다가들린다(0507-1403-8892)는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올려 즐기는 해산물 바비큐로 유명한 집. 캠핑을 테마로 한 실내장식이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