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교육의 대명사가 된 ‘고·창·날·달’
“교사가 되어 처음 발령받은 지역이 포천이었어요. 학년당 한 학급밖에 없는 작은 시골 학교였죠.
문화적으로나 교육환경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꿈을 키우고 창의력에 날개를 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재미있어야겠더라고요.
흥미가 생기면 몰입하게 되고, 거기서 얻은 생각을 서로 나누다 보면 창의성은 자연스럽게 발현됩니다. 그래서 ‘고·창· 날·달’ 수업을 만들게 되었어요.”
‘고·창·날·달’은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력에 날개를 달자’라는 것을 줄여 쓴 말이다. 수업 방식은 매우 융합적이다. 선생님이 제시한 대주제 안에서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원하는 소주제를 만들어 나름의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것들에서 주제를 끌어낸다. 양돈·양계 농가가 많은 포천 지역의 특성을 살려 ‘바이러스의 역습’ 같은 내용을 연구하는 식이다.
경진대회를 휩쓴 ‘꿈의 학교’ 아이들
그는 이 고창날달을 적용해 주말마다 여러 분야의 창의 학교와 ‘무한도전 과학발명 창의 박사’라는 ‘꿈의 학교’를 운영해 왔다.
보통 수업과 다른 점이라면 교사가 나서서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에게 토의·토론하게 하는 한편, 다양한 창의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른 팀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여러 의견을 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서 생각의 확산과 재구조화가 이루어진다”며,
“고창날달 수업은 의사소통, 토론,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 공감 능력, 협업, 코딩, 융합, 상상력 등 다양한 영역을 자극한다”라고 한다.
이 혁신적인 교육 방법의 결과는 놀라웠다. 2007년 발명품경진대회에서는 그가 지도한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전국 1위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국제수리과학 창의대회에서는 4년 연속 대회를 석권했다. 작은 시골 학교 학생들이 거둔 성과는 언론에서 대서특필했고, 중국과 태국 교육 관계자들이 벤치마킹하려고 학교에 다녀가기도 했다.
창의력 씨앗을 뿌리는 ‘창의 버스’ 운전사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생각하고,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한한 성취감과 행복을 느껴요. 여기서 주의할 것은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교사의 역할은 그저 이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이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고요.
제가 아이들과 이 수업을 함께하며 깨달은 것은 아이들의 창의력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입니다. 도시와 시골이 다르지 않고요”
올 3월, 그는 ‘교감’ 승진과 함께 정든 포천을 떠나 의정부 장암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20여 년 간 신북초등학교, 이곡초등학교, 포천초등학교, 영중초등학교 등을 두루 거치며 지역의 교육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을 구상 중이다.
“교사가 된 후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 너무 좋아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출근길이 행복하다”는 그는 “오랫동안 꿈다리 샘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퇴직한 뒤에는 ‘창의 버스’를 한 대 마련하는 게 꿈입니다.
버스를 개조해 그 안에 VR·AR 같은 최신 기능을 탑재하고 각종 창의 교구와 코딩 교구를 구비해 방방곡곡 교육에서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고 싶어요.
그 버스 안에서 고창날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창의력과 꿈의 씨앗을 더 많이, 더 넓게 뿌리려고요. 그래서 이 땅의 모든 아이가 창의력에 날개를 달아 자신이 원하는 길로 훨훨 날아가게 되기를 바랍니다”.