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매거진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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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22 Vol.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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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나누기

The-K 예술가

시도 때도 없이 웃지 말아야 할 텐데

세상이 환합니다

이달의 도움회원 1

창밖을 바라보는 두 아이

이미혜 회원 (前 월계고등학교)

수채화, 35 x 50cm, 2018

작가 노트 : 모의고사 보던 날 점심시간, 교실 밖 무언가를 바라보는 우리 반 아이들 모습입니다.
무엇을 바라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셔터를 눌렀습니다.

선생님께 하는 부탁

최은숙
1. 아침밥을 꼭 먹고 오실 것
2. 지각을 하더라도
잠은 푹 주무실 것
3.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하루쯤은 푹 쉬실 것
4. 기초적인 운동을 해서
몸매 관리를 하실 것
(너무 많이 하지는 마실 것)
5. 항상 웃으실 것
6. 시도 때도 없이 웃지 말 것

중학생 제자가 적어 내려간 열두 가지 부탁을 읽습니다.
이해되는 모순, 열다섯 소년이 사랑스럽지만
선생님과 똑같이 키가 167센티미터라고 하는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실례입니다
칠갑산 깊은 골에 사는 농부의 아들
요한이는 일찌감치 일어나
새벽밥을 먹고 첫차를 타고 우체국 앞에 내려
뽀드득뽀드득 새벽길을 걸어옵니다

교무실 담임 선생의 책상 위에
지난밤 정성껏 적은 교환 일기장을 올려놓고 갑니다

어린 제자의 선물 같은 부탁을 들여다봅니다
가장 바쁠 때 탁! 손 털고 하루쯤 푹 쉬어 보겠습니다 아침밥 따뜻이 지어 먹어야겠습니다
적당한 운동으로 몸매 관리도 해야겠습니다
너무 많이는 말고


시도 때도 없이 웃지 말아야 할 텐데 세상이 환합니다.

WRITER

작가 인물 사진
2022년 제11회 대한민국 스승상 대상을 받은 최은숙 시인은 2006년부터 교사 독서연구회 ‘간서치’를 운영해왔으며 지역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 단행본 「선생님의 책꽂이」(2013)를 출간했다. 이후 8년간 월간 「소년」에 연재한 고전연구 자료를 엮어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노자」(2014), 「열네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장자」(2015)를 각각 발간하고 학교 시 창작 수업에서 학생들의 시를 엮은 시집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시」(2016)를 비롯해 학부모도 함께 참여한 「반짝일 거야」(2019), 「한창 예쁠 나이」(2021) 등 10여 편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공주여자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며 지역사회기관과 연대한 ‘우리 동네 아카이브’ 활동을 통해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2020), 「반갑습니다! 청춘, 공주」(2021) 등의 산문집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